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가시화 ‘모락모락’

KBS 정연주 사장이 해임된 후, 이번에는 신임사장 내정설이 논란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장악이 여야간 입법 대결로 구체화될 조짐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여당은 방송을 확실히 내편으로 만들고, 야당은 남의 것이 안 되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밝혀 정면충돌이 예고된다. 9월 정기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가 최대 쟁점 상임위가 될 것이란 관측의 배경이다.
“대체 입법을 통해 저항할 것입니다” “큰 그림은 나와 있고, 그대로 추진될 것입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문화관광체육위 관계자들이 밝힌 9월 정기국회의 임전 각오다.
청와대의 힘을 등에 업고, 한나라당이 방송관계법을 밀어 부칠 태세다. 민주당은 관련 특위를 가동하며 입법으로 맞설 준비여서 정면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입법 대결의 신호탄은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먼저 쐈다.
대기업의 방송사업 진출 폭을 제안시키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 및 보도 PP(프로그램 제공자)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의 범위는 공정거래법 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정하는 자산총액 기준의 범위 내’로 한정된다. 자산규모 5조 원 이하의 범위내로 제한되는 것이다.
방송법 처리, 여야갈등 최고조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여당과 방송통신위가 처리하려던 방송법 시행령의 효력이 상실되고, 10조 원으로 확대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 간사인 최 의원은 “방통위가 방송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 과도하게 대기업의 기준을 정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제한코자 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행령이 통과되면 거의 모든 대기업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며 “이 법안은 당내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제출된 것이며, 여권의 시행령 처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그러나 “시행령 처리에 당과 청와대의 합의가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언론장악 저지의 일환으로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언론사 사장에 정치특보 출신의 낙하산 인사 임명을 금지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여야 간 정면충돌은 ‘국가기간방송에관한법률안(이하 국가기간방송법안)’의 처리에서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2004년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KBS, EBS만 순수 공영방송으로 취급하고, MBC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MBC 민영화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KBS 경영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위원 모두 국회의장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어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수신료를 비롯한 예산도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이 법안이 처리될 경우 KBS가 여권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가기관방송법안의 재발의 등 방송관련법안의 전체적 검토는 제6정조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 측은 “방송과 미디어 정책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MBC 민영화 큰 그림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추진할 윤곽은 이미 나온 것으로 관측됐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여권이 추진하는 방향은 국가기간방송법 처리를 통한 보다 완벽한 KBS 장악, KBS 2채널 및 MBC 민영화, 신문방송 겸업을 허용하는 방송관련법안 처리 등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구체적 실천방안은 나오지 않았으나, 큰 방향은 정해졌고 청와대의 의중대로 구체적 방향이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MBC 민영화에 대한 논의 여부에 따라 국가기간방송법의 내용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고, 특히 민영화 뒤 지분을 대기업에 주는 것에 대해 당내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진통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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