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로스토프 시에 정신과의사인 부하노프스키가 부임해 왔다. 그가 부임해 오던 해에도 로스토프 시에서는 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었다. 불과 1년 사이에 8명의 어린이와 여자들이 살해되었다. 희생자들 중에는 눈알이 도려내진 사람들이 많았다.
로스토프시의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경악하게 한 것은 어린소년들의 끔찍한 죽음이었다.
‘이 자의 범행은 참으로 사악하다.’
부하노프스키는 희생자들의 시체를 보고 진저리를 쳤다. 그는 희생자들을 면밀하게 조사했다. 그리고 희생자들을 살해한 살인마가 동일범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로스토프 시 당위원장에게 연쇄살인 대책본부를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당위원장은 그의 말을 일축했다.
“살인마는 틀림없이 동성연애자일 거야.”
로스토프시의 공안원들은 어린소년들이 많이 살해되었기 때문에 게이나 호모의 짓이라고 단정했다.
부하노프스키가 로스토프 시에 온지 2년이 되었다. 연쇄살인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아나톨리 예프세예프 경감은 모든 증거들을 부하노프스키에게 제시하고 로스토프 시의 살인마에 대한 초상화를 그려줄 것을 요청했다. 부하노프스키는 아나톨리 경감이 제시한 증거들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것은 꽤나 고단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안개 속에서 살인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살인자는 고학력의 중년남자고 유아 성희롱 전력이 있다. 또한 성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일반 여자들과는 성관계를 맺지 못한다.”
부하노프스키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아나톨리 경감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1991년, 로스토프의 살인마가 마침내 검거되었다. 첫 번째 살인사건을 저지르기 시작한지 13년, 그는 56명의 여자들과 어린소년을 살해하고 57번째 희생자를 살해하려고 유혹하여 빈집으로 데리고 가다가 로스토프 시 역에서 감시를 하고 있던 경찰에 의해 사건 현장에서 체포된 것이다. 범인의 이름은 안드레이 치카틸로, 고학력자였고 누가 보더라도 연쇄살인을 저지를 것같지 않은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였다. 게다가 그는 유아성폭행 전력을 갖고 있었다.
그의 연쇄살인은 전 세계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로스토프 시의 악몽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로스토프 시는 계속해서 악명을 날렸다. 91년 치카틸로가 검거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타칸로그의 야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살인마가 출현했다. 그는 검은 스타킹을 입은 여자만 골라서 성폭행을 하고 살해했는데 4명을 살해한 뒤에 체포되었다. 그의 이름은 ‘유리 추이’였다.
‘야만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살인마도 출현했다. 그는 3명의 어린이와 그 어머니를 무참하게 살해하여 로스토프 시를 공포에
떨게 했다. 로스토프 시는 이처럼 악명이 높인 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악마의 도시’ 또는 ‘사탄의 도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끝>
제28화 브레이크 없는 욕정
1947년의 어느 날이었다. 미국 미시건주의 그랜드 래피트 시(市)는 봄비가 안개처럼 내리고 있었다. 오후 4시경, 결혼을 미끼로 상습적으로 사기를 치는 악당 레이먼드 페르난데스는 한 여성으로부터 답장을 받고 흐뭇한 기분이 되었다. 여자 쪽에서 그를 만나기를 원하고 있었다. 여자의 이름은 마사 벡, 나이는 불과 26세였다. 직업은 간호원으로 직장도 확실하기 때문에 그만하면 충분히 저축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결혼 전문 사기꾼인 페르난데스의 사업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페르난데스는 마사 벡의 편지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읽으면서 답장을 쓰기로 결심했다. 게다가 마사 벡은 젊었다. 결혼을 미끼로 만날 때 대개 그의 함정에 걸려드는 것은 혼자 사는 독신녀들이었다. 마사 벡처럼 26세의 젊은 여자가 걸려든 것은 처음이었다.
마사 벡은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병원의 일은 지루했다. 환자를 의사에게 안내하고, 주사를 놓고, 시간에 맞춰 환자들에게 약을 복용하게 하는 일은 따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마침내 일이 모두 끝났다. 간호사인 마사 벡은 퇴근시간이 되자 즐거운 기분으로 가운을 벗고 원피스로 갈아입었다. 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으나 우산을 써야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사 벡은 병원을 나오자 거리를 한 눈에 쓸어보았다. 병원 앞의 가로수들이 촉촉하게 비에 젖어 있고 이제 막 나뭇잎들이 파랗게 돋아나려고 하고 있었다. 아직은 봄이 이른 편이었다. 그러나 비가 그치고 나면 날씨는 한결 더 따뜻해지고 꽃들이 만개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서둘렀다.
병원에서 집까지는 15분 거리였다. 병원이 빈민층이 살고 있는 거리에 있는 탓도 있었으나 그녀는 아직 차가 없었다. 병원에서 받는 월급은 옷을 사거나 먹는 것을 사는 데에 모두 써버려서 차를 사거나 저축을 할 수 없었다. 사실 병원의 월급은 몹시 작은 편이었다.
집 앞이 가까워지자 마사 벡은 걸음을 더욱 서둘렀다. 빨간 우체통이 멀리 보였다. 그녀는 병원에서 퇴근할 때마다 집 앞에 있는 우체통을 확인하고는 했다. 편지를 기다리는 일이 남자를 기다리는 것처럼 설레었다. 그녀는 어느 잡지의 펜팔란에 이름을 올렸다가 라틴 계열의 한 남자로부터 답장을 받았던 것이다. 그가 답장을 해주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마음으로부터 진실로 사귀고 싶은 여성을 찾고 있습니다.’라는 답장이 왔다. 그 사내의 답장에는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씌어 있었
다.
‘그는 분명히 멋진 남자일 거야.’
마사 벡은 자신도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페르난데스로부터 편지가 온 것은 사흘 뒤의 일이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여성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감미롭게 쓰고 있었다. 당신은 분명히 아름다운 여성일 것이며, 특히 겉모습보다 내면이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고 쓰고, 당신의 이름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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