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MB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8-09-02 11:08
  • 승인 2008.09.02 11:08
  • 호수 749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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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박세일을 주목하라
윤여준 · 박세일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국정운영에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쇠고기 촛불 시위, 북측의 금강산 피격 사건, 일본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수세에 몰렸던 이 대통령은 지지도가 10%대로 떨어지는 등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미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파동에 따른 반대 촛불 시위가 잦아들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 선수단들이 선전을 하면서 국내외적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MB 대 반MB로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지명 변경 원상 회복 조치 등에 고무된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공기업 선진화 방안 발표, KBS 정연주 사장 해임건이다.

이밖에도 그동안 낮은 지지율에 발목이 잡혀 있던 이 대통령 특유의 ‘불도저’식 추진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연이은 추석 물가 대책, 부동산 정책, 대학 자율화 방안, 세제 정책 등이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8월 대공습의 하이라이트는 30대 초반의 미모의 여간첩 사건이다. 올림픽 특수가 끝나자마자 터진 원정화 여간첩 사건은 국내 영화 화제작이었던 ‘쉬리 현실판’, ‘한국판 마타하리’ 등에 비견되면서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 및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간첩사건을 빌미로 과거 10년간 좌파 정권의 실정을 그대로 드러났다며 반격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에 맞서 ‘10년 성과의 훼손을 막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질 않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앞으로 간첩 사건이 2~3건이 더 터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마타도어식 소문 중에는 미 쇠고기 수입관련 촛불 시위의 배후 세력이 북측의 사주를 받은 간첩이라는 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아울러 그는 “이명박 정부의 8.15 총공세와 신공안정국 조성에 기획 냄새가 난다”며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여간첩 사건이 터지고 검찰은 구여권 핵심인사들을 겨냥한 수사가 벌어지고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의혹어린 눈길을 보냈다.

집권 여당의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일련의 강공 드라이브와 여간첩 사건 등을 목도하며 잘 짜여진 각본처럼 이뤄지는 사태에 의아심을 표출했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나라당 한 인사는 “여간첩 사건을 보면 시기적으로 절묘하고 장군도 아니고 대위를 통해 정보 수집을 하고 국내에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첩보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원정화 같은 간첩은 정보기관에서 수도 없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신공안정국을 우려했다.

한편 MB 정부 일련의 강경책을 목도하며 정치권에서는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작품이냐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에서는 일단 청와대 내 공식조직인 정무팀에서 준비했다는 점에 회의감을 보였다. 맹형규 정무수석의 경우 최근 유한열 국방부 청탁 사건에 연루 의혹이 일어 주춤한 상황이고 무엇보다 보수 강경파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제외됐다.

전략가로 잘 알려진 청와대 박형준 홍보기획관 역시 맹 수석과 마찬가지로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시나리오를 갖고 신공안정국을 조성할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청와대 ‘정무팀 + ∝’ 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됐다.

가장 먼저 손에 꼽히는 인사로 한나라당의 ‘장자방’이자 전략기획통으로 유명한 윤여준 전 의원이다. 윤 전 의원은 그동안 청와대 인선이 있을 때마다 정무특보, 대통령 비서실장 등 굵직굵직한 직책에 이름이 거명됐다. 하지만 윤 전 의원은 무슨 이유에선지 하마평에만 오르고 실제적으로 기용되지는 않았다.

윤 전 의원의 경우 한나라당 기획위원장 출신으로 박 전 대표와 함께 지난 2004년 총선에서 탄핵의 폭풍 속에서 선거본부장을 맡아 개헌저지선을 받게 한 인물이다. 여의도 연구소장 출신으로 지략과 정책에 능통한 윤 전 의원은 부산 젊은 소장 그룹이 만든 ‘한국의 길’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한국의 길’에는 박형준, 이성권, 김희정 전 의원 등을 포함해 이태규 전 연설기록비서관, 김도종 명지대 교수에 원희룡-남경필-정병국 의원 등이 심정적 동조그룹으로 함께하고 있다.

한편 윤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캠프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 전 의원이 이 후보를 독대해 선거전반에 대해 조언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윤 전 의원과 함께 청와대 인적 개편 및 각료 인선시 단골처럼 이름이 거명된 인사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다. 박 이사장은 박근혜 전 대표가 대표로 있을 당시 행정복합도시가 본회의 통과한 것과 관련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보수 강경파 인물이다.

박 이사장 역시 이명박 캠프에서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이 정부의 ‘선진화’ 개념을 정립하는 데 일조한 인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또한 박 이사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정연구원 이사장을 맡은 경험도 있다. 무엇보다 박 이사장은 뉴라이트 진영의 정신적 지주로 대북 관계에 있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상 뉴라이트 진영이 이명박 정부의 ‘전위대’로 활동하는 데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관계에 있어 실용 외교에 이념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책사인 윤 전 의원과 이론가인 박 이사장의 연도 남다르다. 윤 전 의원과 박 이사장은 공교롭게도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 출신이다. 또한 1994년 12월 24일 청와대 인사 당시 함께 입성했다. 윤 전 의원은 공보수석 비서관에 박 이사장은 정책기획비서관과 사회복지수석 비서관을 거처 둘 모두 YS 정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청와대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보수 합리적이 인사인 윤 전 의원과 보수 강경노선을 견지하는 박 이사장이 이명박 정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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