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헌납, 살인, 섹스 사이비종교 전통 그대로 답습
재산헌납, 살인, 섹스 사이비종교 전통 그대로 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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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2-14 13:26
  • 승인 2007.02.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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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화 전 세계 최대 살인사건 백백교

그때 전용해가 안방문을 왈칵 열어젖혔다.

“고얀 계집이로다. 대원님이 거룩한 행사를 치르는데 이 무슨 소란이냐? 다시는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해라!”

전용해의 눈이 핏빛으로 이글거렸다.

“예!”

마당에는 건장한 청년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최인자가 질질 끌려 내려오자마자 닭 모가지를 움켜잡듯이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쥐고 졸랐다. 최인자가 위기를 느끼고 격렬하게 몸부림을 쳐댔다. 상주(喪主)는 김서진이었고 상여꾼들은 김군옥, 이창문, 이창흡, 이한종, 백의식 같은 자들이었다. 상주는 직접 목을 졸라 살해를 하는 자를 말하고 상여꾼은 상주가 살인을 하기 쉽도록 팔다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자들이었다. 손발을 무섭게 경련하던 최인자가 축 늘어졌다. 최인자의 눈은 부릅떠져 있고 혀를 길게 빼물고 있었다. 최인자가 숨이 끊어진 것이다.

백백교의 평교도들은 기도를 하고 일을 하지만 간부들은 오로지 환락에만 몰두했다. 낮에는 평교도들의 재산을 갈취하는 일에 골몰하고 밤에는 술과 여자에 파묻혀 지냈다. 때때로 평교도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살인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사이비종교의 특징은 재산을 헌납하는 것과 살인, 그리고 섹스였다. 백백교는 그러한 사이비종교의 전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백백교는 민족종교 동학에서 갈라져 나왔다. 교주 전용해의 아버지 전정예가 동학에서 나와 백도교를 창립했다. 전정예는 금강산에서 수도를 했다면서 무지몽매한 농민들을 신도로 끌어들였다. 1910년 한일합병이 이루어지면서 조선은 일제의 수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일본인들은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만들어 농민들의 땅을 강제로 빼앗았다.

조선의 농민들은 유리걸식을 하거나 일본인의 소작농이 되었다. 조선인들은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기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전정예는 굶주리고 핍박받는 농민들에게 자신을 믿으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병들고 늙어 죽지 않는다는 말로 현혹하여 교세를 확장했다. 1915년에서 1920년까지 백도교는 신도가 1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사교집단이 되었다. 교주 전정예는 남자 신도들에게는 재산을 바치게 하고 여자 신도들에게는 몸을 바치게 했다. 그는 축첩을 하고 살인을 밥 먹듯이
했다. 여자 신도들은 단식기도를 하게 하여 기진맥진 쓰러지면 강제로 욕심을 채웠다. 전정예는 수십 명의 첩을 거느렸다.

백도교의 교주 전정예는 축첩과 살인을 일삼았으나 1920년 63세에 병으로 죽었다.

전정예가 죽자 백도교에 내분이 일어나 큰아들 전용주는 인천교를 창립하고 작은 아들 전용해는 백백교를 창립했다. 전용해는 형식적으로 아버지의 친구인 우봉현을 교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백백교가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자 강원도로 잠적하면서 증거가 드러날까 봐 우봉현을 살해했다. 우봉현이 죽은 뒤 전용해는 김서진 문봉조 이경득과 같은 살인귀들을 포섭하여 수하
에 두고 본격적인 교세확장에 나서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전용해는 배신을 하거나 불만을 터트리는 신도들을 철저하게 응징했다.

“아직도 결백하신 대원님을 믿지 않는 놈들이 있다. 그놈들이 누구냐?”

전용해가 핏빛 눈알을 굴리며 벽력사들을 쏘아보았다.

“네 놈이 있습니다.”

벽력사 김서진이 냉큼 대답했다. 문봉조와 이경득은 우직한 반면 김서진은 여우처럼 교활한 인물이었다. 이미 전용해와 입을
맞추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놈들을 당장 끌고 오라!”

전용해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군옥, 이한종, 이창문, 이창흡, 백의식 등이 네 명의 장정들을 끌고 왔다. 청학리 야산을 개간하고 있는데 불만을 털어놓은 자들이었다. 전용해의 명령에 의해 그들은 옷이 벗겨지고 무릎이 꿇렸다.

