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기독교 신자들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성스러운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성불가침의 교회에서조차 살인이 이루어져 세인들을 충격 속에 몰아넣는다. 왜 교회에서 살인을 하는가. 미국에서 발생한 도널드 파언 사건을 통해서 교회 안에서까지 살인을 하는 인간의 심리를 분석해 본다.
1942년 도널드 파언이라는 23세의 엔지니어가 미국 콜로라도주의 푸에볼로로라는 작은 도시 인근에 살고 있었다. 그는 기혼자였고 직장에도 충실했다. 그는 오래된 교회에서 살고 있었다. 그 교회는 붉은 벽돌로 건축된 그 지역의 유서 깊은 건물로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마지막 유물이었다. 푸에볼로로에서는 성스러운 주간을 거행하면서 남자 신자를 선발하여 예수 대신 십자가에 매다는 의식을 행하곤 했는데 그것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음으로써 인간의 죄악을 대신 짊어진 예수의 고행을 상기하고 죄를 짓지 말고 부활절을 맞이하자는 의미였다. 도널드 파언은 그 의식을 어릴 때부터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따금 남자 대신 여자를 발가벗겨서 십자가에 매다는 상상을 했다. 왜 남자만 십자가에 매달려야 하는가. 여자는 죄악을 갖고 있지 않은가. 도널드 파언은 여자를 십자가에 매다는 상상을 자주 했다.
도널드 파언은 권태에 젖어 있었다. 그는 그 지방에서 태어나 그 지방에서 학교를 마치고 결혼까지 그 지방에서 했기 때문에 인생의 여러 경험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있었다. 1939년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함으로써 미국은 본격적으로 전쟁에 가담하게 되었고 어디서나 화제는 전쟁에 대한 것
이었다.
도널드 파언은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전쟁에 나가지는 않았다. 그는 콜로라도의 드넓은 목초지대에 살면서 서부시대의 카우보이를 생각하고는 했다. 카우보이는 악당들과 싸우고 인디언을 죽여서 머리 가죽을 벗기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가 전설처럼 사람들의 입을 통해 돌아다녔다. 1942년 4월 파언의 아내가 임신하여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파언은 아내와 함께 살다가 모처럼 자유를 얻었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항상 아내와 함께 있었으나 아내와 떨어져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따금 머릿속에서 행하고는 했던 범죄를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그의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 17세의 견습 간호원이 있었다. 도널드 파언은 견습 간호원을 총으로 위협하여 납치했다. 그녀는 엘리스 포터라는 이름으로 평범하게 생긴 처녀였다. 머리는 긴 생머리였고 푸에볼로로 지역에서는 좀처럼 볼 수없는 금발이었다.
도널드 파언은 자기 차로 엘리스 포터를 교회로 끌고 갔다. 여자를 능욕하고 살해하는 장소로 교회만큼 훌륭한 장소가 없었다. 교회는 의식이 있을 때만 사용했기 때문에 인적이 없었다. 교회 주위는 허허 벌판으로 차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범죄를 저지르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교회에 이른 파언은 엘리스 포터를 밧줄로 묶어서 꿇어 앉혔다.
“살려주세요!”
엘리스 포터는 울면서 애원을 했다. 도널드 파언은 애원하는 엘리스 포터에게 한순간 동정심을 느꼈으나 악마적인 광기가 휩싸여오자 그녀를 묶어 놓고 채찍으로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는 상상 속에서 이교도를 처형하던 일을 현실에서 실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거룩하고 성스러운 장소인 교회는 그의 범죄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는 교회가 더 이상 신성불가침한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신의 영역인 교회는 오랜 역사에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왔다. 신을 대리하는 교황과 추기경들의 타락, 교회의 부패를 개혁하기 위해 구교에서 갈라져 나온 신교도 1930년대가 되면서 구교와 같은 길을 걷는 일이 많아졌다. 신교는 대중들이 교회의 운영을 좌우하면서 부패가 대중들에게 드러나 신성을 잃었다. 도널드 파언에게 교회는 성스러운 곳이 아니라 하나의 건물에 지나지 않았다.
엘리스 포터는 그가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데굴데굴 구르며 울부짖었다. 도널드 파언은 그러한 엘리스 포터를 보면서 혈관을 관통하는 희열을 느꼈다.
도널드 파언은 채찍을 멈추었다. 채찍질을 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엘리스 포터는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다가 가늘게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얼굴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녀로서는 영문도 모르는 일이었다.
도널드 파언은 담배를 피우면서 밖을 내다보았다. 황량한 벌판에 있는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4월의 벌판은 목초들이 파랗게 자라나기 시작했고 드문드문 민들레가 피어 있다. 날씨는 화창한 편이었다. 멀리 서쪽으로 뭉게구름이 밀려오고 있는 것을 보면 밤에 비가 오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널드 파언은 담배를 밖으로 버렸다. 여자는 웅크린 채 아직도 울고 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피한다.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다.
여자의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여자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다.
“제발….”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애원을 한다. 가련한 엘리스. 너는 이교도기 때문에 심판을 받아야 돼. 그는 여자의 눈물엔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의 속옷을 벗겼다. 그는 짐승이 되어 여자를 능욕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남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우르르.
뭉게구름이 가까이 오면서 우렛소리가 들려왔다.
