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에겐 인간에 대한 사랑, 동정심 따윈 없다
살인마에겐 인간에 대한 사랑, 동정심 따윈 없다
  •  
  • 입력 2007-05-23 13:23
  • 승인 2007.05.23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 10 화글래머 여자의 광포한 욕망

허스트지의 사건기자인 조지 아놀드는 신문왕인 사주(社主)이자 사장인 허스트로부터 토막살인 사건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전에도 경찰들을 쫓아다니며 취재를 했었기 때문에 많은 경찰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친하게 지내는 경찰을 통해 간신히 머리가 없는 토막 시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 손가락은 어쩐지 낯이 익은데….’

그는 사진을 찍으면서 시체의 손과 손가락을 세밀하게 살폈다. 특이하게 머리가 없는 시체의 손과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잔뜩 박혀 있었다. 아놀드는 시체의 손과 손가락을 주의해서 살폈다.

‘이 시체의 손가락은 틀림없이 터키탕에서 마사지를 하는 사람의 손가락일 거야.’

아놀드는 터키탕을 좋아했기 때문에 마사지를 하는 사람의 특징을 알 수 있었다. 터키탕에서 마사지를 하는 남자들은 언제나 마사지를 하다 보니 손가락에 대부분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아놀드는 그날부터 뉴욕에 있는 터키탕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거대 도시 뉴욕에 터키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머리가 없는 토막살인 사건이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었으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원을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경찰의 수사도 토막 시체의 신원을 밝히는 일에 집중되고 있었다.

“혹시 이 터키탕에서 갑자기 결근한 남자는 없습니까? 덩치가 아주 크고 가슴에 문신이 있는 남자입니다.”

아놀드는 터키탕의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그와 같은 질문을 했다.

“우리 동료가 최근에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놀드는 여러 곳의 터키탕을 전전하다가 마침내 한 터키탕에서 마사지를 하는 남자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윌리 그리덴스페라는 이름으로 체격이 건장했다. 토막 시체가 발견되기 얼마 전부터 행방불명이 되어 있었고 터키탕에도 출근하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탐문을 한 결과 시체로 발견된 사람의 체격과 비슷했다.

‘시체는 윌리 그리덴스페의 것이 분명해.’

아놀드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는 윌리 그리덴스페의 하숙집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오거스티 네크라는 상당한 글래머의 여자가 혼자서 살고 있었다. 아놀드는 경찰과 함께 그녀를 연행하여 윌리 그리덴스페의 시체를 보여주면서 추궁했다.

“당신의 애인이 맞지요? 이 사람의 다리와 머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난 이런 사람 본 적도 없어요.”

오거스티는 새침하게 말했다. 애인의 시체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었다.

“전혀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까?”

“난 아직까지 신사의 알몸을 본 일이 없어요.”

오거스티는 너무나 태연하게 대답했다.

경찰과 허스트의 신문기자 아놀드가 여러 가지 증거를 들이대고 추궁했으나 오거스티 네크는 완강하게 범행을 부인했다.

“저 여자가 모른다고 하니 일이 난처하게 되었잖아?”

경찰이 아놀드에게 물었다.

“저 여자가 윌리 그리덴스페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뜻이야.”

아놀드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여자가 대단한 글래머야. 가슴이 수박만 하게 큰 걸.”

“엉덩이도 보통은 넘지.”

“새 남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오거스티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 그러면 살인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경찰은 탐문수사를 하여 마틴 손이 그녀의 새로운 정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그 무렵에 한 농부가 웅덩이의 핏물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오리가 웅덩이에서 놀다가 잔뜩 피를 묻혀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웅덩이의 핏물은 인근의 비어 있는 농가에서 흘러내린 것이었다. 경찰은 즉각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 결과 비어 있는 농가에서 권총과 식칼, 그리고 톱이 발견되었다. 그것들에는 윌리 그리덴스페의 혈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농가의 주인으로부터 브라운 부부가 15달러에 집을 빌렸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경찰은 마틴 손과 오거스티를 농가의 주인
과 대질시켰다 농가의 주인에 의해 브라운 부부는 결국 마틴 손과 오거스티 네크로 밝혀졌다.

마틴 손은 범행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가 윌리 그리덴스페를 살해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었다. 농가에서 발견된 식칼이나 톱에도 그의 지문은 찾을 수 없었다. 그것들이 웅덩이 속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는 오거스티와 마틴 손에게 묵비권을 행사할 것을 지시했다. 재판은 검찰 쪽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이때 미국의 신문왕 허스트는 그가 잘 아는 목사를 마틴 손에게 보냈다. 목사는 자신의 네 살짜리 어린 아들을 오거스티에게 데리고 갔다. 목사의 아들은 오거스티의 무릎에 앉아서 재롱을 떨었다. 오거스티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재롱을 보고 마침내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허스트지는 특종을 터트렸다. 재판은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배심원들은 오거스티의 자백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가 윌리 그리덴스페의 머리를 톱으로 자르는 부분을 진술할 때 배심원석에서 한 여자가 실신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마틴 손은 모든 것이 오거스티 네크의 계략이라고 말했다. 그가 농가를 빌린 것은 오거스티와의 밀회장소로 쓰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진술은 다음과 같았다. 사건이 일어난 날 밤에 마틴 손이 농가에 도착하자 오거스티 네크가 먼저 와 있었다. 오거스티 네크는 그가 들어서자마자 격렬하게 껴안고 입을 맞추며 자신이 윌리 그리덴스페를 죽였다고 말했다. 마틴 손은 그렇게 하여 윌리 그리덴스페를 토막 내어 버렸고….

“그것은 거짓말이에요!”

오거스티가 마틴 손의 진술이 거짓말이라고 날카롭게 외쳤다. 법정은 크게 웅성거렸다.

