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매출 100조원 목표 글로벌 영토확장 전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월1일로 회장 취임 10돌을 맞았다.
지난 98년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 후 SK그룹을 이끌게 된 최 회장은 지난 10년간 국내기업을 탈피, 해외시장에 뛰어들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국내 재계 순위도 자산 기준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자산규모도 34조1,000억 원에서 72조 원대 회사로 키웠다. 매출도 37조4,000억 원에서 72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주력사업인 에너지와 통신 등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장 이면에 성장통도 있었다. 지난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최 회장은 황제경영을 버리고, “좋은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면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시스템을 만든다. 그 결과 투명 경영을 바탕이 된 SK는 지배·재무·사업구조가 탄탄한 그룹으로 재탄생한다. 회사가 설립이 된지 55년이 된 SK는 올해를 글로벌기업 선포 원년, 글로벌 기업으로 100년을 채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기업을 지향하는 SK그룹의 미래와 최태원 회장의 경영리더십에 대해 알아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국의 미래 경제를 이끌어갈 경영인이다.
최 회장은 최근 경제주간지 ‘한경비지니스’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7.4%를 차지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 이어 9.9%를 차지해 2위에 뽑혔다. 그 뒤를 박현주(미래에셋그룹 회장, 8.7%), 정몽구(현대·기아차그룹 회장, 7.0%), 정의선(기아차 사장6.7%), 이구택(포스코 회장, 6.7%)등이 잇고 있다.
아시아 영향력 경제인 100인 선정
이재용 전무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삼성그룹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에 빗대 향후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철저한 검증절차를 통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1998년 그룹 총수에 오른 후 그룹의 자산을 2배나 불린 리더십이 돋보였다. 2003년 분식회계 사건 이후 지배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그룹의 체질을 바꾸었다.
특히 최근에는 SK그룹의 글로벌화를 진두지휘, 그룹의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는 등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2006년 9월. 홍콩에서 발행하는 아시아금융전문지‘아시아머니’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경제인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8년 9월 1일. 고 최종현 회장이 타계하자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승계 받아 그룹의 모테인 SK(주)의 대표이사에 취임한다.
당시 재계 일각에선 최 회장이 SK수장을 맡은 것을 놓고, 과연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최 회장이 거대 SK를 이끌 수 있을까하는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 회장은 개혁보다는 조직의 안정과 성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손길승 전 SK회장을 러닝 파트너로 추대해 투톱 체제로 그룹을 이끌었다. 손 전 회장은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도 인정한 전문 경영인이다.
외환위기 이후 몰아친 구조조정의 태풍을 정리하고 그룹내실을 다지기 위해 손 전 회장과 역할을 나눠 기업경영에 주력했다.
현재 외형상으로 뜯어보면 최 회장 체제 10년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 평가이다.
최 회장 취임 당시 재계 서열 5위로 34조 원 수준이었던 SK그룹의 자산은 올해 현재 72조 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재계 순위도 3위로 올랐다. 1997년 36조 원이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78조 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9천억 원에서 4조5천억 원으로 급증했다.
SK의 성공신화 뒤에 숨어있는 성장 진통이 있었다.
지난 2003년 초 발생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분식회계사건이다. 최 회장 자신은 물론 그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정도의 사건이었다.
분식회계 파문은 결국 최 회장과 손 전 회장 등 ‘투 톱’이 모두 구속되는 사태로 발전했다. 최 회장은 ‘6개월 옥살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렀다.
그해 4월에는 소버린자산운용이 SK의 지분 14.99%를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한다. SK는 한마디로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를 맞는다.
최 회장은 시련을 통해 기업 이미지 변신을 한다. 재벌체제의 병폐인 ‘황제경영의 종식’을 선언했다. 그룹 사령탑인 구조조정본부도 없앴다. 대신 회사의 실질적 최고 의사 결정기구로 ‘이사회’를 선택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을 통한 지배·재무·사업구조 도루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된 선진형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에너지·통신 주 동력원으로 성장 이끌어
SK그룹은 에너지와 통신을 주력 사업이 성장했다.
SK에너지는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과 함께 지난달 총 51억 달러의 석유 수출액을 기록했다.
국내 수출 품목 가운데 석유 제품이 6월에 이어 2달 연속 1위를 기록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올해 석유 수출액 역시 선박,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 효자 품목을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한국에서 석유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SK에너지는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16개국 29광구개발에 참여했다. 보유한 지분 원유만도 5억 배럴이다. 우리나라가 약 7개월 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SK에너지는 중국의 아스팔트 사업과 러시아의 윤활유 사업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국내 통신 최고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동통신 부분에서 경쟁사와 큰 격차를 벌이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직간접적인 통신 사업을 통해 글로벌 통신 사업자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2위 초고속인터넷 업체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 유무선 통합 컨버전스는 물론 기존 자회사에 하나TV 서비스 등을 통해 콘텐츠 업체로서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최 회장은 한국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 해외시장개척을 통해 글로벌SK그룹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칸이 세계를 호령했던 것처럼, SK가 통신과 에너지기업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올해부터 글로벌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모든 조직을 글로벌체제로 바꿨다.
“칸처럼 세계를 호령하는 SK 만들겠다”야심
최 회장은 글로벌 경영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에도 미국, 중동, 유럽, 페루 등의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글로벌 경영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도 15차례에 걸쳐, 90일 이상을 해외 각지를 직접 발로 뛰며 글로벌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계산해보면 한 달 중 일주일 이상을 해외 현장에서 보낸 셈이다.
이러한 회장이 직접 발로 뛰는 글로벌 경영의 성과는 그룹 전체의 해외 수출로 연결돼 2005년 수출 200억불 돌파에 이어 지난해 수출 270억불, 올해는 300억불 이상의 해외 수출이 전망되고 있고, SK에너지는 지난해 매출 24조 6천 여 억 원 중 50%를 해외 수출 부문에서 달성했다.
미래성장 동력 통해 100년 기업 만들기
기업의 미래는 성장 동력에 달려있다.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며 세계적인 기업인 폴라로이드사 등이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R&D(연구개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회장이 기업경영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에너지와 통신 분야에 대한 R&D이다. R&D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이 단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1박2일 일정으로 SK그룹의 미래성장 원천이 될 생명공학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연구, 개발하는 대덕 연구단지의 SK기술원을 찾아 젊은 연구원들과 그룹의 장래를 짊어질 연구개발과제들을 두고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인바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특히 신재생 에너지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앞으로 우리가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사업 분야는 기후변화와 환경, 식량과 에너지 등과 관련된 분야로 이런 분야에서 열심히 기회를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은 지난 19일 고 최종현 회장 추모10주년 사진전에서 밝힌 추모사를 보면 알수 있다.
이날 최 회장은 "패기와 열정을 (고 최종현 회장에게) 물려받았다"며 ""최근 광고에 나오는 '생각이 에너지'라는 개념과 비슷한 것이다. 앞으로 10년을 패기와 열정을 통해 개척“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에너지, 환경, 생명과학 분야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경영리더십은 행복경영이다. 가족에서부터 사회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행복경영이다. 이를 위한 사업이 에너지와 통신이라는 것이다. 에너지는 사람을 따듯하게 하고, 통신은 사람과 사람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글로벌과 변화, 속도, 행복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업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선 스피드와 유연함으로 미래 행복의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그 행복의 파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이를 통해 좀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 회장의 경영리더십은
‘행복경영’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옛말처럼 변화의 문턱에 선 SK 최태원 체제. 현재 성공한 기업인으로 정상에 섰지만, 10년 후 어떤 기업인의 모습으로 남아있을까에 재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경호 기자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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