도널드 파언은 아내가 입원한 병실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창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지난밤부터 빗줄기가 후드득대더니 제법 빗줄기가 굵어져 있었다. 그는 교회에 갇혀 있는 엘리스 포터를 생각했다. 어제 그녀를 매질하고 능욕했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을 현실에서 하고 말았다. 공포와 함께 짜릿한 쾌감이 아직도 그의 혈관을 관통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도널드.”
아내가 그를 불렀다.
“응.”
그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내를 만약에 매질하고 능욕을 하면 어떻게 될까. 병원에서는 견습 간호원이 출근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멀지않아 사람들이 그녀를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가능하면 빨리 그녀를 해치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교도를 처단하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그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비를 보고 있었어.”
“도널드, 내가 아기를 낳을 때 옆에 있어줄 거죠?”
“물론이야.”
도널드 파언은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내는 2, 3일 안으로 아이를 낳게 될 것이다.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 알 수 없다. 병원의
라디오에서 독일군에 대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일본군이 동남아시아를 침략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독일군과 일본군에게 쏠리고 있었다.
병원의 복도로 나오자 사람들이 또 다시 엘리스 포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엘리스 포터의 부모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려고 하는데 하루만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도널드 파언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견습 간호원이 어디로 갔을까요?”
“글쎄.”
“데이트를 하는 걸까요?”
“그녀는 열일곱 살이래. 데이트를 해도 집으로 들어가기는 하겠지.”
“그럼 어디로 간 거예요?”
“내가 어떻게 알겠어?”
도널드 파언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엘리스 포터를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되겠어.’
도널드 파언은 엘리스 포터를 오늘 밤에 죽이리라고 결심했다.
쏴아.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있었다. 여자는 헛간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다. 도널드 파언은 여자를 일으켜 천장에 거꾸로 매달았다. 비가 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올 확률은 더욱 적었다. 여자는 공포에 질려서 바동거리고 있다. 여자는 이미 완전히 나체가 되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여자의 희고 뽀얀 나신이 형광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도널드 파언은 엘리스 포터에게 힘껏 채찍질을 가했다. 채찍이 허공에서 날카로운 파공성을 일으키며 엘리스 포터의 하얀 몸뚱이를 때렸다. 엘리스 포터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비틀었다. 엘리스 포터의 등에 뱀허물 같은 핏자국이 맺혔다. 도널드 파언은 계속 채찍질을 가했다. 엘리스 포터의 비명소리가 귀를 찢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아도 좀처럼 찾아올 사람이 없는 고적한 곳이다. 근처에 땅을 갖고 있는 농부가 있기는 있으나 그는 결코 비오는 밤중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엘리스 포터의 나신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피는 5월에 활짝 피는 장미꽃처럼 선홍색이다. 엘리스 포터의 나신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새디스트 도널드 파언을 자극했다. 도널드 파언은 매질을 멈추었다. 엘리스 포터는 정신을 잃었는지 고개를 떨어트리고 축 늘어진 채 가늘게 신음소리만 내지르고 있었다. 도널드 파언은 엘리스 포터의 입에 귀를 가져가 보았다. 그녀는 무엇이라고 웅얼웅얼 하고 있지만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불쌍한 엘리스.
도널드 파언은 채찍질을 멈추고 피가 흐르는 엘리스 포터의 나신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전신이 피에 젖어 있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나신인가. 둥글게 솟아있는 가슴과 잘록한 허리. 팽팽한 탄력이 느껴지는 둔부… 여자는 고통 때문에 자신의 은밀한 곳이 완전히 드러나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다만 그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엘리스 포터는 가늘게 눈을 뜨고 전율하듯이 몸을 떨었다.
도널드 파언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이제는 엘리스 포터를 죽여 없애야 했다. 그러나 포충망에 사로잡은 곤충을 어린아이가 아까워하면서 죽이듯이 그녀를 죽이는 일을 선뜻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잔인하다. 포충망으로 사로잡은 곤충을 처음에는 다리를 하나씩 떼어내고 다음엔 날개를 부러트린다. 곤충이 고통 때문에 몸부림치는 것을 보며 박수를 치고 즐거워한다. 지금 도널드 파언은 흡사 어린아이가 곤충을 사로잡은 것처럼 엘리스 포터를 관찰하고 있었다. 엘리스 포터는 움직이지 않는다. 허리가 빠진 것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도널드 파언은 엘리스 포터의 두 손을 묶은 줄을 풀었다. 엘리스 포터는 밧줄을 풀자마자 그대로 주저앉으려고 했다. 도널드 파언은 엘리스 포터를 안아서 바닥에 눕혔다.
‘넌 나를 만난 것이 잘못이야.’
도널드 파언은 한순간 엘리스 포터를 이렇게 만든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도널드 파언은 그날 밤 엘리스 포터를 능욕하고 살해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 엘리스 포터의 시체를 교회 뒤뜰에 있는 우물 속에 던져 넣었다. 이것으로 끝이다. 포충망에 사로잡힌 곤충은 숨이 끊어지고 나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도널드 파언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건 현장을 정리하고 교회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운이 좋지 않았다. 그는 교회에서 나오다가 농로에서 차가 진흙탕에 빠지고 말았다. 지난밤에 쏟아진 비로 길이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도널드 파언은 진흙탕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으나 차바퀴는 계속 헛돌기만 할뿐 결코 진흙탕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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