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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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11-22 13:49
  • 승인 2007.11.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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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끝

199×년 4월, 29세의 박영철(가명)은 안방에서 비디오 화면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는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박영철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고 있었다. 인터넷이 널리 퍼지면서 비디오 가게도 수입이 신통치 않았다. 그는 한때 전기공으로 인천의 신공항 건설형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IMF가 터지면서 불황으로 인해 신공항 건설 현장에서 실직을 당했다. 그는 26세의 부인 이미숙(가명)과 함께 7천여만 원의 빚을 내 비디오 가게를 차렸다.

비디오 가게는 생각처럼 수입이 좋지 않았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대량실업 사태가 번지고 실업자들이 거리로 몰려다녔다. 퇴직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퇴직금으로 비디오 가게를 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PC방이 손님들을 빼앗아 갔다. 그가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도 불황을 면할 수가 없었다. 박영철은 무료한 시간의 대부분 비디오를 보면서 보냈다. 간간이 뜨내기로 전기 설비 공사가 있었으나 일당을 받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 바람에 1년 남짓 실업자 생활을 하면서 비교적 재미있다는 비디오를 모두 보고 말았던 것이다.

그가 보고 있는 비디오는 일본 AV배우들이 출연한 성인 비디오로 성기만 노출되지 않고 있었으나 사실상의 포르노 비디오 수준이었다. 특히 여자 배우들의 신음소리, 은밀한 부분을 노골적으로 쓰다듬는 장면까지 여과 없이 찍혀 있었다. 부인 이미숙은 비디오 가게에 나가 있었다. 그는 혼자서 빈둥거리며 집에서 비디오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가게 좀 봐요.”

그때 안방문이 열리면서 이미숙이 비디오 가게에서 돌아왔다. 비디오가게는 손님이 없는 모양이다.

“왜?”

“시장에 좀 갔다가 올게요. 저녁 반찬거리가 아무 것도 없어요.

이미숙이 시장바구니를 들고 말했다.

“둘이서 먹는 거 그냥 아무렇게나 먹지.”

박영철은 투덜거리면서 비디오를 끄고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비디오 가게로 나갔다. 그가 실업자가 된 이후에 신경질적으로 변한 부인 이미숙에게 주눅이 들어 있었다. 집을 나온 이미숙은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남편은 비디오 가게에 나가서도 또 비디오를 볼 것이다. 비디오도 중독증이 있는 것일까. 남편 박영철은 7천만원이나 빚을 지고 있으면서도 직장에 나가 일을 하는 것보다 틈만 나면 비디오를 보려고 하고 있었다.

이미숙은 우산을 펴들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시장에 가서 채소 종류를 대충 샀다. 맥주캔도 두 개 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그녀의 내연의 남자 오상규(가명)가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제 오는 거야?”

오상규가 그녀의 몸을 안으며 말했다. 오상규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눈이 큰 사내였다. 남편 박영철은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그 사람이 나가자마자 2층으로 올라오란 말이야? 시장에 갔다가 오는 척이라도 해야지.”

이미숙은 눈을 흘기며 대꾸를 한 뒤에 시장바구니에서 맥주캔을 하나 꺼내 오상규에게 주고 자신도 맥주캔을 따서 한 모금 마셨다. 오상규는 맥주캔을 따서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미숙은 오상규에게 안긴 채 눈을 질끈 감고 자신도 알 수없는 어떤 슬픔의 덩어리가 목울대로 치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맥주캔을 비운 오상규가 이미숙을 안은 채 허겁지겁 입술을 문질러대고 있었다. 벌써 그의 손 하나가 블라우스 안으로 기어 들어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미숙은 입밖으로 가늘게 신음소리를 토해 냈다.

오상규는 20대 후반이라고는 하지만 비교적 일찍 성에 눈을 뜬 사내였다. 이미숙은 그와 불륜의 관계를 맺은 지 1년이 지나 있었다. 이제는 그와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마음뿐이었다. 그녀는 그가 부르면 언제나 2층으로 달려 올라와 그와 함께 욕정의 향연을 벌이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남편 박영철은 안방에서 비디오를 보고 그녀는 거실에 있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오상규가 주방 조리대 밑에 설치되어 있는 마이크로 그녀를 불렀던 것이다.

오상규는 남편 박영철이 없는 사이에 그녀의 안방과 거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남편은 실업자였다. 실업자라고 해서 무능하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비디오 가게에서 들어오는 수입으로는 은행과 친지들에게 진 빛 7천만원을 갚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남편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채근을 했으나 남편은 고정적인 직장 없이 사나흘씩 전기 설비 공사를 하러 다니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상규와 관계를 갖는 것은 남편이 비디오 가게에 있거나 일을 하러 나갔을 때였다. 그러나 오상규는 최근 들어서 남편이 집에 있을 때도 그녀를 2층으로 불러올리곤 했다.

이미숙은 점점 몸이 달아올랐다. 이상한 일이었다. 남편과 관계를 할 때면 느껴지지 않은 흥분이 오상규와 관계를 할 때면 파도처럼 몰아쳐왔다. 이미숙은 욕정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오상규와의 정사에 몰두했다. 1년 동안이나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도 관계를 맺을 때마다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오상규가 그녀의 옷을 모두 벗기고 침대에 눕히고 자신의 체중을 실어왔다. 그녀는 오상규를 받아 안으면서 남편을 생각했다.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자신의 신세가 괴롭기도 했고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녀는 남편이 관계를 원할 때 대부분 퉁명스럽게 거절했다. 그녀가 남편의 요구를 들어주면 2층에서 오상규가 몰래 카메라를 통해 낱낱이 보게 되기 때문이었다. 오상규가 보고 있는 걸 뻔히 알고서 남편과 관계를 할 수 없었다.

“왜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어?”

이미숙은 처음엔 그 사실을 몰랐었다. 그러나 나중에 청소를 하다가 비디오카메라를 발견하고 오상규에게 달려 올라가 따졌었다.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오상규는 태평스럽게 대꾸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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