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지지도 추락 틈타 ‘K프로젝트’ 가동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하는 가운데 빠르면 내년부터 당심(黨心)이 자연스레 그에게 쏠릴 것이란 얘기들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날개 짓을 하기에 앞서, 충분한 힘을 갖추고 충분한 크기의 날개를 갖추게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부상하는 시점은 언제인가. 변수는 없는가. 일명 K프로젝트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프로젝트 내막을 들려다봤다.현 정부의 ‘8·15 강공 드라이브’에 맞서 여의도 정가는 지금 박근혜 전 대표의 급부상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 정부 특유의 ‘밀어부침’이 실정(失政)으로 연결될 경우 민심과 당심은 더욱 박 전 대표에게로 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주목된다.
정가 소식통에 따르면 박 전대표는 내년까지 조용한 행보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MB 지지도 하락 변수
박 전 대표가 움직일 여지가 없고,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자연스레 민심과 당심이 박 전 대표에게 쏠릴 텐데, 굳이 움직여서 친이 세력의 ‘미움을 살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특히 친박세력이 뭉칠 수 있는 기반을 완전히 닦아 놨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기다림’은 안정적인 느낌마저 주고 있다.
우선, 친박 무소속 연대가 당에 들어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친박연대는 비례대표를 제외한 모든 의원들이 한나라당에 들어와 있고, 비례대표 의원들도 친박세력과 합류할 준비가 돼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친박세력의 복당결정 이후 친박 세력은 휴식기에 들어갔다”면서 “휴식은 위로와 기다림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당심과 민심이 내년부터 박에게 쏠릴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현 정부의 강공책에 따른 민심 이반과 임기가 꺾이는 시점에서의 레임덕 현상이 그 요인으로 제기된다.
한 친박 측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한 자리수까지 떨어질 때도 당의 지지도는 30% 선을 유지했다”면서 “당과 이명박은 별개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증거고, 국민이 박 전 대표를 주목하고 있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한 친이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천막당사를 이끌며 당선시킨 의원들의 2/3가 이 대통령 쪽으로 돌아섰듯이, 실정으로 이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면 친이 의원들이 대거 친박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전 대표가 고개를 들고 날개짓을 하는 시점은 언제일까.
이 대통령의 임기 5년이 반으로 접히는 시점과 맞물린 2010년 지방선거 전후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이 선거가 당내 역학구도를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때가 되면, 친이세력 흡수로 수도권 세력까지 등에 업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 전 대표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부터 활동 재개할 듯
한 정치 관계자는 “1대1로는 박 전 대표를 당해낼 수 없기 때문에 정부통령제 등의 개헌을 하고, 그 파트너를 통해 부족한 지지도를 만회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기 총선에서 이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에 친박 세력은 또 내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 측 한 인사는 “그것도 다 이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친이계 의원들의 그룹 형성에 맞서 별도의 ‘모임 만들기’를 거부해 관심을 끌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최근 “당내 주류층에서 어떤 서클을 만들었다”며 박 전 대표에 모임 구성 제안을 하자, “꼭 그렇게 대립적으로 모든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하며 거부했다는 전언이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파벌 싸움에 대한 우려, 친이와의 불필요한 대립각 구도, 계파의 수장으로 비칠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의 조용한 기다림이 어느 시점에서 날개를 편 웅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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