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현장에서의 유의사항
수사요원은 최초 범죄현장을 접할 때 가능한 한 현장 주변상황을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행동해야 한다.
사건의 초점을 포착하기 위한 세심한 주의력으로 출입문의 손잡이, 전등의 스위치, 그리고 기타 장소에서 발견되는 증거물에 대하여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명감과 열의만 있다면 놓치기 쉬운 증거물들이 용이하게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①출입문이 열려 있었는가? 닫혀 있었는가? 또는 잠겨 있었는가?
②전등이 켜져 있었는가? 어느 전등이 켜져 있었는가?
③커튼이 쳐져 있었는가?
④담배, 가스, 향수냄새 등이 났는가?
⑤집 내부는 청소가 되어 있었는가? 등의 사항도 세밀히 관찰해야 한다.
범죄현장은 가능한 한 변동시켜서는 안 되며, 전체 수사팀들이 도착할 때까지 변동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만일 현장의 물건을 꼭 이동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자신의 지문이 남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어떤 물건을 이동시키기 전에는 그 물건이 놓여 있던 위치를 정확히 수사보고서에 기록해야 함은 물론, 분필로 그 위치를 표시하며 그림으로 그려놓고, 또 사진으로도 촬영해 놓아야 한다.
수사요원들은 범죄현장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불필요하게 서성거리거나 주변 물건들을 만지거나 흐트러뜨리는 일을 절대 삼가야 한다. 수사요원은 범죄현장의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없고, 수돗물을 틀 수도 없고, 담배를 피울 수도 없다.
또한 현장에 걸려 있는 수건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범인이 피가 묻은 손이나 흉기를 닦는 데 수건을 사용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피해자 가족이 범죄현장을 청소할 경우, 즉시 이를 중지시켜야 한다. 만일 청소가 끝났을 때는 청소하기 전, 현장의 본래 모습을 상세히 물어서 기록해 놓아야 한다.
범죄현장에 도착한 수사요원은 가능한 한 빨리 가족과 구경꾼들로부터 현장을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만일 범죄현장이 출입문만 잠그면 폐쇄될 수 있는 장소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범죄현장을 폐쇄할 수 없는 넓은 외부지역이라면 밧줄이나 말뚝 등을 이용, 통행인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
대부분의 가치 있는 증거물은 범죄현장 중심부보다는 근처 통행로 등에서 흔히 발견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제 범죄현장 중심부는 수사요원이 도착하기 전에 피해자와 가족 또는 구경꾼들에 의해 훼손되기 쉽기 때문에 여기에서 수사의 단서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넓은 외부 지역의 범죄현장을 보존할 때는 믿을 만하고 책임감이 강한 지역 주민의 도움을 얻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범죄현장에 상해자(傷害者)가 있을 경우, 현장의 어떤 수사의 단서가 불가피하게 훼손되더라도 무엇보다 상해자의 생명을 먼저 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경상의 상해자라면 수사요원은 상해자가 있던 위치 등을 간단히 스케치하거나, 표시하는 등 머릿속에 잘 기억해 두는 일이 중요하다.
상해자가 누워 있었는지, 앉아 있었는지, 또는 손과 팔 그리고 다리의 위치와 모양은 어떠했는지, 옷의 상태는 어떠했는지를 잘 관찰해 기록해야 한다.
