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마스미와 하야시 겐지의 범행에서 보듯 목적을 위하여 더욱 잔인해지고 엽기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살인사건은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해 지면서 더욱 잔혹해지고 있다.
1994년 전국을 경악케 한 지존파 사건이 발생했다. 일당 5명의 살인마들은 살인과 시체 소각을 위한 특수 감옥과 소각로까지 만들어놓고 고급 승용차 등을 탄 사람들을 납치하여 엽기적으로 살해하여 추석을 앞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준 것이다. 이들은 지옥의 살인사건 현장을 탈출한 한 여성에 의해 신고 되어 1993년 7월부터 1994년까지 5명을 살해한 뒤 시체를 암매장하거나 소각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구속되었다. 이들은 조직범죄단 `지존파’를 결성하여 범죄 행위를 저질렀고 두목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태였다.
지존파는 9월13일에 납치했던 울산 삼정기계 사장 소윤오씨(42) 부부를 가스총으로 쏘아 쓰러뜨린 뒤 포터 트럭 뒤 칸에 싣고 와 아지트 지하 감옥에 가둔 뒤 살해하고 소각하는 만행을 저질러 수사하는 형사들까지 놀라게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현양(22세) 강동은(21세) 강문섭(20세) 문상록(23세) 백병옥(20세) 등 지존파 일당 5명을 구속하고 강간치상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돼 있는 두목 김기환(26세)에 대해 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지존파 조직원들은 지난해 8월에는 같은 조직원인 송봉은(23)을 살해한 뒤에 암매장하기까지 했다. 또 93년 7월에는 살인연습을 한다며 충남 논산의 길에서 23세가량의 여자를 무작위로 납치한 뒤에 살해하여 암매장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돈 있고 빽 있는 자의 것을 빼앗고 그들을 죽인다’ 등의 행동강령을 만들어 부유층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와 살육 행각을 벌였으며, 심지어
사체 일부를 먹은 사실도 드러나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지존파의 범인들은 구사일생으로 도망친 카페 종업원 이영숙(가명 : 23세)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될 때까지 그 존재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영숙이 목숨을 걸고 탈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대량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들은 대규모의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살인 예행연습’과 ‘식인’을 했고 배신자를 잔인하게 살해하여 암매장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종업원 생활을 하고 있던 이영숙은 1994년 9월8일 새벽 3시, 카페 밴드마스터인 이종현(가명 : 36세)의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경기도 양평군 와부읍 양수리를 즐겁게 드라이브하고 있었다. 카페의 일을 끝내고 경치가 좋은 양수리를 드라이브하는 것은 가끔 있었던 일이었다.
차가 양수리 못미처 한적한 국도를 달릴 때였다. 갑자기 르망 승용차가 앞을 가로막고 포터 화물차가 뒤를 막았다.
“이 자식들이 뭐하는 짓이야?”
이종현은 차를 급정거 시키고 르망 승용차 운전수에게 항의를 하기 위해서 그랜저에서 내리려고 했다. 그때 승용차에서 건장한 사내들이 후다닥 뛰어내렸다. 이종현은 일순 당황했다. 사내들은 그에게 가스총을 쏘아대고 입과 눈을 테이프로 가렸다. 이영숙은 차밖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비명을 질렀다. 사내들은 차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영숙에게도 테이프로 입을 틀어막고 눈을 가렸다.
“조용히 해. 조용히 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어!”
사내들은 이종현과 이영숙을 강제로 화물차에 태웠다. 이영숙은 공포와 불안에 떨었다. 화물차는 전속력으로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이영숙은 사내들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고 자신이 끌려가야 하는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이영숙은 전신을 엄습하는 공포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화물차는 쉬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달린 것일까. 이영숙과 이종현이 끌려간 곳은 전라남도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라는 곳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곳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영숙과 이종현은 지하실 철창 안에 갇혔다. 이영숙은 정신을 잃었다가 간신히 눈을 떴다. 그녀가 눈을 뜨자 사내들이 밥을 주었다. 이영숙은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이영숙은 밥을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밥을 먹지 않겠다고? 먹는 것이 좋을 거야.”
사내들은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이영숙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밥이 입에 넘어가지 않았다.
“여기 온 여자들은 잘난 척하면서 밥을 먹지 않다가 죽었어.”
누군가 이영숙을 향해 이죽거렸다. 그리고 그들은 이종현과 이영숙에 대해서 경찰이 수사를 하듯이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요 목적은 돈이었다. 사내들은 모두 다섯이었다. 그들은 이영숙이 예쁘다면서 얼굴을 만지거나 머릿결을 쓰다듬기도 했다. 이영숙은 그럴 때마다 소름이 오싹 끼쳤다. 사내들이 이영숙을 차례로 성폭행했다. 이영숙은 눈을 질끈 감고 피눈물을 흘렸다.
“우리와 함께 지내려면 이런 책을 읽은 것이 좋을 거야.”
사내들은 성폭행을 끝낸 뒤에 이영숙에게 뼁끼통과 야인이라는 책을 던져주었다. 이영숙은 사내들이 악마와 같은 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몸서리를 쳤다. 시간은 몹시 더디게 흘러갔다. 이영숙은 어떻게 하던지 탈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탈출을 하지 않으면 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엄습해 왔다.
이튿날 밤이었다. 사내들이 이종현과 이영숙에게 소주와 맥주를 먹이기 시작했다. 사내들은 이종현과 이영숙에게 구토를 할 정도로 강제로 술을 마시게 했다. 이영숙은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정신이 몽롱했다.
“계속 마시라구. 마신 뒤에 죽으면 아저씨는 음주운전으로 죽은 걸로 되는 거야.”
사내들이 낄낄대고 웃으며 말했다. 사내들도 술이 취해 있었다. 이영숙은 술이 취해 엉금엉금 기었다.
“아가씨도 죽게 될 거야. 그러나 아가씨는 고통없이 죽게 해주지.”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사내들은 이미 이종현과 이영숙을 취조하듯이 샅샅이 조사를 했었다. 그 결과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이종현과 이영숙이 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죽이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이영숙은 공포에 사로잡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살려만 주면 무슨 짓이든지 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을 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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