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37화>
조선 성 풍속사 <제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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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10-19 10:32
  • 승인 2007.10.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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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사내의 변명(?)

조선후기 한양에서 말단 벼슬을 하던 한 선비가 있었다.

선비는 여러 해에 걸쳐 보아왔던 조운(朝雲)이란 기생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조운은 선비의 사내답지 못함을 비웃으며 쉬이 천침(薦枕)을 허락하지 않았다. 선비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조운을 늘 그리워하며 다가가지 못하고 주위에서만 맴돌 뿐이
었다.

조운은 여러 사내와 어울려 진탕한 술자리를 벌이고 담장 밖 선비에게 일부러 보여주기라도 하듯 밤이 새도록 음탕한 짓거리를 일삼았다. 선비는 담장 너머에서 천근만근 자신을 짓누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힘없이 돌아서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는 다른 벼슬아치들과 어울려 조운의 기방에서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조운은 선비가 왔음에도 눈길한번 주지 않았고 선비 또한 발정 난 계집처럼 곁눈질로 조운의 행동만을 관찰할 뿐이었다.

“자고로 사내대장부라 함은 계집에게 숫기가 없어야 하거늘, 양물 없는 내시의 여색잡기보다 못한 사내가 있으니 어찌 그를 두고 사내대장부라 하겠습니까?”

조운이 상석의 벼슬아치에게 술잔을 권하며 넋두리하듯 말했다.

“그런 내시만도 못한 사내가 어디 있더냐?”

“영감님네들의 가까이 있을 것입니다.”

조운의 푸념 섞인 대답에 벼슬아치들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서로를 번갈아 쳐다봤다.

“자넨가?”

상석의 벼슬아치가 마른체구의 약골사내를 쳐다보며 물었다.

“당치도 않습니다. 영감.”

약골사내가 당황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왠지 자네일 것만 같으이. 허허허”

“여러 영감들께옵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내 이 자리에서 직접 보여드리지요.”

약골의 사내가 벌떡 일어나 자신의 양물을 꺼내는 시늉을 하더니 옆의 기생에게 덤벼들며 기생의 치마를 들췄다.

“허허허 이보게 이제 됐으니 그만하게.”

그 자리의 사내들과 기생들이 왁자지껄 호탕하게 웃으며 사내를 말렸고 선비는 홍조 띈 얼굴로 술잔을 연거푸 비웠다.

다음날 선비는 일찍 집을 나서 조운의 기방 대문을 힘차게 두드렸다.

계집종이 문을 열자 선비는 당당하게 들어가 조운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방 앞으로 갔다.

조운이 속치마 차림으로 밖으로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이 무슨 행패요?”

“내 너와 당장 호합코자 이렇게 왔으니 너는 당장 내려와 나를 맞으라.” 선비가 목청을 높여 말했다.

“하하하 선비님 이제야 사내의 온전한 정신이 드셨소, 진작 연분이 되려 했으면 이렇게 하셨어야죠!” 조운이 버선발로 마당으
로 내려가 선비에게 큰절을 올리고 방으로 들였다.

조운이 선비와 알몸으로 서로의 몸을 혀로 탐미하며 호합하려는데, 선비는 마음이 조급하고 겁이나 아무리 노력해도 양물이 서지 않았다.

조운은 선비의 양물을 세워보려 온갖 음희의 기교를 써 보았지만 양물은 오뉴월 볕에 누운 개 마냥 늘어져있을 뿐이었다. 조운이 포기하고 물러나 앉으며 시 한수를 읊었다.

“구름은 생각없이 물을 쏟아 내는데(雲無心而出峀 운무심이출수), 새는 저 혼자 날다 지쳐 말없이 돌아가는구나(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조운의 기방에서 쫓겨난 선비는 소문이날까 두려워 지방파견근무를 자처하여 남부지방으로 떠났다. 남부지방으로 떠나는 말안장 위에서 조운의 비웃음과 시구가 떠오를 때면 근심어린 얼굴로 자신의 양물을 내려다보았다.

첫 임지(任地)에 도착하고 고을의 관장이 연회를 베풀어 기생으로 하여금 선비의 천침을 들게 했다. 선비는 관장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지만 관장의 완곡함에 더 이상 거절치 못하고 기생과 천침하게 되었다.

선비가 또다시 아무리 애를 써도 양물은 불끈 솟지 못하고 맥없이 흐느적거릴 뿐이었다. 기생이 혀를 놀려 양물을 세워보려 하였으나 허사였다.

“먼 길을 말을 달려와 피곤한 몸에 약주를 과하게 마셨더니 이렇듯 양물이 서지 않아 네게 미안하구나.” 선비가 부끄러워 변명했다.

이 말을 들은 기생이 앙칼진 눈을 치켜뜨며 선비에게 대꾸했다.

“많은 손님들이 잘도 하는 것은 다들 말 대신 소를 타고 오고, 술 대신 물을 마셔 그런가요?” 기생은 토라져 돌아눕고는 다시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선비는 10여일에 걸쳐 처리해야할 업무를 반나절 동안 마무리하고 도망치듯 첫 임지를 떠났다.

선비가 두 번째 임지에 도착했을 때 선비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관장의 연회를 거절하고 기생의 천침 또한 거부하고는 자신의 맡은 소임에만 충실했다.

보름이 흐른 후, 두 번째 임지에서의 모든 일을 처리하고 떠나는 날 고을의 관장은 환송연을 베풀었다. 선비는 오늘은 기필코 성공해야겠다는 결의로 술은 가급적 피했고 양물을 보한다는 음식만을 요령껏 먹었다. 밤이 깊어 기생과 천침에 들어 선비는 기생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기생은 선비의 거친 듯 부드러운 애무에 간드러진 신음을 쏟아냈다. 선비의 양물이 조금씩 들썩였다. 선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생의 옥문으로 양물을 힘껏 밀어 넣는데...

양물은 옥문을 뚫어내지 못하고 또 다시 죽었다.

선비가 밤새 기생을 안고 호합하려 애를 써도 호합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관아의 뒤뜰에서 첫닭이 울도록 양물은 서지 않았다.

오랫동안 앉은 자세로 선비의 품에 안긴 기생이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나으리, 저의 옥문을 나으리댁 오래된 산소(山所)로 아셨습니까? 밤새도록 시체를 가지고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기어이 장례를 못 치르십니다.”

기생이 다시 늘어진 하품을 하며 말했다. 선비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고금소총 등의 설화집에 실린 사내의 정력에 관한 여러 편의 설화들을 하나로 묶어 재구성했다. 무릇 사내의 정력이라 함은 그 자신감에서 오는 것이지 달리 오는 것이 아니라 한다. 이 시대 고개 숙인 사내들이여! 안 된다 부정하지 말고 진정 사내대장부인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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