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질 잭’ 전문의 못지않는 시체해부 솜씨
‘난도질 잭’ 전문의 못지않는 시체해부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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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4-19 11:17
  • 승인 2007.04.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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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화찢어 죽이는 잭

그녀는 몇 시간 동안을 거리에서 남자들을 유혹했으나 허탕을 쳤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요?”

그때 한 남자가 그녀에게 접근해왔다.

“보면 모르세요? 재미 보려면 나에게 말씀하세요.”

“매춘부요?”

남자의 목소리는 음산했다.

“그래요.”

“동냥을 구하면 돈을 주려고 했는데….”

“난 동냥 따위는 받지 않아요. 몸을 팔아서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으니까.”

애니 채프만이 누런 이를 드러내놓고 웃었다. 남자는 그녀에게 한베리 거리로 가자고 말했다. 남자가 부유해 보였기 때문에 애니 채프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남자가 요구하는 대로 한베리 거리로 따라갔다. 메리 앤 니콜스가 잔인하게 살해된 박스 거리에서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여기예요?”

애니 채프먼이 남자에게 물었다.

“뒤로 돌아서요.”

남자가 말했다.

“왜요?”

“난 수줍어하는 성격이라 쳐다보면 옷을 벗지 못해.”

“별꼴이야.”

애니 채프만은 코웃음을 치면서 등을 돌렸다.

그 순간 사내의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칼이 목을 찔렀다. 애니 채프만은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녀의 비명소리는 오랫동안 계속될 수 없었다. 남자의 예리한 칼이 그녀의 전신에서 춤을 추었기 때문이었다.

애니 채프먼의 시체는 너무나 참혹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경악했다. 그녀는 예리한 비수로 목이 반쯤 잘려져 있었고 복부가 완
전히 갈라져 있었다. 이번에는 골반을 절개하여 자궁까지 도려낸 상태였다. 칼을 다루는 솜씨가 너무나 뛰어나서 경찰은 완전히 기가 질렸다. 그러나 검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 공의(公醫)가 도착하여 육안으로 시체를 살핀 뒤에 치밀하게 감식을 하기 시작했다. 거리는 온통 애니 채프먼의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공의의 감식이 끝났다.

“도대체 범인이 어떤 놈인데 이렇게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지?”

헨리 경감은 참혹한 시체를 보고 망연자실했다.

“칼을 다루는 솜씨가 전문가인 것같다고 합니다.”

헨리 경감의 부하인 피들러 형사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그는 최근에 노팅힐에서 일어난 몇 건의 살인사건을 해결한 베테랑형사였다.

“어느 정도인데?”

“경찰 공의의 말로는 자궁을 들어낼 때 적출된 자궁이 손상되지 않도록 질 부위까지 정확하게 칼질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의 솜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 칼이 메스라는 말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헨리 경감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범인이 그 정도로 칼을 잘 다루는 자라면 일반 시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계획적인 살인일 것이고 범인을 검거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뇌리를 엄습해 왔다. 헨리 경감은 일단 경찰들에게 목격자 탐문수사를 지시했다.

메리 앤 니콜스의 살해사건 때처럼 애니 채프먼의 살인사건도 범인이 남긴 증거나 유류품은 전혀 없었다. 1888년의 일이므로 지문 감식이나 족적을 뜨는 일들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발견된다고 해도 크기나 모양, 색깔 따위로 겨우 식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머리카락으로 혈액형을 알아내거나 DNA를 분석할 수도 없었다. 유일한 수사 방법은 목격자에 의한 알리바이 추적이었다.

수많은 경찰이 동원되어 수사를 벌였으나 애니 채프먼 사건도 결국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런던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살인마가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데도 경찰은 그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또 다시 잭 리퍼의 편지가 날아왔다. 이번에는 경찰이 아니라 샌추럴 통신사였다. 잭 리퍼의 편지는 ‘저승에서 보내는 편지…’라는 첫 구절로 시작되고 있었다. 내용은 여전히 자신이 매춘부들을 증오한다거나 살인이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을 한 것이었다. 신문은 잭 리퍼의 편지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의 타이틀은 찢어 죽이는 잭, 혹은 난도질 잭으로부터 편지가 오다… 라는 식으로 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찢어 죽이는 잭
은 영국의 최고 살인마로 불리게 되었다.

