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18화>
조선 성 풍속사 <제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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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6-05 17:56
  • 승인 2007.06.0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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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도깨비 방망이

조선중기 시골의 한 마을에 젊은 과부가 또 다른 과부와 이웃하며 살고 있었다.

그 젊은 과부의 소원은 도깨비와 한번 친해보고 싶은 것이었는데, 이유인즉 도깨비와 친하게 되면 무엇이든 소원대로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준다는 전설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원하고 바라는 일이라 할지라도 도깨비와는 친해지기도 어려울 뿐더러, 만약에 도깨비의 비위를 조금만 거슬러도 논밭의 곡식이 거꾸로 심겨지고, 솥뚜껑이 솥 안에 들어간다거나, 밤에 집 안으로 무수한 모래와 바위가 날아 들어오는 무시무시한 변괴를 당할 수도 있었기에 평범한 사람들은 도깨비와 친해지려는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과부가 홀로 방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도깨비가 이상한 물건을 하나 방안에 던져 주고 갔다. 과부가 깜짝 놀라 일어나 문밖을 내다보니 주위는 고요하고 인기척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방바닥에 놓인 요상한 물건을 들어 자세히 살피니 그것은 큼직한 양물(陽物)이었다.

“이건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이건데 이렇게 생긴걸까?” 과부는 갸우뚱하며 혼잣말로 지껄였다. 그런데 양물이 갑자기 건장한 총각으로 변하더니 과부에게 달려
들어 겁간을 하고는 일이 끝나자 다시 양물로 변해버렸다.

“세상에 이보다 더 귀한 물건이 있겠는가!” 그 후로 과부는 양물을 장롱 속 깊숙이 넣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가 되면 그놈을 끄집어내어 손에 쥐고 ‘이건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하면 곧 총각으로 변하여 과부의 음심(淫心)을 채워주니, 과부는 비로소 광명을 찾고 세상에 사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으므로 언제나 희색이 얼굴에 넘쳐흘렀다.

하루는 멀리 볼일이 생겨 이웃 과부에게 집을 부탁하고 떠났다. 이웃과부는 별 할일도 없고 그 과부의 살림살이나 구경하자고 과부 집에 와서 이리 저리 뒤져 보는데, 마침 장롱을 열어 보니, 이상한 물건이 하나 있어 꺼내어보니 흡사 양물 같았다.

“그럼 그렇지, 이놈을 가지고 남모르게 재미를 보는구나!” 이웃과부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양물을 손에 쥐고 이리 저리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암만 보아도 이놈을 가지고서는 별다른 재미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이여?” 말이 미처 입가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놈은 갑자기 건장한 총각으로 변하여 벌벌 떨고 있는 이웃과부를 다짜고짜 끄집어 엎어 온갖 음행(淫行)을 일삼더니, 일이 끝나자 총각은 간데없고 양물만 있었다.

이웃과부는 모처럼 당한 일이라 즐거워야 하겠으나 즐거움도 간곳없고 다만 두렵고 놀라울 뿐이었다. 부랴부랴 장롱 속에 도로 집어넣고 집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가고 제 정신을 차리니 그놈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간절했다.

“어떻게 이놈을 내 것으로 만든다?” 이웃과부는 별별 방법을 다 생각해 보았지만 뚜렷한 묘안을 찾지는 못했다. 이후로 밤이나 낮이나 생각날 때면 달려와서 재미를 보았다. 며칠이 지나자 그 과부가 돌아왔다.

“자네 그 참 신묘하기 이를 데 없는 물건을 갖고 있더구먼?” 이웃과부가 먼저 물었다.

“…뭔 소린지 도통 모르겠네.” 과부가 얼버무렸다.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정말 너무 하는구먼, 좀 나눠 쓰면 그놈이 닳아 없어지기라도 한데?” 이웃과부가 과부를 질책하듯 말했다.

과부가 화들짝 놀라 방안으로 들어가 장롱을 열어보니 양물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 도둑년! 내 물건 어디에 감췄어?” 과부가 식식거리며 이웃과부에게 달려들었다.

두 과부는 머리채를 붙잡고 밤새 싸웠고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관청에 고소했다.

과부의 말을 들은 관장은 참으로 신묘한 이야기라 그 물건을 보고 판결하겠다고 하자 이웃과부가 품에 숨기고 있던 양물을 관장에게 바쳤다. 관장은 그 물건을 손에 쥐고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모양은 틀림없이 양물과 같았으나 이것이 건장한 총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헌데 이것은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관장이 과부들에게 물었다. 관장의 말이 채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그 양물은 총각으로 변하여 다짜고짜 관장에게 달려들어 여러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관장과 음행을 저지르고는 다시 원래의 양물로 변하였다. 관장은 놀랍고 창피하였으나 자기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사실을 자세히 써 장계(狀啓)와 함께 감영으로 보냈다. 이 소문은 마침내 입에서 입으로 퍼져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감영에 가지고 왔다 하나 귀결이 어찌될까? 그 소문이 사실인가? 하여 그 물건을 한번 보려고 감영근처에는 구경꾼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감사도 관장의 장계와 그 물건을 보니 이상하기는 하나,

“어디 세상에 그럴 리가 있을라구? 관장이 미쳤거나 하였겠지”하고 무심히 그 물건을 들여다보니 흡사 양물 같았다. “그런데 이 물건은 대체 어디에 쓰는 것일까?” 감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말을 채 다하기도 전에 건장한 총각놈이 나타나서는 구경꾼들이 있건 말건 다짜고짜 감사를 엎어놓고 음행을 하더니 일이 끝나자 본래의 양물로 변하였다.

감사가 분하고 괘씸하여 “이 요물을 불에 태워 버려라?” 명하자, 감영 뜰에 모닥불을 지피고 그 속에 던져 넣었으나, 타지도 녹지도 않았다. 다시 끄집어내어 펄펄 끓는 물에 넣었으나 삶겨지지도 않고 익지도 않았다. 감사는 하는 수 없이 모든 것을 단념하고 명하기를,

“불에 태워도 타지 않고 끓는 물에 넣어도 소용이 없고 칼로 베어도 잘려나가지 아니하니, 이것은 분명 조물주가 불쌍한 과부를 위해서 이런 것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 물건을 과부에게 돌려주어라”하고 명하였다. 다시 되찾게 된 그 양물을 소중히 여기며 두 과부는 사이좋게 나눠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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