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정감사 핫 이슈

참여정부 시절 논란을 빚었던 한전 검침사업 특혜의혹 및 정치인 개입설이 재차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한전은 2006년부터 제한적 경쟁 입찰을 통해 외주용역업체를 선정 2천3백억원 상당의 매출액을 보장해주고 있다. 특히 한전 검침사업이 노른자 사업이라는 말이 정치권에 퍼지면서 매년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물밑 암투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정기 국정감사 때마다 한전 검침사업 특혜의혹이 일었지만 모두 유야무야됐다. 국정감사 때마다 돈을 받았다는 구여권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됐지만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적은 없다.
2008년 정권이 바뀐 이후 재차 불거지는 한전 검침사업을 둘러싼 복마전을 조명했다.
한전검침 사업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검찰 수사 때문이다. 이후 2005년 상이군경회 한전검침사업본부장 자리를 놓고 비리 폭로 사건이 터지면서 재차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정모씨와 박모씨가 상이군경회에 위탁받아 검침사업을 해온 윤모씨의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후 3자간 법정 다툼으로 흐르면서 유야무야됐다.
상이군경회 검침사업 정권 바뀔 때마다 ‘흔들’
이후 2006년도에 이르러 검찰은 윤씨가 20억 상당의 비자금을 형성해 상이군경회 간부와 한전 및 국가보훈처 간부에게 금품을 제공한 단서를 잡고 관계 기관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정치권으로 금품이 들어간 제보를 받고 수사를 본격화했다.
특히 상이군경회가 외주를 준 검침사업의 경우 매출액이 580억원에 달한다. 대신 외주업체는 사업보증금 1억원을 제외한 보훈기금 월 3천만원, 조직발전기금 월 2000만원을 상군회에 배분하고 있다.
그러나 6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는 외주업체가 10%의 영업이익을 상정한다고 할지라도 60억원이 남아돌아 상군회의 몫은 조족지혈이라는 지적이 다수다. 이에 상이군경회 일각에서는 사업을 외주가 아닌 직접 경영을 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일단 사업권을 따내기만 하면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이권 사업인 만큼 정치 바람이 셀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윤모씨가 상이군경회의 외주를 받아 검침사업을 하던 김모씨를 비리로 내쫓는 과정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8촌 조카로 알려진 김모씨는 99년부터 대상실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횡령 혐의를 받아 사업을 포기하면서 윤모씨가 이를 이어받아 2004년 3월부터 사업을 꾸려왔다.
이 과정에서 참여정부 A 의원에게 수억원의 돈이 제공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다. 윤씨는 한전 검침용역사업본부장을 맡은 뒤 2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발뺌했다. 윤모씨는 문제가 불거진 이후 17억원을 회사에 갚으면서 검찰 역시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검침사업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0여억원대의 돈의 용처가 밝혀지지 않아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
2005년 국정감사 때에는 열린우리당 K 의원실에서 국정감사기간을 맞이해 한전 검침사업에 대한 감사를 하기 위해 자료를 받았지만 역시 감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 당시에 자료를 건네준 전모씨는 “청와대 등 윗선에서 압력을 받아 배제시킨 것이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렇듯 정치적 외풍이 심한 검침사업은 윤모씨가 검찰 수사를 통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또 불거졌다. 박모씨와 한모씨 그리고 정모씨 등 3자가 모의해 윤모씨의 검침사업을 빼앗기위한 작업을 벌였다.
윤모씨가 전 사업본부장 김모씨를 주저앉힌 것과 마찬가지로 비리 혐의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이에 박모씨와 정모씨는 2006년 법정 구속을 당하기도 했다.
한전 검침사업 빅4가 2200억원대 매출 점령
윤모씨 대신 이들 3자는 장애인단체에 검침사업을 떠넘기는 과정에 구여권 핵심인사인 B 전 청와대 인사와 J 전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로비자금을 챙긴 것으로 법정 진술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에서는 관련 정치인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3인는 윤모씨로부터 사업권을 빼앗지 못해 실패한 로비로 끝이 났다. 윤모씨는 자신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박모씨를 ‘바지사장’으로 만들어 검침사업에 계속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전으로부터 검침용역을 받는 업체는 총 6개 업체다. 그중 하나가 상이군경회다. 상이군경회의 연간 매출액은 600억원대에 이른다. 이밖에 한전산업개발, 신일종합시스템, 새서울 산업이 빅4로 사업규모가 크고 전우실업이나 삼영건설 등 후발 참여 업체들은 연간 매출액이 10억 미만으로 영세하다.
