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원내대표 국정원 장악(?) 내막
홍준표 원내대표 국정원 장악(?) 내막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8-08-26 14:56
  • 승인 2008.08.26 14:56
  • 호수 748
  • 1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기 대권 필수 코스 ‘국정원’ 잡아라

요즘 들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국정원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다. 지난 7월초 북측의 금강산 피격사건이 터지자 국정원에 일갈을 한 이후 국정원을 장악하려는 모습이 현저하다. 검사 시절 국정원으로 파견나간 경험이 있어 국정원과 연 또한 남다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홍 의원의 국정원 장악 배경에 ‘정보력’을 들고 있다. 검찰로부터는 진작 ‘왕따’를 당했고 경찰 정보력은 국정원에 비해 고급정보력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정원을 장악하겠다는 복안이 숨겨져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 뒤에는 차기 대권행보에 맞물려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회창 전 총재나 이명박 대통령 역시 대통령 후보시절 국정원의 보이지 않는 지원을 받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국정원과 인연은 그가 검사 시절 검찰조직으로부터 ‘왕따’를 당해 파견 나간 것이 첫 인연이 됐다.

이후 15대, 16대, 그리고 18대 국회에서 잇따라 국정원이 피감기관인 정보위에 있으면서 국정원이라는 조직을 잘 알게 됐다. 그런 그가 지난 15일 북측의 금강산 피격 사건이 터지자 국정원을 향해 일성을 가했다. 당시 국정원의 보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국회 정보위에 활동했던 여야 의원들은 눈치를 채고 있었다. 하지만 공식석상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홍 원내대표가 처음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당시 “국정원은 월급을 받고 뭐하는 집단인지 알 길이 없다”며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정보위원장 최병국 내정 배경은?

이후에도 홍 원내대표의 국정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력은 계속됐다. 가장 가시적인 것은 최병국 의원의 정보위 위원장 내정이다. 최 의원은 검사출신으로 홍 원내대표와 같은 밥을 먹은 인사다. 정보위원장에는 권영세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홍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최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을 정보위원장으로 내정했다.

도내정 과정에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문서를 통해 상임위원장을 미리 내정해 전문성, 선수. 연령, 지역 안배를 했다며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 팩스로 발송했다.

관례상 경선을 치루겠다는 경쟁자가 있을 경우 공석으로 하고 경선 공고를 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입맛대로 상임위원장을 내정한 셈이다.

이후 권영세 의원은 경선 참여를 선언했고 최 의원과 대결에서 78표를 각각 동수를 얻어 선방했다. 특히 한 표의 경우, 도장이 권 의원과 최 의원의 사이에 찍혀 ‘무효표’ 처리될 경우 권 의원이 1표차로 승리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관위에 문의한 원내대표실에서는 도장이 많이 찍힌 최 의원 표로 인정 가부동수가 돼 연장자 우선이라는 이유로 최 의원이 당선됐다.

권 의원 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배려심이 없다’며 홍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숨기질 않았다. 특히 경선에 참여할 경우 해당 정보위에서 배제된다는 기준을 내세운 홍 원내대표는 권 의원이 정보위로 오는 것 자체를 차단시켰다.

아울러 홍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장이면서 정보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국정원에서는 최 정보위원장보다 정보위원인 홍 원내대표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묘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처럼 홍 의원의 정보위원장에 대한 욕심이 공식적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과 관련해서 궁금증이 일었다.

여권의 한 인사는 “국정원이 알게 모르게 홍 의원의 장악에 기세가 줄어드는 것 같다”며 “지난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 금품 살포 파문으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과 각을 세울 당시 국정원이 김 최고위원에 대한 정보를 원내대표실에 건넸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맹형규 정무수석이 유한열 고문으로부터 국방부 납품 비리로 연루돼 <일요서울>이 처음으로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정원이 원내대표실에 정보를 건네 홍 의원이 맹 수석에게 사전에 언질을 해줬다는 얘기도 소개했다.

사실 그동안 국정원은 음지에서 작업을 했지만 정보력만큼은 정보기관 중 단연 뛰어났다. 특히 대국회 정보활동에 있어 경찰이나 검찰이 국정원을 따라올 수 없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바다이야기 파문이나 주수도 회장 다단계 피해 사건 등 사회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곳이 바로 국정원 보고서였다.


국정원 장악 대권행보 ‘가속화’

이처럼 국정원의 정보 수준이 타 정보기관에 비해 구체적이고 신뢰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치권 인사들은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굵직굵직한 정치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국정원 발 소식은 각광을 받아 온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전당대회, 원내대표 선출, 상임위원장 경선에 투표 숫자까지 나오면서 ‘누가
된다’는 국정원 발 정보는 국회에서 흔하게 목도할 수 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이 특정 후보에 줄을 섰다는 얘기는 단골 메뉴였다. 특히 97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맞대결을 펼친 이회창 전 총재의 경우 국정원 간부가 대선 기간에 비공식적으로 보고서를 올렸다는 얘기는 진부한 얘기가 될 정도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 박근혜 전 대표와 경선을 치룰 당시부터 국정원 캠프 보고설이 흘러나왔다. 이명박 캠프에서 전직 국정원 직원이 선거운동을 벌인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결국 큰 꿈을 꾸고 있는 홍 원내대표 역시 이런 정치 현실을 감안해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 실세 일 때 국정원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성호 현 국정원장이 언제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홍 원내대표가 가장 확실하게 국정원을 장악하는 지름길은 자기 사람을 국정원 요직에 보내는 게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