“난 진실만을 말하고 있어.”

“당신의 말에 진실이라고는 손톱만치도 없어요.”

“당신은 색마야. 나를 유혹한 것도 당신이잖아?”

“당신이 언제나 나를 음탕한 눈빛으로 쏘아보았죠. 내가 언제 유혹했다는 말이에요?”

오거스티와 마틴 손은 정부라는 사실을 잊기라도 했는지 법정에서 대판 싸웠다. 판사는 오거스티의 말을 중단시키고 마틴 손의 진술을 계속하게 했다. 마틴 손은 모든 죄를 오거스티에게 뒤집어 씌웠다. 이에 대해 오거스티 네크는 전혀 다른 진술을 했다. 마틴 손은 비어 있는 시골 농가를 한 채 빌렸다. 이웃에는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보이지 않는 허름한 농가였다. 이어서 마틴 손은 윌리 그리덴스페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요구했다. 윌리 그리덴스페는 투덜거리면서 농가로 찾아왔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쪽에 오거스티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왜 이런 곳에서 만나자는 거야?”

윌리 그리덴스페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때 문 뒤에 숨어 있던 마틴 손이 윌리 그리덴스페를 향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윌리 그리덴스페는 뒤통수
에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마틴 손과 오거스티는 윌리 그리덴스페를 욕조 속에 밀어 넣고 밖을 살폈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틴 손은 아직도 숨이 끊어지지 않은 윌리 그리덴스페의 목을 톱으로 잘랐다.

연인이자 정부였던 그들의 진술이 달랐기 때문에 재판정은 곤혹스러워졌다. 결국 그 문제는 배심원들에게 맡겨졌다. 배심원들은 두 사람 모두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마틴 손에게 주범, 오거스티 네크에게 종범이라는 평결을 했다. 마틴 손은 전기의자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욕정으로 가득한 여인을 만난 어리석은 남자의 불행한 최후였다.

오거스티 네크는 20년의 징역을 선고받고 형무소로 넘겨졌다. 그녀는 10년을 복역한 뒤에 모범수로 석방되어 거리를 활보하게 되었다.

오거스티 네크는 옛날에 살던 집에서 식품점을 내고 새로운 남자를 만났다. 그러나 그녀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곧 떠났고 그녀의 식품점도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거리에서 그녀의 욕망을 채워줄 새로운 남자를 찾아 부나비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다.



제 11 화간호사 대량 살인사건

살인사건을 조사하다가 보면 때때로 인간의 끔찍한 살기나 광기와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연쇄살인사건이나 대량 살인사건 중에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는 악마적인 사건도 적지 않다. 사건을 분석해 보면 오로지 살의만 있지 인간에 대한 사랑이나 동정심은 추호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사건의 경우 대부분 정신질환자인 경우가 많다.

1967년 7월13일, 미국의 동부지역 날씨는 후텁지근한 편이었다. 간호사인 코라손 아무라오는 병원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시카고시 남쪽에 있는 기숙사로 돌아왔다. 12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그녀는 1층의 리빙룸을 통해 2층으로 또박또박 걸어 올라갔다. 비가 오려는 것일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서늘하고 축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오자 화장을 지우고 세면을 한 뒤에 잘 준비를 했다. 옆방의 간호사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 그녀가 기숙사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복도에서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코라손 아무라오는
옆방의 동료들이라고 생각하고 무심결에 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타원형의 얼굴을 가진 낯선 사내가 서 있었다. 얼굴에는 약간의 마마자국이 있고 귀가 유난히 컸다. 기름을 바른 머리는 뒤로 넘겨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키가 훤칠하게 큰 편이었다. 얼굴만 보았을 때는 평범한 샐러리맨 같은 인상이었으나 손에 권총이 들려 있었다. 코라손 아무라오는 자신도 모르게 낮게 비명을 질렀다.

“떠들지 마! 떠들지 않으면 죽이지는 않겠어.”

사내가 낮고 음침하게 말했다. 코라손 아무라오는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으나 입을 다물었다. 그것만이 최선의 길이었다.

“방으로 들어가!”

사내가 음산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코라손 아무라오는 사내에게 떼밀려 방으로 들어갔다.

사내에게서는 술냄새가 확 풍겨왔다. 마침 그녀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 명의 동료는 외출 중이었던 것이다. 사내는 방으로 들어오자 재빨리 문을 닫고 안을 살폈다. 그리고 방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녀에게 말했다.

“난 뉴올리언스로 갈 여비가 필요해. 너를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내 말을 듣는 것이 좋을 거야. 알겠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내의 목소리는 조용했으나 귀에 거슬릴 정도로 음산했다.

“옆방에도 여자들이 있지?”

사내가 그녀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고 물었다. 작고 까만 총이었다. 이마를 통해 차가운 금속성이 느껴졌다.

“네.”

사내는 코라손 아무라오를 복도를 통해 옆방으로 끌고 갔다. 복도로 나오자 리빙룸은 조용했다.

사내가 그녀의 등에 총을 들이대고 옆방으로 밀었다. 코라손 아무라오는 공포에 질려서 옆방으로 들어갔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뛰었다.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옆방에는 세 명의 간호사들이 자고 있었다. 여자들은 사내가 총을 들고 있는 것을 보자 기겁을 하고 놀랐다. 사내는 그녀들의 손발을 묶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여자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사내가 다시 그녀들에게 너희들을 해칠 생각은 없어, 난 그저 뉴올리언스로 갈 여비가 필요할 뿐이야. 하고 여자들로부터 차례로 돈을 빼앗았다. 코라손 아무라오는 그때 사내의 팔에 흉악한 문신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문신에는 ‘지옥으로 들어 올리라(Born to raise hell)!’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