“대원님, 저희들이 무지하여 입을 함부로 놀렸습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교도들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살벌한 분위기에 죽음을 예감했다.

“용서해줘? 어림없다. 저놈들을 새끼줄로 꽁꽁 묶어라!”

전용해가 기이한 명령을 내렸다. 벽력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새끼줄로 교도들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네 명의 남교도들은 전용해의 기이한 명령에 어리둥절했으나 벽력사들이 다리에서부터 얼굴까지 새끼줄로 칭칭 감기 시작하자 혼비백산했다. 네 명의 평교도들은 새끼줄에 꽁꽁 묶인 채 몸을 꿈틀거렸다. 얼마나 꽁꽁 묶었는지 신음소리조차 내지를 수 없었다.

“저것들을 굴려라!”

전용해가 입술을 비틀며 명령을 내렸다. 전용해의 창백한 얼굴에 살인귀의 사악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김서진을 비롯하여 문봉조, 이경득 등이 네 개의 새끼 인형을 발로 차서 굴렸다. 새끼줄에 묶인 평교도들은 비명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이 구석 저 구석으로 굴러다니다가 결국 숨이 끊어졌다.
“이것들의 가족이 모두 몇이냐?”

“열한 명입니다.”

김서진이 머리를 조아려 대답했다.

“아이들도 있느냐?”

“열다섯 살 된 소년과 젖먹이 아이가 둘이 있습니다.”

“오늘 밤 그것들도 모조리 처형해라!”

전용해가 잔인한 명령을 내렸다.

“예!”

살인귀들이 일제히 대답하고 흩어졌다. 전용해는 그날 밤에도 열아홉 살 된 처녀를 방으로 끌어들였다. 처녀가 저항을 하자 주먹으로 때리고 팔다리를 묶어놓고 채찍으로 때렸다.

“네년이 하늘님을 거부하면 어찌되는지 알아? 살아 계신 하늘님을 거부하면 발가벗겨서 때려죽일 테다.”

전용해가 처녀를 겁탈하고 있을 때 벽력사들은 낮에 죽인 평교도들의 가족을 찾아다니며 몽둥이로 뒤통수를 쳐서 때려죽이고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은 목을 졸라 죽였다. 전용해의 첩 중에 최남희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평안북도 강계군에 살고 있는 백백교의 지방간부 문이순과 간통했다. 문이순은 서른다섯 살로 강계군에서 일본인들의 논을 소작하다가 백백교에 입교한 인물이었다.

문이순은 가난하여 재산을 바칠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백백교에 유인하는 일을 맡았다.

강계군 일대에서 많은 농민들이 백백교에 가입한 것은 모두 문이순의 포교 때문이었다.

문이순은 입교한 교도들로부터 거두어들인 돈을 가지고 교주인 전용해를 알현하기 위해 강계에서 상경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용해의 집에는 후궁들을 비롯하여 많은 여자들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때마침 빈 방이 없었다.

문이순은 그 바람에 헛간에서 자고 있었는데 최남희가 음욕이 발동하여 문이순을 찾아가 간통한 것이다.

최남희는 자신의 간통이 전용해에게 발각될 것을 두려워하여 한밤중에 도주했다.

전용해는 벽력사인 송의열에게 최남희와 문이순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송의열은 상여꾼들을 데리고 문이순의 고향 강계로 달려갔다. 그러나 송의열 일행이 도착했을 때 문이순의 집에는 아직 최남희와 문이순이 도착해 있지 않았다. 문이순이 강계에 도착한 것은 송의열이 도착하고서도 한나절이 지나서의 일이었다. 송의열은 경성역에서 급행열차를 탔고 문이순은 완행열차를 탔기 때문에 늦게 도착했던 것이다. 문이순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송의열과 상여꾼들에게 붙잡혔다. 송의열은 최남희를 잡지 못했으나 문이순과 그의 처 이순화를 끌고 경성으로 돌아왔다. 이순화는 영문도 모른 채 남편 문이순과 함께 연희전문 뒤에 있는 백백교 교도 백원창의 집으로 끌려왔다.

