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34화>
조선 성 풍속사 <제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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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9-27 17:10
  • 승인 2007.09.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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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음행(淫行)을 실토(實吐)하다

한 시골마을에 금실(琴瑟) 좋은 젊은 부부가 한 청년과 이웃하며 살고 있었다.

그 부인은 강물에 비친 아름다운 얼굴에 반해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을 잊고 가라앉았다하여 ‘침어(侵魚)’란 별칭으로 불린 중국 춘추전국시대 월(越)나라의 미녀 서시(西施)와 견줄 만큼 미색은 뛰어났으나, 외모와는 상반되는 맹한 구석이 있었다.

마을의 사내들은 노소불문하고 그 부인과의 달콤한 호합(好合)을 꿈꾸며 밤낮없이 호시탐탐 집 주위를 얼쩡대기 일쑤였고, 그 사내들 중에서도 옆집 청년의 부인에 대한 흠모는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이러한 마을 사내들의 지나친 관심에 남편은 늘 노심초사하여 부인의 바깥출입을 경계하고 막아왔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부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마을 사내들의 관심도 자연히 수그러들게 되었다.

하지만 남편의 이러한 노력의 성과에도 음흉한 눈으로 부부의 집을 지켜보던 청년의 눈길은 피해 갈 수 없었다.

어느 날은 남편이 수 백 여리 떨어진 친척집에 급한 볼일이 생겨 집을 비워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부인을 혼자 남겨두고 길을 나서야하는 남편은 부인에게 자신이 돌아오는 이틀 동안만은 절대 방 밖으로 나서는 일이 없어야하며 밤에도 호롱불을 밝히는 일이 없어야한다고 신신당부하고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볼 수 없는 새벽녘에 길을 떠났다.

부인이 아침준비를 위해 방을 나서는 시간에 맞춰 이른 아침에 일어난 옆집 청년은 문구멍으로 담 너머 부부의 집을 살폈다. 그런데, 부부의 집에서 느껴져야 할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분명 부인이 방에서 나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자 이상타 여기며 청년은 그 날 하루 종일 부인과 남편의 행방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하며 보냈다.

‘저녁이 되어서도 부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걸 보면 분명 야반도주(夜半逃走)를 하였거나 무슨 변고가 생긴게 틀림없을게야, 내일 아침에도 부인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면 내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청년은 부인의 행방에 대해 골몰하다 일찍 잠이 들었다.

첫 닭이 울자 청년이 눈을 번쩍 떴다. 아직 어둠의 장막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세 번째 닭이 울고서야 여명이 밝아왔다. 청년은 담장 앞에 서서 부부의 집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서 쳐다보았지만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았다.

청년이 담을 풀쩍 뛰어넘었다.

‘혹시 부부가 돌아온 것이 아닐까!’ 청년은 불안한 마음에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겼다.

청년이 부부의 방문 앞에 당도했을 때였다. 거침없이 요강의 벽면을 때리는 힘찬 여인네의 물줄기소리가 방안에서 들려왔다. 그 맑게 들려오는 소리에 감격하며 두 손으로 입을 막지 않았다면 청년은 탄성을 내지를 뻔했다.

물줄기소리가 걷히고 다시금 정적이 찾아왔다. 청년은 귀를 쫑긋 세우고 방안에서 들리는 미세한 소리들을 분석했다. 분명 가늘게 들리는 여자의 숨소리뿐이었다.

청년이 재차 확인하듯 툇마루아래를 살피니 짚신짝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청년은 신고 있던 신도 벗지 않고 툇마루를 가로질러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살짝 문고리를 잡아당기니 문은 안쪽에서 걸려있었다. 청년이 순간적인 힘을 가하며 문고리를 잡아당기자 문은 맥없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
다. 방안으로 뛰어드니 희뿌연 살갗이 드러나는 얇은 속치마 차림의 부인이 놀란 토끼눈을 뜨고 당황하며 청년을 바라보았다.

“뉘...뉘시오?”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청년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부인에게 달려들었다. 부인의 젖무덤과 목덜미를 입술로 거칠게 애무하며 한손으로는 저항하는 부인의 팔을 잡고, 다른 한손으론 부인의 둔덕 깊은 곳을 공략했다. 속곳을 입지 않은 부인의 둔덕은 쉬운 희롱의 대상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부인의 입술이 벌어지며 엷은 신음이 간간이 쏟아졌다. 청년은 아침에 충만한 양기의 기운과 그토록 흠모하던 부인의 육체를 범하고 있다는 기운이 중첩돼 육중하게 부풀어 오른 양물을 부인의 깊은 곳으로 찔러 넣으며 호합에 성공했다.

부인은 본능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잠재우지 못하고 저항하는 것을 멈췄고 청년과의 질퍽한 음희(淫戱)에 온몸을 맡겼다.

반나절 동안 서로를 탐닉하다 훗날의 기약도 없이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으로 돌아갔다. 부인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다가 문득 남편이 알까 두려운 생각이 들어 의복을 갖추고 한걸음에 관가로 달려가 청년을 고발했다.

울며 자신의 원통함을 풀어 달라며 관장에게 하소연하니 관장이 의아하며 물었다.

“청년이 강제로 위협을 가할 때, 왜 저항하지 않고 응했던 것이냐?”

“청년의 기운이 어찌나 세던지, 한 손으로 내 두 손을 잡고, 또 한손으로는 내입을 막았으며, 또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양물을 잡아 내 몸에 억지로 밀어 넣는데, 연약한 여자인지라 심한 저항을 할 수 없었습니다, 헤아려주십시오.”

부인의 얘기를 들은 관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네 이년 어찌 관장을 능멸하려 드느냐?”

“예? 그 무...슨...?”

“분명 사람의 손은 둘인데, 손을 잡은 손과 입을 막은 손 외에, 또 무슨 손이 있어서 그것을 잡아 네게 밀어 넣었단 말이냐?” 관장이 거짓 증언이라며 호통 쳤다.

이에 부인은 당황하며 한동안 말없이 그 상황을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 보건데 음경을 잡고 밀어 넣은 손은 분명, 그 청년의 손이 아니라 제 손이었습니다. 하오나 그것은 저로서도 어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음을 헤아려주시옵소서.” 부인이 대답하곤 울음을 터뜨렸다.

이 말을 들은 관장은 박장대소했다.

“내 너에게 죄를 묻지 않을 터이니, 그만 울음을 그치고 집으로 돌아가 남편을 맞도록 하여라.” 관장이 부인을 달래어 돌려보냈다.

집으로 돌아온 부인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며 남편을 맞았고 부부는 오래도록 행복했다 전한다.

이 얘기는 기문(奇聞)에 수록된 설화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얘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시켜는 설화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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