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한을 찾아온 김종필씨
김두한을 찾아온 김종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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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11-15 09:00
  • 승인 2004.11.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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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신록회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 시킵시다”이 말에 김두한 의원의 눈이 치찢어졌다. 넝마주이 어린이는 괜히 그런 말까지 했다고 후회하는 것 같았다. 그말을 들은 김두한 의원은(이거 그대로 두면 안되겠군.)초선이의 집에 가는 걸 포기하고 그 길로 넝마처리장을 돌아다니며 실태를 철저히 조사했다. 그러다가 김두한 의원은 뭣인가 느꼈다.(이거 잘만 운영하면 꽤 좋은 사업이 되겠는데.)김두한 의원은 다음날 아무도 모르게 손수 넝마소쿠리를 어깨에 메고 나섰다. 헌작업복 차림에 낡은 중절모를 푹 눌러쓰니 아무도 알아볼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퇴근시간의 무교동 골목과 다동 골목은 말할 수 없이 붐볐다. 이 지역에 사무실이 많아 종이 쓰레기도 붐비는 사람만큼이나 많이 나왔다.김두한 의원은 시간을 재어 보며 어린이 넝마주이 소쿠리에 종이가 가득 찰 때까지 이 골목 저 골목을 뒤지고 다녔다. 1시간 30분, 딱 1시간 30분만에 종이 쓰레기가 소쿠리에 가득 찼다.비록 더러운 휴지 부스러기나 걸레같은 넝마쪼가리였지만, 한 소쿠리를 정상가격으로 팔게 되니 7백원이라는 돈이 들어왔다.

한시간 30분에 7백원 3시간 뛰면 1천4백원을 벌게 되니 괜찮은 벌이였다. 다음 날이었다. 김두한 의원은 이 사실을 그의 부하들에게 공개했다.“나는 어제 저녁 때 실제로 이 소쿠리를 어깨에 메고 무교동과 다동 골목을 누비며 넝마를 주워봤다. 1시간에 얼마씩 주울 수 있나 하는 것을 실험하기 위해서였다….”“네? 무엇이라구요?”“아니, 형님이 어떻게 그런….”부하들은 깜짝 놀라며 입들을 쩍 벌렸다. 그때 김두한 의원이 열변을 토했다.“직업엔 귀천이 없는 거야. 난 우연한 기회에 이 넝마처리장을 기업화하면 거기도 깨끗해지고, 또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지금 서울 거리엔 수 천명의 넝마주이들이 있는데, 모두 중간 왕초들이 이익을 착취하고 있단 말이다. 나는 이러한 중간 착취 조직을 없애버리고 넝마주이들에게도 제대로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통일된 조직으로서 운영하려는 것이다. 그러자면 첫째….”이렇게 하며 김두한 의원은 활동자금이 없어 맥이 빠져 있던 부하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신록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우리는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먼저 넝마 소쿠리를 메고 거리로 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길이요, 중간 착취 조직을 깨는 길이 되기도 한다. 내 말 알겠디?”처음엔 망설이던 부하들도 김두한 의원이 손수 넝마 소쿠리를 메고 거리로 나서는 것을 보자 용기를 내어 따라 나서는 것이었다.

그러자 중간 왕초들을 거느리고 넝마의 이권을 독점하고 있던 기존 조직이 반발을 했다.그들은 처음엔 완강히 반발하며 실력으로 대항하려 했으나, 「애국단」이라는 막강한 조직을 갖고 있는 김두한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다.“형님, 이제 자금 걱정은 안하셔도 되겠습니다!”김두한 의원의 부하들은 「신록회」 사업으로 숨통이 트이자 이렇게 기뻐했다.“형님, 「신록회」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킵시다. 부산도, 대구도, 광주도…. 전국적인 사업으로 확대시키면 우리 아이들도 밥 먹고 살 수 있지 않겠어요?”“그러나 아직은 조직 확대가 일러. 서울서 성공하는 걸 보아가며 단계적으로 해야지, 지칫 조직만 확대했다가 실패하는 날엔 사회의 원성만 살 게 아니냐.”한편 그는 정가에서 이합집산과 배신을 다반사로 하는 구정치인들을 싫어했기 때문에, 새롭게 참신한 세력과 손잡고 일하고 싶었던 것이다.“김의원의 그 투철한 애국정신과 열의는 환영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새로운 정신밑에 새로운 체제로 정당을 조직하여 민정이양의 발판을 삼으려 하므로, 어떤 기존 조직체를 흡수한다든가, 모체로 할 수는 없습니다.”어느날인가 김두한 의원은 혁명정부의 고위층을 찾아가 자기의 의욕적인 포부와 계획을 진지하게 얘기하자 이렇게 답변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애국단」을 새로 조직하는 정당의 방계단체로서 존속시키면서 유기적인 연관을 맺으면 어떻겠습니까?”김두한 의원의 이런 제의에 혁명정부 고위층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것도 좋겠지요. 그러나 이건 우리의 계획에 없었던 것이니, 동지들을 만나 의논을 해봐야 되겠습니다.”“그렇게 하시죠. 우리 「애국단」 동지들은 새롭게 참신한 세력과 손잡고 일하는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예, 알겠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이렇게 하여 일단 김두한 의원의 뜻은 성공하는 것 같았으나, 일부 혁명 주체세력들은 김두한이 이끄는 「애국단」 단원들이 폭력단으로 구성되어 있어 반대하였다.(좋아. 그렇다면 나 혼자 하는 거지 뭐. 언젠가는 자기들과 내가 이념과 정신이 같은 것을 알고 합류할 수 있었어?….)김두한 의원은 혼자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눈을 들어 창밖을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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