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유포 검찰수사 ‘따로잣대’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대구 달서을) 관련 선거법위반 수사를 놓고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해봉 의원은 지난 4월 3일 대구시선관위 주관 방송토론회에서 상대후보를 '신용불량자'라고 말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수사 중이다.
반면 거의 같은 시기에 유사한 사례로 고소당한 무소속 이무영 의원은 지난달 1심 재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중이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무영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소시점이나 사례가 유사한 두 사건을 놓고 검찰의 수사 진행속도가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무소속은 속전속결, 한나라당은 시간 끌기 아니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신용보증기금에서도 권 후보가 지금 신용불량자로 그렇게 규정되어 있는 것을 제가 그 쪽에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이 지난 4월 3일 제18대 국회의원 후보자 TV 토론회(대구 달서을)에서 상대 후보 권용범씨에게 던진 말이다.
TV토론회 후반부 후보자간 자유 토론 때 터져 나온 이 의원의 이 같은 돌출 발언으로 토론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권용범씨는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에 저는 신용불량자로 등제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것은 공직선거법위반임을 분명히 제가 주지시켜 드린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해봉 의원은 ‘확인해보라’고 맞장을 떴고, 권 후보는 “안 맞는다면 질문에 대한 책임을 져라”고 다그쳤다.
이해봉 의원 “법대로 하라”
토론회 다음날 권씨는 결국 이해봉 의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와 경찰에 고소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곧 경찰에서 검찰로 넘겨졌는데, 아직 검찰은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권용범씨는 “수사 의뢰한지 4개월이 지났고,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긴지도 오래 됐는데 검찰의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이무영 의원(전주 완산갑)은 총선 기간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에게 “장영달 의원은 민주화 운동으로 감옥에 간 것이 아니라 ‘북침설’을 주장하여 국보법으로 7년간 징역살이를 했다”고 발언했다.
이무영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하자 “흥분해 무의식적으로 '친북행위'를 말한다는 것이 '북침설'로 잘못 말한 것”이라며 “실수로 헛말이 나왔다”고 항변했다. 즉, 고의성이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을 묵살하고 즉시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검찰은 지난달 14일 징역 8월을 구형했다.
이어 법원은 지난달 24일 이무영 의원에게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의원의 발언이 “상대 후보에게 타격을 주려는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역시 ‘이해봉 의원의 사법처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의원의 발언이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고의성이 없고 죄를 물을 수 없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구지검 서부지청 김재옥 검사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현재 수사 중이기 때문에 진행사항을 외부에 알릴 수 없다”면서 “대외 브리핑은 차장 검사님 관할”이라고 밝혔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임상길 차장검사는 이 의원의 기소여부에 대해 묻자 “선거법은 공소시효가 발생일로부터 6개월이기 때문에 그 전에 결정 날 것”이라며 “현재 법리 검토 중인데 가급적이면 빨리 종결하려한다”고 밝혔다. 즉 여러 건의 유사 사례를 검토해 빠르면 이달 말쯤 기소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임 차장검사는 무소속 이무영 의원의 사례와 관련 “이무영 의원의 경우 추가 고발당한 경우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 사건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해봉 의원 측은"이미 모두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모든 것을 밝혀줄 것"이라며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의원 측은 "권 후보가 기업인으로서 올바르지 않은 것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신용불량자'라는 의미였다. 허위사실 유포는 아니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허위 인식’ 여부 놓고 법리 검토 중
그러나 권용범씨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고의성이 짙었다”면서 “실제로 이 의원의 거짓말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에 대한 기소여부는 검찰이 어느 쪽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느냐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이미 법원은 무소속 이무영 의원에 대해 "공식적인 토론회에서 근거 없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은 상대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의도가 충분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검찰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본지가 입수한 TV 토론회 녹취록
이해봉 의원: 참 이 말씀 안 드릴라케도 자꾸 이야기가 나오네요. 신용보증기금에서도 권 후보가 지금 신용불량자로 그렇게 규정되어 있는 것을 제가 그 쪽에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이하 생략)
권용범 후보: 지금 이해봉 후보께서 저보고 신용불량자로 신용보증기금에 등제되었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선거방송토론회에서 이런 말씀이 나오면 안 됩니다. 다시 한번 확인 드리는데 신용보증기금에 저는 신용불량자로 등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회사가 신용불량으로 등제되어 있고 저는 연대보증인으로 되어 있을 뿐 신용불량자로 등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공직선거법위반임을 분명히 제가 주지시켜 드리겠습니다.
이해봉 의원: 확인해보세요
권용범 후보: 확인이 만약 안 맞으면 거기에 대한 질문에 대한 책임을 이해봉 후보께서 지셔야 됩니다.
오경섭 기자 kbswa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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