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배신… 어긋난 그녀의 삶
남자들의 배신… 어긋난 그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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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8-09 16:40
  • 승인 2007.08.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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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아파트단지의 머리 없는 시체

얼마 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머리 없는 시체가 발견되어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자살사건으로 밝혀졌지만 머리 없는 시체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시체는 아파트단지의 출입구 앞에 떨어져 있었다. 묘령의 젊은 여인은 청바지와 검은 색의 긴소매 스웨터 차림으로 젊고 상당한 미모를 갖고 있었다. 다행히 몸통에서 떨어져 나간 머리는 몸통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잔디 화단에서 발견되었다.

몸통이 발견된 곳에서 좌측으로 20여m나 떨어진 지점으로 가을이라 들국화가 잔뜩 피어 있었다. 경찰은 우선 육안 검시를 했다. 여인의 청바지는 지퍼가 내려가 있어서 흰색의 속옷이 보였고 스웨터는 위로 걷혀져 있어서 흰색의 브래지어가 보였으나 성폭행을 당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시체의 지문을 떠서 신원을 확인했다. 비참하게 죽은 여자는 강원도 춘성군에 본적지가 있는 조영란(가명·28세)이었다.

경찰은 20여일 동안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조영란은 강원도 춘성군에서 자란 평범한 여자였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자 서울에 올라왔다. 얼굴이 비교적 예뻤던 그녀는 서울에 올라와 미장원이나 조그만 회사의 경리사원으로 일을 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방 종업원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녀가 차를 배달하게 된 곳은 동대문구 보문동. 시장 근처에 다방이 있었기 때문에 인근 점포로 배달이 많았다.

그녀는 누구나 그렇듯이 열심히 일을 하여 주인의 신뢰를 받았다. 다방 아가씨 생활은 차를 파는 것이기 때문에 유혹이 많았다. 그녀는 유혹을 완강히 거절했으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바람에 한 남자와 사귀게 되었다. 그 남자는 부인이 있는 남자였다. 처음에는 부인과 헤어지겠다고 하더니 여러 달이 흐르자 그녀를 만나지 않기 위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조영란은 첫사랑이 떠나자 마음에 크게 상처를 받았다. 처음으로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한 남자였기 때문에 한동안 슬픔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때 다른 남자가 접근해 왔다. 그녀는 첫남자에게 배신을 당한 것을 앙갚음하기라도 하듯이 그 남자와 동거를 했다. 그러나 그 남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나버렸다. ‘남자들은 모두 똑같아’ 조영란은 남자들에게 실망했다. 조영란은 그 동안 여러 다방을 전전했다.

두 번째 남자가 떠난 뒤에는 경기도 김포와 강화까지 거쳤다. 김포와 강화는 티켓 다방이 한창 성행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나가 커피를 파는 대신 티켓을 끊은 손님들의 술시중을 드는가하면 소위 2차를 나가 매춘을 했다. 주인들 쪽에서 은근히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티켓 다방을 전전해도 돈은 벌 수 없었다. 주인들은 선금을 공제하고 화장품 값이니 옷 값 등 이런저런 이유로 월급을 공제하여 항상 용돈도 궁할 정도였다. 그녀는 티켓 다방 생활을 청산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신설동의 한 다방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배달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인근의 사무실과 음식점 사람들이 주로 와서 커피를 마셨다. 그녀가 신설동의 다방에서 일을 할 때 그 근처 음식점에서 주방장 일을 하는 사내가 다방을 자주 찾아왔다. 그녀가 옆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고 우연이었는지 알 수 없었으나 고향 춘성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은 김철규(가명), 그녀보다 세 살이 위였다.

조영란은 김철규가 좋아졌다. 김철규도 쉬는 날이면 그녀와 함께 영화를 보거나 술을 마셨다. 그렇게 여러 달이 흐르자 그들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기 시작했다. 조영란은 김철규에게 자신의 일생을 의탁하기로 했다. 그녀의 나이도 어느덧 25세였다. 이제는 결혼을 할 나이가 된 것이다. 김철규도 스물 여덟 살이어서 더 늦기 전에 결혼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면 어디서 살 거예요?” 조영란은 김철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물었다.
“고향에 부모님이 계시니까 고향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지.”
“부모님을 모셔야 돼요?” 조영란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부모님인데 모셔야지. 우리가 모시지 않으면 누가 모시겠어?”


"그녀가 다방에서 일을 할 때엔 많은 남자들이 손을 잡으려 하거나 그녀의 몸을 만지려고 했다. 그럴때면 그녀는 눈웃음을 치며 남자들의 손을 떼어내어 오히려 애간장이 타게 만들었다."



조영란은 이듬해 4월에 김철규와 결혼을 하고 강원도 춘성군으로 돌아가 시부모를 모시고 신혼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혼생활이 조영란의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았다. 꿈과 기대에 가득 차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으나 결혼생활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남편 김철규의 벌이도 시원찮았다. 조영란은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김철규와의 잠자리도 그녀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농촌 생활이 따분해지면서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녀가 다방에서 일을 할 때엔 많은 남자들이 손을 잡으려고 하거나 그녀의 몸을 만지려고 했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눈웃음을 치며 남자들의 손을 떼어내어 오히려 애간장이 타게 만들었다. 다방에 있을 때 그녀는 여왕처럼 군림할 수 있었다.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안달을 했고 그녀는 그러한 시절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원도의 시골 춘성군에서의 생활은 그녀를 깊은 절망 속으로 빠트리고 있었다. 조영란은 남편 김철규와 자주 싸우기 시작했다. 싸움의 원인은 조영란이 이웃 남자들과 수상한 소문을 뿌리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조영란의 옷차림이 가정주부답지 않게 난잡했다. 시골인데도 허벅지가 죄 드러나는 짧은치마를 입고 돌아다니는가 하면 블라우스도 커다란 가슴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앞이 패인 것을 입었다.

김철규의 입장에서 조영란을 간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영란이 김철규와 결혼을 하여 2년이 되어가던 날이었다. 춘성에서 사는 것이 숨이 막힐 것처럼 답답했던 조영란은 무단가출을 했다. 김철규는 조영란이 가출을 하자 사방으로 찾아다니기 시작하여 20여일 만에 돈암동의 한 다방에서 그녀를 찾아 춘성으로 데리고 왔다. 그러나 조영란은 춘성에서 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철규는 난감했다.

그는 그녀의 제안에 따라 시골에 부모를 남겨두고 서울에 올라왔다. 조영란은 찻집에서 근무하고 김철규는 음식점 주방에 나가서 일을 했다. 그들은 겉으로는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조영란이 일을 하는 찻집은 낮에는 차를 팔고 밤에는 맥주를 파는 변형된 술집이었다. 조영란은 그 곳에서 남자들에게 술을 팔면서 이따금 외박을 했다. 그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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