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한 번도 본 일이 없지만 가슴이 몹시 설렙니다. 당신은 과연 어떤 분일까요? 저는 혼자 살고 있는 남자라 당신과 좋은 인연이 되어 결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당신을 먼저 만나고 당신의 허락을 받은 뒤에 말입니다…
페르난데스의 편지였다. 마사 벡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녀는 스물여섯 살이었으나 벌써 세 번의 결혼 경력이 있었다. 그녀는 불행하게도 세 남자에게 모두 이혼을 당했는데 그것은 그녀가 놀랄 정도로 뚱뚱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90킬로그램이나 되는 거구였다.
마사 벡과 페르난데스는 여러 번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마침내 만나기로 합의했다. 마사 벡은 그날 검은 투피스로 정장을 했다. 풍만한 가슴이 반쯤 드러나는 과감한 옷차림이었다. 그녀는 이미 편지로 페르난데스가 라틴계의 금발 청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사 벡은 라틴계의 미남을 좋아했다. 그것은 라틴계의 남자들이 정열적이라는 속설 때문이었다. 마사 벡은 세 번이나 결혼을 하고 이혼을 했기 때문에 남자 경험은 충분했다. 단순한 결혼이 목적이 아니라 그녀의 안에서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는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만남이어야 했다.
페르난데스는 마사 벡을 처음 보았을 때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사 벡이라는 여자가 그 정도로 뚱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사 벡은 페르난데스에게 한 눈에 반했다. 머리털은 금발이었고 핸섬하게 생긴 사내였다. 나중에야 그의 머리가 가발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첫 만남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렇게 못생긴 여자가 걸려들 줄은 몰랐어.’
페르난데스는 실망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는 마사 벡을 적당히 구슬려서 돈이나 갈취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마사 벡과 페르난데스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 페르난데스는 애초의 목적, 돈을 갈취하기 위해 마사 벡의 말에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눈길은 마사 벡의 풍만한 가슴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확실히 그녀의 가슴은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게 컸다.
페르난데스는 아직까지 이렇게 가슴이 큰 여자와 동침해 본적이 없었다. 어차피 결혼할 것도 아니니까 동침을 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적당히 칭찬해주고 당분간 정부로 데리고 농락을 하다가 버리고 도망을 가버리면 그만이다. 페르난데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사 벡에게 접근했다.
그것은 마사 벡도 마찬가지였다. 잘 생긴 페르난데스를 자신의 잡아두려면 육체의 포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시간이 오래되어 웨이터가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낼 때까지 셈에 없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체했다. 그러나 웨이터가 점점 나가달라는 듯한 눈빛을 노골적으로 보내자 마침내 거리로 나왔다. 사방은 이미 캄캄하게 어두워져 있었고 아직까지 안개같은 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 미시건주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다. 옷이 심하게 젖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사기꾼 페르난데스는 신사인 체하면서 마사 벡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정말 친절한 분이시군요.”
마사 벡이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마사 벡의 느글거리는 말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으나 여전히 친절한 체했다.
“신사로서 당연한 일이죠.”
“요즈음 친절한 신사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세상이 얼마나 삭막해요?”
“그럼요. 세상은 점점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팔짱을 끼어도 괜찮겠죠?”
“물론입니다.”
마사 벡은 달콤하고 정겨운 표정으로 우산을 들고 있는 페르난데스의 팔짱을 끼었다. 페르난데스가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우산을 든 그의 팔꿈치가 마사 벡의 가슴을 찔렀다. 마사 벡의 거대한 가슴은 놀랄 정도로 부드럽고 따뜻했다. 마사 벡도 가슴을 찌르는 페르난데스의 팔꿈치를 의식했다. 그의 팔꿈치가 가슴을 찌를 때마다 짜릿한 전율과 함께 나르시스한 감각이 그녀의 신경을 자극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숨결이 가빠졌다.
“괜찮으시다면 집에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 잔….”
마사 벡이 집에 이르자 페르난데스에게 말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기꺼이 초대에 응하겠습니다.”
페르난데스는 마사 벡의 집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거실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한담을 나누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 밤 10시가 넘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일어나겠습니다.”
페르난데스는 차를 다 마시자 마사 벡에게 말했다. 기분좋을 정도의 술기운 때문에 마사 벡의 얼굴이 아름다워 보였고 눈빛이 요염해 보였다.
“어머, 벌써요?”
마사 벡이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페르난데스는 마사 벡을 포옹하고 볼에 가벼운 작별 키스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마사 벡이 마치 실수를 하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 입술과 입술을 부딪치게 했다. 페르난데스는 그대로 마사 벡의 입술에 키스를 해버렸다. 실수이거나 어쨌거나 상관이 없다. 헤어질 때 약간의 미련을 남겨두는 것도 좋으니까. 페르난데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사 벡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헤어지려고 했다.
그러나 마사 벡은 그에게 안긴 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풍만한 여인과 밀착되어 있는 페르난데스는 재차 키스를 했다. 그러자 마사 벡의 혀가 거침없이 그의 입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페르난데스는 자신이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마사 벡을 정복하고 말았다. 마사 벡은 격렬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일단 관계가 시작되자마자 격렬하게 울부짖으면서 페르난데스를 받아들였다. 결국 페르난데스는 그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마사 벡의 거침없는 욕정으로 인해 그는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섹스를 해야했던 것이
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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