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 전라도 순천(順天)의 송광사(松廣寺)는 많은 종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특히나 예쁘고 몸매가 뛰어난 계집종들이 많았다.
수행하는 여러 젊은 스님들이 밤낮으로 그들과 마주치니 그네들이 풍기는 분(粉)향내의 조화로, 때때로 불끈 솟는 음심(淫心)에 흔들리는 불심(佛心)을 추슬러야 했다. 그 중에 삼보(三寶)라는 스님은 유혹의 늪을 헤쳐 나오지 못하고 여색에 빠져 난잡한 행동을 일삼았다.
또 계집종 가운데 미색이 출중한 하나를 마누라마냥 데리고 살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행(淫行)을 벌였다. 절은 스님들의 예불소리와 계집종의 간드러진 신음소리가 절묘하게 뒤섞인 기성(奇聲)을 만들어냈다.
여러 명의 주지스님이 바뀌면서 삼보의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아 보려했으나, 오히려 삼보의 간계(奸計)에 넘어가 절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또 한분의 주지스님이 견디지 못하고 떠난 뒤 성총(性聰)이란 스님이 주지로 임명되어 왔다. 성총스님은 법명의 뜻처럼 성품이 곧고 엄정해서, 예불을 알리는 종이 울려 모든 스님들이 법당으로 들어갈 때, 삼보를 만나면 쳐다보지도 않고 싫은 기색을 보였고, 삼보가 인사를 건네도 못 본 체하며 그를 상대해 주지 않았다.
“큰 스님 소승에게 언짢은 것이라도 있습니까?”
법당에서 예불을 마치고 나오는 성총의 앞을 가로막아서며 삼보가 물었다.
“뉘시오? 저를 아십니까?” 성총이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큰 스님 저... 삼보...” 삼보가 당황하며 말을 잇질 못했다.
“빈도(貧道)는 댁을 모르는데, 댁은 빈도를 잘 아는 것처럼 대하니 쯧쯧 뭔가 단단히 착각 하셨나 보우.” 성총이 안타까운 듯 혀를 차며 삼보를 지나쳐 갔다.
완전히 무시당한 삼보는 오늘 받은 수모를 꼭 돌려주리라 우두둑우두둑 이를 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처소로 돌아온 삼보는 계집종의 온갖 아양도 반갑지 않았다.
“서방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계집종이 굳은 삼보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물었다.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니 개의치 말거라.” 삼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계집종은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저고리와 겉치마를 차례로 벗었다.
‘어떻게 요망한 중을 골려준다?’ 삼보의 머릿속은 온통 이런 생각뿐이었다.
계집종이 웃을 하나하나 벗을 때마다 풋풋한 살 냄새와 어우러진 분 향내가 피어오르며 삼보의 코끝을 간질였다.
어느덧 계집종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삼보의 겉에 누웠다. 계집종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며 삼보의 가슴과 사타구니 사이로 조금씩 그 영역을 뻗쳐나갔다.
계집종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찌릿한 느낌을 받으며 계집종을 품으려는 찰나였다.
“그래 이것이야.” 삼보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서방님 이것이라니요?” 계집종이 당황하며 물었다.
삼보는 계집종의 물음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입 안 가득 미소를 머금고 헐레벌떡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날 밤 삼보는 절에 속한 계집종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계집종들은 영문도 모르고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리며 하나둘 모여들
었다.
삼보는 모인 계집종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 차례차례 계집종들의 미색과 자태를 유심히 살폈다.
“너는 아니고... 너도 좀... 쓸 만한 계집이 이리도 없을까...”
다시금 삼보의 표정이 어두워져 갈 때였다. 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요염한 자태의 나이어린 계집종이 가늘고 긴 턱 선을 살짝 들어 호기심어린 눈으로 다가오는 삼보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삼보는 관세음보살을 마주하듯 한동안 그 자리에 멈춰서 쳐다만 봤다.
“넌 처음 보는 여식인데?”
“엊그제 들어와 인사 올릴 겨를이 없었습니다. 스님” 어린계집종이 옥구슬 굴리듯 간드러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는고?” 삼보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열여덟이옵니다. 스님”
삼보는 어린계집종을 방으로 들여 여러 가지를 일러주고 다음날부터 성총의 빨래와 잔심부름을 담당하게 하였다.
어린계집종이 화장을 진하게 해 향내를 피웠고, 걸을 때마다 치맛자락이 날리며 살며시 자신의 미끈한 다리를 뽐내었다. 세월이 흐르며 성총은 그 향기와 요염한 태도에 조심씩 매료되어 정신의 혼란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성총의 세안수를 내어 가기위해 어린계집종이 방에 들었다.
요염한 자태의 어린계집종의 둔부를 쳐다보다 성총은 더 이상 정욕을 참지 못하고 계집종을 끌어안고 바닥에 뉘었다. 계집종은 당황한척 이리저리 몸을 뺐다. 성총은 계집종의 앙탈에 더 큰 정욕을 불사르며 계집종의 겉옷을 벗겼다.
“이것이 무엇이냐?” 성총이 계집종의 사타구니 사이 둔덕을 만지며 놀리듯 물었다.
“아~아, 그것은 홍합성이지요.” 계집종이 가는 신음을 뱉으며 대답했다.
성총이 계집종의 몸, 이 구석 저 구석을 희롱하며 범하여갔고 계집종은 맥없이 허물어지며 음희의 진맛을 느껴가고 있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계집종이 부풀어 오른 성총의 양물을 쥐고 물었다.
“그것은 우득장군이란다!” 성총이 득의양양(得意揚揚)하게 대답했다.
계집종이 실눈으로 눈동자를 굴리며 양물을 이리저리 훔쳐보았다.
“내 지금 우득장군으로 홍합성을 공격할 터이니, 네가 한번 막아보도록 하여라.” 성총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양물을 계집종의 옥문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이 광경을 밖에서 엿보던 삼보는 가지고 간 나팔을 세 번 힘차게 불고는 웃으며 달아났다.
성총은 밖에서 들려오는 나팔소리가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개의치 않고 홍합성 함락에 힘을 쏟았다.
다음날 종소리와 함께 법당으로 가면서 성총이 삼보를 만났다. 여느 때처럼 성총은 삼보를 보며 눈살을 잔뜩 찡그렸다. 이에 삼보가 엎드려 넙죽 큰절을 성총에게 올렸다.
“이게 뭔 짓이냐?” 성총이 언짢게 물었다.
“우득장군께옵서 홍합성을 공격할 때 제가 나팔을 세 번 불어준 일등공신(一等功臣)입니다.” 삼보가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성총은 얼굴이 붉어져 아무 말도 못했다.
이날 이후 삼보는 주지를 능가하는 힘으로 난잡한 행동을 더욱 일삼았다.
이 설화는 어면순(禦眠楯)에 수록되어 전하는 설화로 계교(計巧)를 써 훼절시켜 부끄럽게 한다는 내용으로 후대 이 계열 설화나 소설의 바탕이 되었다. 이 설화 이외에도 스님들의 타락상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설화들이 많은 이유는 아마도 조선의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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