헨리 경감은 대규모의 경찰력을 동원하여 화이트채플 일대에 비상망을 쳤다. 영국의 경찰은 매춘부들을 상대로 메스와 같은 날카로운 칼을 사용하는 의사와 이발사 등을 손님으로 받은 일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러나 매춘부들은 그런 사람을 손님으로 받은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매춘부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살해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에 비협조적이었다.

화이트채플에서 두 건의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되었으나 매춘부들은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헨리 경감은 초조했다. 살인사건은 또 다시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9월30일, 엘리자베스 스트라이트라는 매춘부가 어떤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여러 명의 동료 매춘부들의 눈에 띄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이트는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 매춘부들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이트가 돈 많은 손님을 유혹하는데 성공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키가 175cm정도 되었고 고급스러운 코트를 입고 있었다.

“리즈가 드디어 손님을 물었군.”

“키다리 리즈는 또 다시 거짓말을 할 거야. 우리 남편과 나는 아이들과 함께 프린세스 엘리스호를 타고 있었죠. 호화유람선 엘리스호 아시죠?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700명의 승객들이 모두 죽었잖아요? 남편과 아이들은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죽고 저만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이 짓을 하고 있어요. 흑흑….”

한 여자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이트의 흉내를 내자 다른 여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리즈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이트의 다른 이름이고 그녀
는 손님들을 유혹할 때면 그와 같은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여자들은 담배를 피우며 엘리자베스 스트라이트가 남자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이내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버나즈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헨리 경감은 그날도 피들러 형사와 함께 화이트채플 거리에 있었다. 두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20일이 지났기 때문에 또 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정복 경찰관들은 화이트채플의 곳곳을 한 시간에 한 번씩 순찰했다. 매춘부들이 경찰 때문에 손님이 없다고 투덜거릴 정도로 그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철저하게 순찰을 하고 있었다.

9월30일 새벽 1시, 헨리 경감과 피들러 형사가 버나즈가의 노동자 클럽 앞에 이르렀을 때 한 사내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는 헨리 경감의 얼굴을 알아보고 소리를 질렀다. 헨리 경감은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를 향해 달려오는 사내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경감님, 사람이 죽었어요!”

사내가 헨리 경감에게 말했다.

“어디인가?”

헨리 경감은 가슴이 철렁하여 사내에게 물었다.

“이 건물 뒷담입니다.”

헨리 경감은 피들러 형사와 함께 노동자 클럽 뒷담으로 달려갔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이트가 담벼락에 기대앉아 있는 것처럼 죽어 있었다. 시체의 목이 반쯤 잘려져 있었는데 아직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인적을 느낀 탓인지 범인은 목을 자르는 일 외에는 다른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

“빨리 경찰에 비상을 걸어!”

헨리 경감은 다급하게 피들러 형사에게 지시했다. 피들러 형사가 호루라기를 길게 불었다.

잭 리퍼는 노동자 클럽이 있는 거리에서 하운드 티치 근처로 걸어갔다. 하운드 티치가는 화이트채플의 경찰서가 있었다. 경찰은 밤이 되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서에는 아직 엘리자베스 스트라이트의 살인사건이 보고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이트를 살해하고 그녀를 눕혀놓고 난도질을 하려고 했다. 그때 짐마차가 골목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기랄!’

잭 리퍼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이트의 시체를 해부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잘못하면 짐마차꾼에게 잡힐 우려가 있었다. 그는 칼을 품속에 감추고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잠시 후에 짐마차꾼이 노동자클럽으로 뛰어 들어가 사람이 죽었다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동자 클럽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나오는 소리도 들렸다. 잭 리퍼는 그곳에 더 이상 머물러 있어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둠 속으로 긴 그림자를 남기면서 걸어갔다.