“네놈은 하늘님을 욕보였으니 죽어 마땅하다!”

전용해가 마당에 있는 커다란 몽둥이를 집어 들더니 느닷없이 문이순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피가 사방
으로 튀었다. 이순화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전용해가 미친 듯이 몽둥이를 휘둘러대고 남편 문이순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이순화는 머리카락이 곧추서고 숨이 멎는 것같았다.

그러나 문이순의 비명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순화가 눈을 떴을 때 남편 문이순은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죽어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백원창의 집 마당이 문이순의 몸에서 꾸역꾸역 흘러내린 피로 벌창을 이루었다.

전용해는 잔인했다. 그는 문이순을 몽둥이로 타살한 뒤에 그의 처 이순화까지 잔인하게 죽였다. 문봉조는 이튿날 아침 자신의 종형인 문봉진 일가를 처형하기 위해 양주군 동하면 대인리로 내려갔다.

문봉조의 사촌형 문봉진은 백백교에 입교하여 대인리에서 화전을 개간하고 있었다. 그런데 백백교 간부인 문봉조의 세력을 믿었기 때문인지 그가 교도들 앞에서 화전을 개간하는 일이 너무 힘들고 대우가 나쁘다고 불평을 한 것이 밀정들에 의해 전용해에게 보고되었다.

‘놈이 사촌형을 죽이면 나에게 충성을 하는 것이고 죽이지 않으면 배신을 하는 것이다.’

전용해는 문봉조의 충성심을 시험하고 있었다.

“아이고, 동생이 이 먼 곳까지 웬일인가?”

문봉진은 사촌 동생 문봉조를 반갑게 맞이했다.

“형님 뵌 지가 오래되어서 인사나 드리려고 왔습니다.”

문봉조가 문봉진 처의 눈치를 살피며 얼버무렸다.

“뭘해? 동생이 왔는데 얼른 술상 차려.”

문봉진이 소리를 지르자 문봉진의 처가 부엌으로 나갔다. 문봉조는 노끈을 꺼내 문봉진의 목에 감았다.

문봉진이 숨이 막혀 발버둥을 쳤으나 문봉조가 억센 완력으로 노끈을 바짝 죄자 이내 눈을 부릅뜨고 숨이 끊어졌다. 살인귀 문봉조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문봉진의 처가 술상을 차리다가 말고 문봉조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사촌 시동생이 억센 손으로 목을 조이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다음은 옆방에서 자고 있는 어린 조카들이었다. 문봉조는 어린 조카들까지 잔인하게 살해한 뒤에 시체를 대인리 뒷산에 묻었다.

“음. 문봉조는 충성스러우니 오명애를 첩으로 준다.”

전용해가 만족하여 자신의 첩을 문봉조에게 하사했다.

1935년부터 백백교의 살인 행각은 더욱 악랄해졌다. 백백교에 가입한 뒤에 재산을 바치지 않으면 교주 전용해가 있는 경성으로 불러 올려 온갖 협박을 하여 재산을 바치게 한 뒤에 살해했다. 가족들에게는 가장이 백백교에서 부귀를 누리고 있다고 통보하여 안심하게 했다.

백백교에 입교한 가장이 돌아오지 않아 부인이 의심을 하거나 지부에 찾아와 수상쩍은 눈치를 보이면 경성으로 찾아가 보라
고 정중하게 권했다.

“경성에 찾아가도 괜찮을까요?”

그러면서 대부분의 부인들이 조심스러워하면서 묻는다.

“그럼요. 어르신은 잘 계시니까 이 기회에 경성 구경도 한번 하시지요. 찾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백백교의 지방 간부들은 친절하게 약도까지 그려주면서 차비까지 주어서 보냈다.

가족들은 백백교의 친절에 몇 번이나 사례의 인사를 하면서 경성으로 올라가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지부에서 뒤를 밟게 한 백백교의 살인귀들이 인적이 없는 산에서 악마로 돌변해 살해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린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장을 찾는 부인네들은 대부분이 어린 아이 두 셋은 거느리고 있는데 백백교의 살인귀들은 어린아이들까지 닥치는대로 살해했다. 백백교가 살해한 교도들 중에 가장을 찾아 나섰다가 죽은 사람들이 절반이나 될 정도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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