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남자인 페르난데스로서도 싫은 일은 아니었다. 이튿날부터 마사 벡과 페르난데스는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격렬한 섹스에 몰두했다. 마사 벡은 병원에 출근조차 하지 않고 그와 같이 지내려고 했다.
그녀는 언제나 페르난데스를 사랑스러운 아기라고 불렀고 그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만족했다. 마사 벡은 그를 우상처럼 떠받들고 있었다. 그러나 마사 벡의 욕망은 끝이 없었다. 페르난데스는 욕정의 포로가 되었다. 섹스는 언제나 마사 벡이 주도했다. 페르난데스가 훨씬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섹스에 있어서는 마사 벡이 더욱 광적이었다.
여러 날이 흘러갔다. 페르난데스는 점점 마사 벡에게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사 벡은 얼굴이 못 생긴데다가 뚱뚱하기까지 했고 돈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페르난데스가 노린 돈이 없다는 점이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제기랄, 얼굴도 못생긴 주제에 돈까지 없으면 내 사업은 어떻게 되겠어?’
페르난데스는 마사 벡과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잘 어울리는 것같지 않소.”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우리는 헤어지는 것이 좋겠소?”
마사 벡은 페르난데스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그러나 페르난데스는 언제까지나 그녀와 섹스의 향연만 즐기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마사 벡은 끝내 페르난데스가 떠나겠다고 하자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을 시도했다.
“난 사실 신사가 아니오. 난 비열한 사람이오.”
“무슨 말씀이죠?”
“난 여자들을 속여서 돈을 빼앗는 것을 사업으로 하고 있소. 사실 그런 목적으로 당신에게 접근했던 것이오.”
페르난데스는 최후의 방법으로 자신의 정체를 모두 털어놓았다. 자신이 결혼 사기를 치고 돌아다니는 비열한 존재라고 말하면 마사 벡이 떨어져 나가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신을 이해해요. 오죽하면 그런 일을 했겠어요.”
“무슨 소리요?”
“나의 베이비, 난 결코 당신을 놓아주지 않겠어요.”
마사 벡은 페르난데스의 고백에도 까딱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페르난데스의 일을 자신도 돕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돈이에요. 나는 돈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자기를 도울 수 있어요. 난 자기를 사랑해요.”
마사 벡은 울면서 그렇게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어이가 없었다.
“여자를 그냥 버리는 것은 싱거워요. 잘못하면 여자가 신고를 하면 경찰에 체포될 수 있으니까 여자를 죽여 버려야 돼요.”
마사 벡은 병원에서 퇴근하자 오히려 페르난데스의 결혼 사기에 앞장서려고 했다. 페르난데스는 마사 벡의 말에 동의했다. 범죄를 저지를 때 혼자보다는 둘이서 저지르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은 오래 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게다가 마사 벡은 지칠 줄 모르는 욕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원하기만 하면 아무 때나 옷을 벗고 그의 여자가 되어주었다. 그가 창녀처럼 취급을 해도 오히려 좋아했다.
이때부터 마사 벡과 페르난데스는 미국을 누비면서 희대의 결혼 사기극을 벌였다. 그들에게 걸린 대부분의 여자들은 살해되어 땅속에 묻혔다. 2년 동안 그들이 벌인 살인 행각은 약 20명에 이르고 있었다.
델핀 다울링은 그들의 마지막 희생자였다. 그녀는 두 살 된 딸 라이넬과 살고 있는 독신녀였다. 남편과 이혼한 뒤에 혼자 살면서 새로운 남자를 만나기를 기다리다가 악마의 제자들인 페르난데스를 만나게 되었다. 페르난데스는 독신의 젊은 사업가로 위장을 했고 마사 벡은 비서로 위장을 했다.
다울링은 페르난데스를 집으로 초대했다. 페르난데스는 그녀의 집에 어린 딸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망치로 뒤통수를 쳐서 쓰러트렸다. 페르난데스의 망치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다울링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러나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다. 페르난데스는 마사 벡을 불러들였다. 마사 벡이 다울링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페르난데스와 마사 벡은 다울링을 살해한 뒤에 지하실을 파고 묻었다. 어린 딸 라이넬은 욕조에 넣어 죽였다. 페르난데스와 마사 벡은 다울링의 집에서 살았다. 사람들은 다울링 모녀가 보이지 않고 낯선 사람들이 그 집에 와서 사는 것을 수상하게 생각했다. 동네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마사 벡은 자신이 페르난데스의 누이동생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울링의 집을 샅샅이 수색했다.
“도대체 왜 남의 집을 수색하는 거죠?”
그들이 지하실까지 내려왔을 때 마사 벡이 거칠게 항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상관하지 않고 지하실을 샅샅이 수색했다. 지하실에는 특별히 수상한 곳이 없었다. 경찰은 곤혹스러워졌다.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의혹은 없었다.
“이 시멘트 바닥은 젖어 있는데요?”
그때 한 경찰이 지하실의 시멘트 바닥이 젖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물을 쏟은 모양이지.”
“혹시 사람을 여기에 묻고 시멘트를 새로 바른 것이 아닐까요?”
“자네 소설을 쓰나?”
“그래도 의심스러우니 한 번 파보죠.”
“판사의 허가를 받아야 돼.”
경찰은 결국 판사의 허가를 받은 뒤에 인부들을 동원하여 아직 시멘트가 완전하게 굳지 않은 지하실을 파헤쳤다. 마사 벡과 페르난데스의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변했다. 지하실의 바닥에서 마침내 다울링 모녀의 시체가 발굴되었다. 경찰은 페르난데스와 마사 벡을 살인 용의자로 체포했다. 페르난데스는 경찰에 연행되어 자신들이 저지른 사건을 모두 자백했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신문과 방송의 관심은 남자인 페르난데스보다 여자인 마사 벡에게 쏠렸다. 그녀가 페르난데스와 어울려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돌아다녔다는 사실 때문에 황색신문들이 연일 대대적으로 그녀의 일생을 보도했다. 처음에는 마사 벡이 살인마에게 억지로 끌려 다닌 것으로 생각하여 여론이 동정적이었으나 나중에는 그녀가 주도적으로 살인을 획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악녀’라고 부르게 되었다.
마사 벡과 페르난데스는 재판을 받고 사형이 선고되어 처형되었다. 마사 벡은 법정에서도 시종일관 페르난데스를 열렬히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페르난데스가 법정으로 들어설 때 그녀는 재빨리 달려가 페르난데스를 부둥켜안고 마구 입술을 부벼대 방청객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의 욕정은 사형이 선고되는 법정에서도 브레이크가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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