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탁이 끝났어?”
미첼이 반문했다.
“아기가 운다고 해서 왔어.”
“어디가 아픈 모양이야. 울다가 거품을 흘렸어. 이제 괜찮은 모양이야.”
잔느가 아기의 입에 묻은 거품을 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았다. 미첼은 아기를 안아서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아기의 숨결은 이내 평안해졌다. 창백했던 얼굴도 온화해졌다. 미첼은 아기가 평안해지자 다시 세탁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녀가 세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기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잔느는 누가 보기에도 애처롭게 울었다. 그녀는 아기의 죽음이 자기 탓이라고 하면서 자책했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미첼의 남편 피에르는 잔느를 위로했다. 아기가 죽은 것은 어쩔 수없는 일이며 잔느의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죄송해요. 형부….”
“우리 모두 슬픔을 극복해야 돼.”
“언니 나도 아기가 죽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잔느의 얼굴은 눈물로 걸레처럼 젖어 있었다. 미첼은 잔느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의사는 아기의 사인을 단순한 ‘경련’이라고 진단했다. 갓난아기의 경우 돌연한 경련으로 사망하는 일이 자주 있다는 의사의 말에 아무도 잔느를 의심하지 않았다.
미첼의 아기가 죽은 지 9일이 되었을 때였다. 피에르와 미첼은 죽은 아기의 언니인 두 살짜리 스잔느를 잔느에게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외출했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왔을 때 스잔느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맙소사!”
피에르와 미첼은 망연자실했다. 막내딸이 죽은 지 불과 9일밖에 안되어서 아장아장 걷던 큰딸이 죽은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두 번씩이나 일어난다는 말이야?”
피에르는 통곡을 하고 울었다.
“내 잘못이야! 모든 것이 내 잘못이야!”
잔느는 슬픔에 잠겨 울고 있었다. 피에르와 미첼은 이번에도 잔느를 의심하지 않았다. 입가에 거품이 흘러나온 흔적이 있었다.
의사는 여전히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경련’이라고 썼다. 목 근처에 붉은 반점이 지난번처럼 남아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피에르의 형 부레옹은 잔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피에르의 작은 딸이 죽은 것은 3월2일, 큰딸이 죽은 것은 3월11일인데 정확하게 2주일이 지난 3월25일 잔느를 집으로 불렀다. 그들의 집은 가까이에 있었다. 불행한 일을 당한 것은 피에르와 미첼이었으나 잔느도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우연히 두 번씩이나 아기가 죽는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쇼핑을 하러 나갔다가 올께 아기 좀 봐줘요.”
부레옹이 말했다. 부레옹 부부에게는 7개월 된 딸이 있었다. 잔느는 쾌히 응낙했다. 부레옹 부부가 쇼핑을 하러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1층에 살고 있는 할머니가 아기가 맹렬하게 우는소리를 들었다. 할머니는 2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아기는 맹렬하게 울면서 경련 상태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아기를 안아서 쓰다듬어주자 간신히 숨결이 가라앉았다.
“아기가 아픈 모양이에요.”
잔느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할머니는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할머니가 2층에서 내려온 지 5분도 되지 않았을 때 아기가 또 다시 맹렬하게 울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2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아기의 목에는 붉은 반점이 하나 있었는데 여전히 숨이 가쁘고 얼굴이 창백하여 숨이 넘어갈 듯이 울고 있었다. 그때 쇼핑을 갔던 부레옹과 부인이 돌아왔다.
“아기가 몸이 좋지 않은 것같아요.”
잔느가 부레옹에게 말했다. 이튿날 잔느가 부레옹을 다시 찾아왔다. 그녀는 아기가 걱정이 되어 왔다고 말했다. 부레옹 부부는 잔느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기는 어때요?”
잔느가 부레옹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마침 잘 왔어요. 우리는 외출할 일이 있는데 아기 좀 봐주세요.”
부레옹과 부인은 1층의 할머니로부터 아기가 맹렬하게 울었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그것이 잔느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기들은 울 수도 있는 것이다.
“알았어요.”
잔느는 부레옹에게서 7개월 된 아기를 받아 안았다. 아기는 생글거리고 웃고 있었다. 그러나 부레옹과 부인이 쇼핑에서 돌아왔을 때 아기는 거짓말처럼 죽어 있었다. 부레옹의 부인은 아기를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의사는 사인을 디프테리아라고 진단했다. 다음날 부레옹의 딸 장례식이 공동묘지에서 있었다. 잔느는 자기 아들 마르셀과 함께 자택에 남아 있었다.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 마르셀은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우리 가족에게 이런 불행이 찾아오다니….”
사람들은 아들을 잃은 잔느를 위로했다. 잔느는 마르셀을 끌어안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4월5일이었다. 잔느는 피에르의 부인과 샤를의 부인을 집에 초대했다. 샤를 역시 웨버의 형제였는데 10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왔다. 피에르의 부인은 잔느에게 언니가 되었고 샤를의 부인은 사돈이다. 그들은 점심 식사를 한 후에 샤를의 아들을 잔느에게 맡기고 쇼핑을 갔다. 그들이 돌아왔을 때 샤를의 아들이 맹렬하게 울고 있었다. 샤를의 부인이 아이를 안아서 살피자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고 목에는 붉은 반점이 있었다.
“이건 네가 목을 조른 거야!”
샤를의 부인은 잔느를 추궁했다.
“아기를 돌봐주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살인자라는 얘기야?”
잔느는 맹렬하게 화를 냈다. 샤를의 부인은 아이의 상태가 다급했기 때문에 일단 병원부터 데리고 갔다. 다행히 아이는 죽지 않고 살아났다. 그녀는 의사에게 잔느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잔느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때 공교롭게도 네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샤를의 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집중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잔느의 세 아이가 모두 경련 상태에서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잔느는 언제나 아이들이 죽는 현장에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몇 년 전에 잔느가 돌보던 아이 둘도 똑같은 상태로 죽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파리 경찰은 긴장했다. 이것이 살인사건이라면 잔느는 8명의 갓난아기를 살해한 살인마라는 것이 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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