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게이트’에 MB 발목 잡히나?

DJ정권 최대 게이트의 장본인으로 2002년 대선판 초기 구도를 흔들었던 최규선씨가 이번엔 이명박(MB)정권 초기의 최대 악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씨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이라크 쿠르드지역 유전개발과 관련 검찰이 불법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나서면서 부터다. 현재 검찰은 최씨가 허위정보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고 이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 등을 벌였다는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씨의 로비대상에 현 정권의 실세가 포함돼 있고, 이러한 의혹은 지난 2월 MB와 쿠르드 자치지역 바르자니 총리의 면담 배후설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와 함께 쿠르드지역 유전개발사업엔 참여정부 실세였던 K 전 장관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검찰은 참여정부 최대 의혹사건인 ‘오일게이트’의 전대월씨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당선인 신분이던 MB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 무스타파 모하메드 바르자니 총리를 집무실로 초청해 만났다. 이 면담은 현 정부 인사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면담을 전후해 석유공사와 7개 국내 대기업이 모인 한국 컨소시엄은 쿠르드 자치정부와 20억 달러의 SOC를 건설해주는 대가로 8개 유전의 생산물 및 지분을 양도받는 '자원-SOC 패키지딜' 프로젝트를 본격화 한다.
MB정권 실세와 커넥션 의혹
일각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자치정부와 일방적으로 맺은 계약이기 때문에 이라크 내부 상황에 따라 무효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우려대로 이라크의 정치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현재 이 프로젝트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MB는 왜 바르자니 총리를 초청해 만났을까? 이 면담을 주선한 정부 인사는 누구였을까?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세였던 A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리고 A의원이 쿠르드 유전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를 부여한 인물로 최규선씨를 지목하고 있다. 최씨는 유아이 에너지를 설립해 석유공사등과 함께 이라크 쿠르드 원유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이에 대해 묻자 “최규선씨와 A의원 접촉 소문은 있다”면서 “지금은 부도가 난 00TV B전 사장이 두 사람을 맺어줬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와 A의원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B씨는 이 같은 소문이 “전혀 근거 없다”며 한마디로 일축했다.
B씨는 이어 “지난 2006년 평소 친분이 있던 D씨의 소개로 이라크 유전개발사업에 흥미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최규선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B씨는 지난해 00TV사업을 포기한 직후 이라크 쿠르드 지역 전문 개발업체인 C사를 설립해 현재 이라크 현지 직원만 15명을 둘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D씨의 설명은 다르다. D씨는 “제가 이라크 원유개발사업에 대해 소개한 직후인 2006년 2월부터 B씨가 DJ정권의 실세 K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F씨와 이라크 북부지역의 신자니 그룹과 함께 협력 카르텔을 맺었다. 이후 B씨는 00TV 사업마저 포기하고 전적으로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에 매달렸다”고 밝혔다.
D씨는 2005년경부터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고 한다. D씨는 “2005년 7월 참여정부 실세 K전 장관의 측근을 중심으로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H사를 설립하고 이라크 한나일 쉐일그룹의 협력 하에 그해 9월2일 쿠르드지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쿠르드 자치정부측과 '자원-SOC 간 패키지딜' 방식의 MOU를 맺었다.
D씨는 “그러나 2006년초 OO TV가 개입하면서부터 우리 사업계획서가 외부로 유출됐다”면서 “당시 회사에서 이라크 유전개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최규선씨가 나중에 거의 이 보고서대로 유전사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인 유아이에너지가 한국석유공사와 7개 국내 대기업 중심의 '코리아 컨소시엄'에 포함된 것도 의혹으로 남는다.
유전개발 초기 사업자 D씨 “최씨가 우리 모델 흉내내”
최씨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제2, 제3의 컨소시엄이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가 최규선씨를 컨소시엄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와 관련 평소 친분이 있던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소개로 2001년 영국 런던에 망명 중이던 바르자니 총리를 만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유아이에너지가 컨소시엄에 참여하자마자, 코리아컨소시엄은 지난 1월 바지안(Bazian) 광구의 유전개발 사업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D씨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우리가 초기 사업을 추진할 때 최규선씨가 이라크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최씨의 활동무대는 쿠르드 지역이 아닌 이라크 남부 중앙정부 측이었고, 사업내용도 유전과 관계없는 병원건설 등 주로 건설분야였다”고 설명했다.
