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오코와 마사코가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강쇠가 대근에게 물었다. “테레크라는 알겠는데, 소프란또 거긴 또 뭘 하는 데지?” “증기탕 알지? 그것 하고 비슷한데 서비스가 끝내 줘. 대신 요금이 좀 비싸서 탈이지.” “얼마나 비싼데.” “한 시간 반 정도 서비스 해주고 2만 5천엔. 물론 화대는 별도야.” “뭐어? 그럼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도대체 얼마야. 차라리 벽이나 긁고 있는게 낫겠군.” “하하하 염려마라 오강쇠. 일본까지 왔음 섹스숍 구경도 해야지 벽만 긁으면 쓰겠냐.” 대근이 호탕하게 웃자, 강쇠가 떨떠름하게 받았다. “네 놈 정성은 갸륵하다만, 너도 알다시피 돈을 갖다 바치며 여자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내 사전에 없어. 그런데 서비스를 어떻게 잘하기에 화대 없이 그렇게 비싸냐.”“야, 말도 마라. 나도 딱 한번 가봤는데, 머리털 나고 내 몸에 성감대가 그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한마디로 끝내 주더라.” “정말 그 정도야?” “그럼 내가 구라치는 것 봤냐. 잔말 말고 따라오기만 해. 오늘은 내가 화끈하게 쏠 테니깐.” 대근은 큰소리를 빵빵 치더니 앞장서서 어디론가 달려갔다.일본의 증기탕, 소프란또는 과연 이색적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기모노 차림의 앳된 여종업원이 허리를 구십도로 꺾으며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정성껏 잘 모시겠습니다.”종업원은 잽싸게 무릎을 꿇고는 신발을 벗겨주었다. 깍듯한 태도에 강쇠는 마치 상전이라도 된 듯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어? 지난번에 본 그 아가씨가 아닌가. 리에 맞지?” 대근이 아는 척하자, 리에도 알아본 듯 반갑게 웃었다. 그러더니 애교가 넘치게 대근의 팔을 살짝 꼈다.“안돼 리에. 오늘 네 파트너는 바로 이 분이야. 멀리 한국에서 날아온 귀하신 몸이니까 특별히 잘해 드려. 알았지? 야 강쇠. 일단 여기서 우리 찢어지자. 흐흐흐. 그럼 이따 봐.”대근이 먼저 사라지자, 리에가 눈웃음을 치며 강쇠를 어디론가 안내했다. 방문을 열자, 욕실이 보였다. 리에는 욕조에 물을 반쯤 채운 다음 강쇠의 옷을 벗겼다. 셔츠에 이어 마지막으로 팬티를 벗기자, 리에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꺅!” 외침에 강쇠는 반사적으로 번쩍 고개를 들었다. “왜 그래. 갑자기 비명은 왜 지르는 거야.” 리에는 입을 가린 채 손가락 끝으로 강쇠의 물건을 가리켰다. 강쇠가 빙그레 웃자, 리에는 흥분된 표정으로 욕조에 강쇠를 밀어넣었다. 욕조의 물은 따뜻했다. 리에는 부드러운 손길로 강쇠의 몸 구석 구석을 정성을 다해 씻겨주었다. 이윽고 목욕을 끝내자, 리에는 손짓으로 편하게 누우라는 시늉을 했다.
강쇠가 시키는 대로 눕자, 마사지를 시작했다. 가볍게 팔다리를 마사지해 나가던 리에는 어느 순간 웃옷을 벗어던졌다. 분홍빛 앙증맞은 젖꽃판이 강쇠의 눈에 탐스럽게 비쳤다. 강쇠는 새삼스럽게 리에를 다시 쳐다보았다. 앳된 얼굴과 젖꽃판의 생긴 모양으로 봐, 리에는 결코 19세를 넘지 않아 보였다. 일본에는 세라복 차림의 여고생이 공공연히 원조교제도 하고 성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도 한다더니 리에도 그렇단 말인가? 강쇠가그 생각을 하는 동안, 리에는 재빨리 강쇠를 돌아눕히더니 등 뒤에서 엎드려 뻗쳐 자세를 취했다. 이어 젖꽃판을 등에 찰싹 밀착시키더니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애무하듯 마사지해 나가기 시작했다. 강쇠는 꽃판이 움직일 때마다 살갗이 감전된 듯 움찔거렸다. 간지러우면서도 온 몸이 조여드는 듯한 쾌감에 강쇠는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도대체 이게 무슨 천지조화란 말인가. 지금까지 별과 같이 빛나는 애무 수법을 자랑하는 무수한 여자로부터 갖은 희롱을 다 당해봤어도 이런 느낌은 난생 처음이로군. 대관절 등 뒤에서 뭘 어떻게 하길래 이렇게 기분이 죽여주는 거야?”살이 떨리는 쾌감을 이를 악물고 참으며 강쇠는 전문가답게 원인 분석에 골몰했다.
