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어느 마을에 주인을 직장(直長)이라 호칭하는 집이 있었다. 이 집에 자주 드나들며 참기름을 파는 여장수(女商)가 있었는데, 어찌나 자색이 곱고 출중하던지 주인은 여장수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온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달 밝고 암컷을 찾는 두견(杜鵑)이 우는 밤이면 잠 못 이루고 사랑채 마루에 나와, 어딘가에서 속치마만 걸친 채 잠들어 있을 여장수를 떠올리니 양물(陽物)은 부풀어 올라 다리 하나를 더 만들고, 입술은 붙어있을 틈이 없으니, 마룻바닥은 흘러내린 타액으로 강을 이루며 깊은 마음의 골을 흘러내렸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를 여러 차례, 주인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싶어, 여러 날을 기다려 찾아온 여장수를 불러 세웠다.
“이보게?”
“무슨 일이시온지요 직장어른?” 여장수가 다소곳이 물었다.
“저… 저기 말일세…” 주인이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가질 못하고 있을 때였다. 때마침 중문을 나서던 부인이 사랑채 아래에 서있던 여장수를 보곤 말을 걸어왔다.
“자네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예서 뭘 하는 게야?” 부인이 채근하며 물었다.
“마님, 직장어른께옵서 제게 뭔 하명을 하실게 있다하여 기다리는 중입니다”하고 여장수가 대답했다.
“서방님께옵서 특별히 이 아이에게 뭘 부탁하시게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부인이 주인을 압박하듯 물었다.
“어험, 어허, 부인 내 이 아이에게 특별히 부탁할 건 없소, 단지…”
“단지 무엇입니까?” 주인의 말을 가로막으며 부인이 물었다.
“그… 그게, 참기름 값이 얼마인지 궁금해서 잠시 불러 세웠소.” 부인의 갑작스런 다그침에 당황하여 뜬금없이 대답한 주인이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도망치듯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여장수의 얼굴은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인의 방해로 제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주인은 여러 날을 끙끙 앓아누웠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주인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부인이 외출을 하고 주인이 혼자 집에 있는데, 여장수가 찾아왔다. 주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장수를 불러 방안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했다.
“쇤네에게 뭘 부탁하시려고 여기까지 들어오라 하십니까, 직장어른?” 여장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게, 다른 게 아니고.” 주인이 여장수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을 이었다.
“내 자네를 그리며 여러 날을 잠 못 들고, 달을 벗 삼고 두견과 통하며 자네와 호합하는 생각만 했네,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터이니, 제발 내 청을 거절하진 말아주게.” 주인이 애원하듯 말했다.
여장수는 주인의 애원에 거절하지 못하고 순순히 주인의 뜻에 따라 옷을 벗고 누웠다.
주인이 상상만 했던 여장수의 나신을 직접 대하니, 상상 이상으로 탐스럽고 요염한 육체에 넋을 잃고 한동안 바라만 보았다. 미끈한 다리를 만지니 양물이 언덕처럼 솟고, 젖가슴을 만지니 동산처럼 솟고, 무성하게 우거진 둔덕을 희롱하니 태산과 같아졌다.
여장수의 음호(陰戶)로 양물을 넣으려 하였으나, 입구가 좁아 제대로 삽입이 불가능했다. 여장수는 주인이 입구를 제대로 찾지 못한다 여기고 제
대로 맞추어주고자 자신의 손을 뻗어 주인의 양물을 만지고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직장어른 이… 이것이.” 여장수가 눈으로 직접 주인의 양물을 확인하더니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호합함이 도저히 무리일 것 같다고 여장수가 오히려 애원하니 주인은 여장수를 안심시키며 여장수의 봇짐에서 참기름을 꺼내 자신의 양물에 바르고는 다시 한번 호합을 시도했다. 한 번에 있는 힘을 다해 밀어 넣으니 여장수의 비명이 온 집안을 메아리쳤고, 아픔을 견디지 못한 여장수는 봇짐도 놓고 옷가지만 챙겨 달아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간 여장수는 음호(陰戶)가 찢어지고 아파서 능히 감내할 수 없어 여러 날을 방안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여러 날 후에 몸이 나아 다시 그 집에 내왕하면서 매양 그 부인만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하므로 부인이 이상타 여겨 여장수를 불러 물었다.
“요사이 자네가 매번 날 대할 때면 웃는데, 그 연유가 무엇인가?”
“마님 쇤네의 얘기를 너무 노여워 마시고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내 노여워 하거나 자넬 책망하지 않을 터이니 어여 말해 보게나.”
“저번에 직장어른께옵서 마님과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쇤네를 꾀어 한번 호합하자고 하니, 그 부탁이 너무나 간절하여 박절하게 거절치 못하고 부득이 한번 허락하였으나, 그것의 크기가 고금에 짝이 없는지라 도저히 당할 재간이 없어, 쇤네는 느끼지도 못하고 애꿎은 그것만 중상을 입고 도망쳐 나왔는데, 그 후에 마님을 뵐 때면 그 일이 자꾸만 떠올라 저절로 웃음이 쏟아져 나옵니다. 도대체 마님은 어찌 견디시는지요?”하고 여장수가 말했다.
이에 안주인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자네는 알지 못할 것이야, 내 나이 열댓 살에 직장어른과 혼인하여, 작은 음과 작은 양으로 교합하니 그 당시는 그것이 별로 크지 않아 서로 맞았고, 모르는 사이에 양은 점점 자라고 음도 또한 그에 맞춰 따라 커져 지금은 오히려 헐렁한 느낌마저 없지 않네”라고 안주인이 대답하니 여장수가 웃음을 참지 못하였고,
“음양의 조화가 이리도 정교할 수 있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쇤네가 직장어른을 진작 만나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하고 부러워하며 여장수가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 설화는 편자미상의 교수잡사(攪睡雜史)에 실린 얘기로 남성의 비대한 양물에 대한 여러 설화중 하나이며, 예나 지금이나 남성의 성기 크기가
성만족도를 가늠한다는 그릇된 인식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아울러 큰 성기는 풍요와 다산이라는 주술적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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