특히 자유총연맹이 지분 49%를 가지고 있는 한전산업은 연간 매출액이 1천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는 가장 큰 용역업체다. 직원이 3천여명에 육박하는 한전산업은 애초 한전의 자회사였다.
하지만 2003년 3월 자유총연맹이 비영리단체임을 내세워 매각 입찰과정에 참여해 사업체를 인수했다. 자유총연맹의 총재는 권정달 전 의원이다. 권 전 의원은 현재 한전산업의 대표이사로 재직을 하고 있다.
안동 권씨인 권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부인 권양숙씨와 ‘누이’ ‘동생’으로 친분이 깊다. 이런 친분이 권 전 의원이 한전 자회사를 인수하는 데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2003년 3월 한전산업개발이 매각될 당시 한국자유총연맹과 경쟁했던 신일종합시스템에서는 정치적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신일종합 측 한 인사는 “우리는 사기업 위주로 컨소시엄을 꾸렸고 한자총은 비영리단체여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입찰 당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권양숙 여사와 친분이 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정치적으로 물밑작업이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한편 신일 측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전북도시가스 측에서는 “실무자선에서는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하는 반대했다”며 “윗분들 생각이 강해서 어쩔 수 없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신일종합시스템(주) 역시 검침 사업체 중에서 넘버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직원 1076명에 김홍일 대표이사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째 아들 이름과 동명이인으로 정치적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신일시스템은 연평균 매출액이 4백억원대에 달한다. 그 뒤로 직/원 640명에 연매출 250억원대를 달리는 새서울산업(주)이 뒤를 달리고 있다.
상이군경회 검침 용역 관련 조사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들은 업체 선정만 되면 커다란 추가 비용이나 노력 없이 월 몇 억 원에서 몇 수십 억 원의 순익이 남는 사업으로 업체 선정 때마다 로비와 특혜 그리고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강조했다.
#한전 검침용역사업이란?
한전 검침 사업은 매년 7월1일 검침사업에 대한 업체 선정을 한다. 이때마다 언론에서 검침사업 특혜 의혹을 제기해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현재 총 6개의 검침용역업체들이 총 2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한전 검침 사업 역사를 보면 지난 1973년 검침인력 확보 및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신일(주)에 최초로 한전이 용역을 위탁했다.
81년에는 유사시 대체인력 확보차원에서 신일 담당지역을 분할 새서울(주)에 위탁했고 94년에는 통합공과금 폐지에 따라 동사무소 검침인력을 인수해 한전산업개발에 위탁했다.
99년도에는 정부의 외부위탁 가능 업무확대 방침에 따라 한전 직영 농어촌 지역의 검침 업무를 상이군경회에 위탁했고, 06년 7월부터 공공분야 수의계약 폐지 등 경쟁도입의 시대 요구를 반영해 경쟁 계약을 도입해 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2002년부터 빅4인 한전산업, 상군회, 신일종합, 새서울 등 기존 업체는 경쟁입찰 속에서 계속 검침용역사업권을 무난히 따내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2006년 중반에 참여한 전우실업과 삼영건설은 매출액이 빅4에 비하면 미비한 형편이다.
이처럼 검침사업 운영권을 가진 6개 업체들은 한전으로부터 검침은 물론 요금고지서 송달, 단전 등의 업무를 수행한 후 이에 따른 수수료를 챙긴다.
수수료 규모는 연간 2000억원이 넘고 검침수수료 단가의 경우 도시와 시골의 차이는 있지만 한 가정을 검침할 경우 평균 수수료 단가는 600원 수준이다.
또한 요금 고지서는 검침업체에서 인편으로 송달하기 때문에 한번 발송 때마다 450원의 수수료가 떨어진다.
수수료 수익이 가장 큰 단전의 경우는 전체 건수는 많지 않지만 단전 한건을 시행할 때마다 90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검침사업 운영권을 가진 A업체가 300만 가구를 검침할 경우 검침 수수료(300만가구x600원=18억원)와 요금고지서 발송 수수료(300만가구x450원=13억5000만원) 등을 합쳐 매월 3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단전조치까지 포함할 경우 금액은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영업이익률을 매출 대비 10%씩만 잡아도 월 3억원의 수익이 생긴다.
특히 정부나 한전으로부터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사업소별로 관리감독을 받는 다는 점에서 부담이 없는 사업이다.
한전 측에서는 고객과 현장에서 업무가 이뤄지는 검침용역업무의 특성에 따라 도급업체에 대한 별도의 검침 현장실사는 실시하지 않는다며 대신 고객의 전기사용에 불편함이 없고 현장업무 수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전 사업소별로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밝히고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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