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들이 감방에서 칫솔로 구슬을 만들어 어쩌고 어쩌고 한다는 말은 들었어도, 구천평과 같은 행동은 금시초문인 동시에 위험천만한 짓거리로 비쳤기 때문이었다. 강쇠는 자신의 목격담을 즉시 대근에게 알렸다. 대근은 구천평이 엽기적이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이 없었다. 대근의 관심은 오직 하나, 그 칫솔질이 과연 조루에 효과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천평의 대답은 신통치 않았다.“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하루도 빼먹지 않고 피나게 문질러대는데도 막상 여자와 관계를 하면 오래 끄는 것 같지 않으니, 아무래도 헛수고만 한 것 같아.”구천평의 그 말을 떠올리며 대근이 강쇠에게 말했다.“그때 구천평의 칫솔 비법은 한마디로 실패였어. 만약 효과가 있었다면, 이 땅의 수많은 조루분들께 타의 모범이 되고도 남았을 테지. 그런데 참, 구천평 그 놈 온다간다 말도 없이 증발했었잖아. 지금 어디서 뭘하냐. 소식 들었어?”“응. 지금 인도에 있어. 근데 너 기억 안나? 구천평이 증발하기 직전에 ‘드디어 조루 정복했다’고 좋아서 길길이 날뛰었던 사건 말야.”
“기억나다마다. 그래서 내가 부랴부랴 구천평이 사는 고향마을까지 내려갔지. 그런데 한발 늦었더군. 어떤 과부랑 눈이 맞아 종적을 감춰버린 거야. 젠장할 의리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놈, 비법을 터득했음 갈쳐주고 사라져도 사라져야지. 안 그러냐?”강쇠는 그렇게 말하는 대근을 사뭇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이런 한심한 녀석하고는. 너한테도 문제가 있어. 네 놈이 그전에 ‘구천평아. 실은 나도 조루다’ 하고 이실직고했음 왜 가르쳐주지 않았겠니. 하지만 너무 낙담하진 마라. 구천평이 사라지기 직전에 비법을 내게 알려주고 갔으니까.”“뭐라고? 그 비법이 뭐야. 설마 저번처럼 귀두 때밀기 같은 건 아니겠지.”“아냐. 귀두는 귀둔데, 이번엔 귀두 목조르기야.”“귀두 목조르기?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수작이야. 이번엔 칫솔대로 귀두 목을 누르기라도 한단 말이야?”“아니, 구천평은 그뒤로 칫솔대를 분질러 없애버렸어. 귀두 목조르기는 구천평이 현대의 여러 성의학서를 탐독한 끝에 자기 식으로 개발한 거야. 그런데 그거 절대로 우습게 볼 거 아니더라구. 나도 막상 실전에서 써먹어봤는데 효과가 타의 모범이 될 정도였어.”
“저 정말이야? 그렇담 얼른 말해봐. 오늘부터 당장 그 비법을 써봐야겠어.”대근은 비상한 관심으로 눈빛을 번득이며 캐물었다. 강쇠는 가슴을 쭉 펴고는 낭랑한 목소리로 비법을 설명했다.“간단히 말해 조루의 특징은 뭐야. 넣자마자 발사하고 싶어지는 것 아냐. 바로 그때, 나오려고 할 때 일단 거시기를 빼. 그런 다음 세 손가락으로 귀두 밑둥, 그러니까 페니스 본체와 만나는 귀두 목덜미를 콱 틀어쥐고 힘껏 눌러. 그러면 나오려던 액이 정지하고, 더 세게 틀어쥐면 쑤욱 뒤로 후퇴하지. 이걸 반복하면 사정이 저절로 지연되면서 자연히 교접시간이 길어지게 돼. 이때 중요한 것은 손바닥으로 움켜쥐지 말라는 거야. 반드시 엄지손가락과 검지 그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이용해 귀두 목을 힘껏 틀어쥐어야 해. 이 방법으로 한 달 이상 단련하면 변강쇠는 못돼도 조루는 극복되지. 구천평은 이 방법을 터득한 뒤 기가 막힌 ‘맨손체조’를 개발했다면서 너무 좋아 길길이 날뛰었어.”구천평이 변강쇠가 되었다니! 조루 때문에 여자 앞에만 서면 전전긍긍하던 녀석이 그렇게 되었다니, 대근으로선 참으로 천지개벽할 소식이었다. 대근은 다짜고짜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천년 묵은 산삼이라도 고아먹었나? 밤마다 빌빌대던 녀석이 어떻게 갑자기 변강쇠가 돼?”
“갑자기가 아니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야. 대근이 너, 구천평이 왜 인도에 갔는지 이유를 모르지. 여기 이 편지를 봐라. 얼마 전에 구천평이 보내온 건데, 너도 느끼는 바가 클 거다.”강쇠는 품에서 편지 한통을 꺼냈다. 편지 겉봉에는 인도 봄베이 스탬프가 찍혀 있었다. 강쇠는 이 편지를, 훗날 인도 명기를 찾아갈 때를 대비해 늘 품에 넣고 다니는 중이었다. 대근은 봉투를 열고 편지지를 펼쳤다. “오강쇠 보아라.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다. 나는 섹스에 더 강해지기 위해 부득불 인도행을 결단했다. 강철같은 정력의 사나이가 되고자 하는 나의 열망을 강쇠 너는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는다. 인터넷과 성에 관한 여러 문헌들을 뒤적이다 나는 알게 되었다. 인도야말로 성력(性力)을 돋굴 수 있는 최적의 나라라는 사실을. 여기서 나는 인도 좌도 밀교에 입문해 본격적인 섹스 수업을 받는 중이다. 아 정말 섹스의 세계는 한도 끝도 없고 무궁무진하구나! 나는 이미 여기서 광기에 가까운 환희를 맛보았다. 그러나 나의 목적은 쾌락을 추구하는 데에 있지 않다. 인도에 온지 3년여, 마침내 나는 변강쇠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최종 목표는 섹스를 통해 득도를 이루고 열반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모쪼록 강쇠 너 또한 건투를 빈다. 멀리 봄베이에서 구천평.”대근은 편지를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 하고 용심(勇心)이 뻗쳤다.“대단한 웅지야! 일개 조루에 불과했던 구천평 그 놈이 이렇게도 그릇이 큰 인물이었단 말인가. 아 그런데 내 꼬라지는 이게 뭔가.” 그러자 대근의 심정을 눈치챈 강쇠가 다독거리며 위로했다.“네 놈 기분을 알만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할 것까진 없다. 너라고 열심히 하면 구천평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있냐.”“그래요 사부님. 사부님도 물건 하나는 기본 가라꾸가 있으니 노력하면 얼마든지 변강쇠가 될 수 있어요. 힘내세요 네?”옆에서 듣고 있던 교오코도 가세하자, 대근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그래, 결심했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오늘부터 당장 수속을 밟아 인도로 쳐들어가겠어. 가서 구천평 놈을 만나 변강쇠가 되는 섹스 수업을 받고야 말겠어.” 강쇠는 당장 뛰쳐 나가려는 대근을 부리나케 붙잡았다.“아서라 대근아. 변강쇠가 되기 위해 굳이 인도까지 갈 필요가 뭐가 있어. 구천평은 구천평대로 방식이 있고, 너는 너대로 방식이 있는 거지. 넌 일단 내가 가르치는대로 단련을 거듭해 조루부터 탈출해라. 변강쇠가 되는 건 그 다음이야 알겠냐. 그리고 교오코, 교오코는 이제부터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명기를 찾아봐. 갈 길이 바쁘니 수고 좀 해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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