9월29일이었다. 캐서린 애드위즈는 비숍 스케이트 경찰서를 나오자 침을 퇘퇘 뱉었다. 그녀는 위스키를 너무 많이 마셔 거리에서 소란을 피웠기 때문에 경찰서에 구류되었다가 석방된 것이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머리는 검은색이고 눈이 큰 편이었다. 한때 방직공장에 다녔으나 해고되어 매춘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공장에서 여공으로 일하다가 남자에게 버림받고 사생아를 낳은 뒤에 매춘굴로 전락하는 것은 그 당시 영국 서민층 여자들의 한 전형이었다.

캐서린 애드위즈는 자신의 생활을 비관했다. 그녀는 늘 술에 취해서 사람들과 싸웠다. 그날도 술에 취해 싸우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던 것이다.
“흥! 내 돈으로 술 사먹고 떠드는데 경찰이 무슨 상관이야?”

캐서린 애드위즈는 분이 풀리지 않아 소리를 지른 뒤에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았다. 그러나 담배가 없었다. 그때 검은 코트를 입은 한 사내가 그에게 금박케이스로 된 담뱃갑을 내밀었다.

“어? 친절한 신사분이시네. 나와 연애할래요?”

캐서린 애드위즈는 눈웃음을 치며 교태를 부렸다. 연애를 하자는 것은 몸을 판다는 의미였다. 사내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좋습니다. 그럼 마이터 광장까지 같이 가시겠습니까?”

“물론이죠. 돈만 주신다면….”

캐서린 애드위즈는 살인마 잭 리퍼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녀는 찢어 죽이는 잭에게 살해되었다.

잭 리퍼는 캐서린 애드위즈를 살해한 뒤에 철저하게 해부했다. 그녀는 마치 신의 손(외과의사)이 되기 위한 연습을 하듯이 캐서린 애드위즈의 시체를 해부했다. 그가 모든 일을 마친 것은 2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그의 솜씨는 점점 발전했다. 그는 캐서린 애드위즈의 시체를 해부한 자신의 솜씨에 만족했다. 그는 모든 일을 마치자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헨리 경감은 9월30일 새벽 1시45분에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사건 현장은 너무나 처참했다. 캐서린 애드위즈의 시체는 넝마처럼 예리한 칼에 베어져 있었다. 복부가 절개되어 있고 얼굴에도 여러 곳에 절창(切創)이 있었다. 마구 난도질을 한 것이 아니라 상당히 세심하게 주의를 하여 칼자국을 낸 듯한 상처였다. 귀와 입술에도 연습을 하듯이 가늘고 예리한 칼로 절개한 흔적이 있었다. 잭 리퍼는 캐서린 애드위즈의 눈까풀까지 잘라내었다. 그리고 해부를 하듯이 가슴에서 질까지 일직선으로 절개를 한 상태였고 신장이 사라져 있었다.

“범인은 반드시 외과의사일 것입니다.”

피들러 형사가 몸을 떨며 말했다.

“런던에 있는 모든 외과 의사들을 조사해.”

헨리 경감이 명령을 내렸다. 헨리 경감은 참혹한 시체의 모습에 전율했다.

런던의 이스트 앤드에 경찰이 대대적으로 투입되었다. 그러나 범인을 검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살인마가 하룻밤에 두 사람의 매춘부를 참혹한 모습으로 살해했는데도 경찰은 살인마에 대해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유태인은 공연히 비난받는 것이 아니다’

며칠 후에 잭 리퍼가 쓴 듯한 벽의 글씨가 발견되었다. 사건 현장에서 불과 50m도 되지 않는 굴스턴 거리의 벽이었고 피해자의 옷에서 잘라낸 천조각이 그곳에 버려져 있었다. 천조각에서 피가 발견된 것을 보면 살인마가 나이프를 닦은 것으로 보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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