구급차가 도착해 의료 종사자가 현장에 왔을 때는 현장을 가능한 한 손상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친절히 안내해 주어야 한다. 의료 종사자가 상해자를 운반할 때는 현장의 어떤 물건이 변동되는지를 수사요원이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 다음 상해자를 구급차에 태워 이동시킬 경우에는 수사요원은 그 상해자를 따라 함께 동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범죄해결에 귀중한 열쇠가 되는 상해자가 지껄이는 말, 절규, 때로는 죽어가면서 무엇인가 가까스로 남기는 말을 들어 포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요원은 피해자의 의복에 대한 올바른 처리와 관리까지 도맡아야 한다. 대부분 병원 또는 안치소(시체의 경우)에 피해자의 의류를 수거할 목적으로 들어갔을 때, 그 옷은 이미 태워버렸거나 또는 시체로부터 찢어서 벗기고 절단하여 쓸모없는 헝겊 뭉치로 남겨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건의 상황에 따라서는 피해자의 옷이라도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증거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범죄현장에 사망자가 있을 때 최초 도착한 수사요원은 우선 시체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즉 사망은 틀림없는가? 시체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가? 시체의 색깔은? 그리고 부패가 되었는가? 등을 관찰하고 나중에 전문적인 부검의의 더욱더 세밀한 검사가 끝날 때까지는 시체를 만지거나 이동시켜서는 안 된다.
최초 범죄현장에 도착한 수사요원은 때때로 현장에서 용의점이 있는 수상한 사람을 검거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럴 때에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중요한 임무는 범죄현장의 보호 목적에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몇몇 믿을 만한 이웃사람에게 수사요원 모두가 도착할 때까지 범죄현장의 보호를 위한 임무를 부탁할 수도 있다. 이때는 반드시 그 사람들에게 현장보존을 위한 간단한 기술과 방법을 친절히 가르쳐줄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사요원은 계속 용의자를 추적 관찰하면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범죄현장으로부터 용의자를 분리 보호해야 한다. 용의자가 새로운 수단을 준비할 기회나 범죄현장의 상세한 상황에 대해 관찰할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최초 현장에 도착한 수사요원은 모든 수사요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다음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첫째, 범죄현장에 들어간 사람들이 누구인지 목격자들을 모두 기록해 놓는다. 이 정보는 차후에 지문의 분류와 범죄현장에서의 단서를 찾아내는 데 중요하다.
둘째, 최초로 도착한 수사요원은 현장에서 자신이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
셋째, 어느 장소라도 가능하다면 용의자와 목격자는 분리 보호해야 한다. 만일 용의자와 목격자 간에 서로 이야기할 기회가 허용된다면 차후 수사상 의문점을 파악하는 데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또한 피해자 가족들은 이웃집의 도움을 받아 보호받도록 해야 하며, 음료수 또는 필요시 진정제를 복용시켜 보호해야 한다.
넷째, 사건의 진실이 다만 암시에 의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목격자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지껄이지 못하도록 분리 보호해야 한다.
다섯째, 목격자 또는 구경꾼들은 범죄상황을 서로 이야기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것 또한 사건 상황의 잘못된 암시와 왜곡을 방지하는 데 중요하다. 또한 범죄사건의 세세한 상황을 방송으로 보도하는 것도 수사를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여섯째, 유능한 수사요원은 흔히 수사과정 중 매우 중요한 정보를 포착한다. 수사요원들은 항시 모든 수사정보를 주의 깊게 겸손하게 경청해야 한다.
일곱째, 손상 위험성이 있는 증거물을 보호해야 한다. 비 또는 눈이 내리는 동안에는 물의 흐름을 바꾸거나, 마분지, 널빤지 등으로 덮어서 현장증거를 보호해야 한다.
수사요원들이 범죄현장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수사책임자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수사 책임자의 허락 없이는 범죄현장에 그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으며, 다른 수사팀 또는 상급자라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현장에 접근이 허락된 상급자 또는 기타 관계자들은 반드시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행동할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부주의하여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손으로 범죄현장의 물체를 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범죄현장에 임하는 수사요원들은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칙이나 스웨덴의 스벤손(Svensson)박사는 범죄현장에서는 오히려 장갑의 착용을 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장갑을 착용하면 더욱 마음 놓고 현장의 물체를 만질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범죄현장에 도착한 신문기자들에게 수사요원들은 범죄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된다. 기자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수사책임자 또는 대변인의 책임 하에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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