참여정부 실세 K전 장관 의혹
실제로 최씨가 처음 설립한 회사(유아이앤씨)도 이라크 재건사업을 위한 해외건설업체였지 유전개발업체는 아니었다.
D씨의 동료였던 E씨는 “최규선씨가 갑자기 유전개발사업에 뛰어든 동기와 초기사업자금을 마련한 배후 등에 대해 조사해보면 의혹이 풀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규선씨를 컨소시엄에 포함시킨 석유공사는 우리가 사업을 할 때 만해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면서 “특히 장기호 이라크 대사는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우리 사업에는 참여정부의 실세 K전 장관이 관심을 보이면서 K 전 장관의 보좌관이 대주주로 참여했었다”면서 “이들의 방해로 K전 장관이 사업에 회의를 보이면서 초기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이 좌초됐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최규선씨의 승승장구의 배후에는 참여정부의 실세 K전 장관과 맞먹는 현 정권의 실세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쿠르드지역 원유 개발사업에 회의적이었던 장 대사는 최근 외교부를 은퇴한 후 전 씨엔엠 회장인 이민주씨의 재정지원 하에 GECX라는 유전개발 전문업체를 설립하고 ‘오일전쟁’이란 책을 출간했다.
무늬만 유전개발, 실제는 주가조작
장기호 전 대사는 최근 “이라크 남부지역은 서방국가의 메이저 업체들이 진을 쳤다. 결국 우리는 북부, 즉 쿠르드 자치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며 이 사업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한편, E씨는 “최규선씨가 유전 사업에 진출한 후 최씨 회사와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등했다”면서 최씨가 국가적 사업을 주가조작에 이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쿠르드지역은 사회인프라가 부족해 석유가 매장돼있다고 하더라도 유전 개발비와 주변 공사비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제성이 의심된다”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씨가 공시를 통해 이를 부풀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씨가 지난 2006년 인수한 코스닥 시장 퇴출직전의 유아이에너지(당시 서원아이앤비)는 최씨가 화려한 인맥을 이용해 유전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한때 주가가 1000%이상 올랐다. 최규선씨가 이라크 지역에 2100억원 발전설비공사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현대중공업 주가 역시 지난해 고공행진을 기록한 바 있다.
유아이에너지와 최씨가 대주주인 현대 피앤씨 역시 한때 상종가를 달렸다. 그러나 최씨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들 기업 주가는 급락했다.
#최규선-A 의원 연결고리 의혹 B씨 단독 인터뷰
“면담은 하찬호 대사가 단독주선, 실세 개입 없었다”
최규선씨와 A의원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전 OOTV 대표 B씨는 “MB-바르자니 총리 면담은 당시 인수위에 있던 하찬호 이라크 대사가 단독 주선한 것으로 A의원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는 “A의원과 나는 오랜 친구사이일 뿐”이라며 “나는 현재 쿠르드지역 개건사업에 매달리고 있을 뿐 유전개발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B씨가 ‘MB-바르자니 면담’을 주선했다고 지목한 하 대사는 이라크 대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말 대통령직인수위에 합류했다가 3개월여 만에 또다시 이라크 대사로 발령이 났다.
하 대사는 현 정부 초기 고위직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B씨는 “하 대사는 이라크 전문가인데다 인수위에 근무했기 때문에 MB에게 바르자니 면담을 건의할 영향력이 있었다. 배후 실세라면 하찬호 대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규선 게이트란?
최규선 게이트는 DJ 정권시절 '미래도시환경' 대표이자 DJ 인수위 보좌역을 지낸 최규씨가 DJ의 3남 홍걸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체육복표사업 등 각종 이권사업에 참여해서 부정한 방법으로 거액을 수수한 사건이다.
2002년 2월말 최씨의 운전기사인 천호영씨가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로비의혹을 폭로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최씨가 자서전 집필을 위해 대필작가에게 맡겼던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검은 거래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던 최성규 총경이 해외로 도피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배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DJ가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홍걸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고, 최규선씨는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에는 두 사람 외에도 송재빈 타이거폴스 대표, 홍걸씨의 동서인 황인돈씨, 김희완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회창 전 총재측, 윤여준, 신경식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유상부 포스코 회장, 국민체육진흥공단 박모단장, 청와대 일부 관계자 등 굵직굵직한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최규선게이트는 당시 국민경선을 통해 인기가 급상승 중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재집권 프로젝트를 막는 정치권의 핵폭풍과 같은 사안이었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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