그런데 그게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뒤통수에 눈이 달리지 않은 이상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말이 통하지 않으니 더더욱 물어볼 수도 없었다. 급기야 참다 못한 강쇠는 후다닥 돌아누웠다. 바로 그 순간, 옆 방에선 대근이 연신 신음을 흘리며 까무룩히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구름 속을 거니는 듯 황홀경을 헤매던 대근이 코맹맹이 소리로 마사지 걸에게 물었다.“어쩌면 손놀림이 그렇게 나긋나긋하냐. 별도로 마사지 비법을 배우기라도 하는 거니?”“당연하죠. 손님을 충분히 만족시켜 드려야 하니까요. 저희 업소 종업원은 모두가 태국에서 특별히 기술을 전수받고 온 전문가에게서 노하우를 배우죠. 기술이 뛰어나면 그만큼 단골이 늘어나고 수입도 많이 생기니까 열심히 배우려고 해요.”마사지 걸이 친절하게 설명하자, 대근이 알 듯 모를 듯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럴듯한 얘기군. 그런데 왜 하필 태국이지?”“이 계통에서 태국은 최고의 나라로 치죠. 말하자면 마사지 종주국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손님은 여태껏 태국 마사지 한번도 안 받아봤나요?”
“음…그 비슷한 얘기는 들었다만, 먹고살기 바빠서 거기까진 아직…”대근이 미처 말을 끝내기 전에 마사지 걸의 동작이 딱 멎었다.“손님. 시간이 다 됐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더 연장하시려면 추가 요금을 바로 지불하셔야 해요.”대근은 얼른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정확히 한 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대근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는 벌떡 일어났다. 방문을 열자, 마침 옆방에서 강쇠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대근이 다가가 슬쩍 물었다.“어때 기분이. 좋았어?”“음. 한마디로 죽여주더군. 일본 남자들이 왜 이런 델 즐겨 찾는지 이유를 확실히 알았어. 그런데 이제부턴 어디로 가는 거지?”“글세. 소프란또에서 때 빼고 광까지 냈으니 그냥 집으로 들어가긴 아무래도 썰렁하겠지. 어디 화끈한 데 없을까.”고민하던 대근이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소리쳤다.“그렇지! 생각났다. ‘노팬키사’라고, 희한한 데가 있는데 거기 한번 가볼래?”“노팬키사? 거기가 뭐하는 데야.”“응 커피숍인데, 웨이트리스가 노팬티로 나와서 서빙해. 어떠냐. 구미가 당겨?”
“노팬티? 그렇다면 알몸으로? 세상에! 진짜로 그런 커피숍이 있단 말야?”“있다 마다. 하지만 알몸은 아니고 짧은 미니 스커드 차림인데 노팬티다 이거지.”“뭔 소리야. 겉에 미니스커트를 걸쳤다면서 속이 노팬티면 뭘해.”“녀석이 의심하고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가보면 알 거다.” 대근은 의기양양한 발걸음으로 신주꾸 번화가를 가로질러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뒤따라 안으로 들어서던 강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뚝 섰다. 실내는 대근이 말한 미니스커트 차림의 웨이트리스 서너명이 언뜻 눈에 띄었을 뿐, 노팬티로 상징되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뭐야. 한국에서 보던 카페하고 똑같잖아. 그리고 여자애들 다리통은 왜 저래. 하나같이 불국사 기둥만 하잖아.”강쇠가 투덜대자, 대근이 흐흐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흘리며 대꾸했다.“일단 앉아라. 그리고 네 놈 다리 밑을 봐. 지금 당장.”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쇠의 시선이 총알같이 아래로 꽂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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