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근 의원의 ‘무서운 흉계’
장경근 의원의 ‘무서운 흉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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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11-14 09:00
  • 승인 2003.11.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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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가!”김두한의원의 주먹이 금방이라도 유지광의 볼따구니에 올라갈 것만 같았다.긴박한 분위기를 간파한 이정재가 사이에 끼여들어 싸움을 말렸다. 그는 자기집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가뜩이나 신문에서 자기를 주목하고 무슨 일만 있으면 떠들고 일어나는데, 자기집 사랑방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때렸다는 신문기사가 나가면 앞으로 일하는데 큰 지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형님, 참으십시오.”이정재는 어디까지나 침착하고 부드럽게 김두한의원의 비위를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사돈도 그만 나가보시오.”이정재는 이렇게 말하여 유지광을 나가도록 했다. 그러자 유지광은 군소리 없이 밖으로 나갔다. 김두한의원은 그걸 보면서 이윽고 이정재에게 다가가 “이정재 잘 들어둬! 한번만 더 그따위 야비한 수작을 했다가는 그땐 그냥 안놔둘 거야!”김두한은 이렇게 말하며 이정재의 어깨를 아프게 탁탁 쳤다.

“사람 그렇게 의심하는 게 아니오.”이정재는 여전히 천연덕스럽게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주의해!”김두한의원은 이렇게 말한 후 돌아서서 이정재의 집을 나와버렸다.“잘 해보시지.”이정재는 물러가는 김두한의원의 뒤퉁수에 대고 이렇게 말하며 싸늘하게 웃었다.‘지금 우리 나라의 전민중은 국회가 개헌하는 문제에 대하여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믿고, 회상하는 것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헌안을 충분히 해결시켜서 국가가 위기에 놓여 있는 이 시기에, 국가에 총애하는 대다수 의원들의 결심으로 개헌문제가 공정하게 민의를 따라서 결정되기를 바라는 것이다….’이승만 대통령의 이러한 성명은 개헌을 추진하는 자유당 의원에게 자극을 주기 위함이요, 국민들로 하여금 은근히 개헌 찬성에 압력을 가하라는 암시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허, 이거 큰일 났군!”“뭔데?”“ 이 신문을 좀 봐. 이대통령이 은근히 삼선개헌에 압력을 넣구 있군.”“뭐라구 났는데 그래?”“대다수의 국민들이 삼선개헌을 찬성하니 국회에서는 아무말도 말고 빨리 삼선개헌을 통과시켜 국민들을 안심시키라는 거야.”“원 저런! 그 영감 노망을 했군.”“누가 아니래. 우리 나라에는 자기 아니면 나라가 망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가 봐.”“그러게 말이야. 그 밑에서 알랑대는 간신배들이 신처럼 받드니 그럴법도 하지.”“나라의 앞날이 걱정이야….”뜻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앞날을 걱정하며 한숨을 쉬었다.한편, 야당에서도 이 문제를 가지고 연일 회의다 뭐다 대책을 세우기에 분망했다.“비록 자유당에서 개헌 정족수인 136명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야당만 굳게 단합하면 개헌안을 통과시키지 못합니다.”“유석 말이 맞아요. 자유당내에서도 몇 표는 반란표가 나올테니까.”전 국회의장 신익희씨도 조병옥 박사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러니 우리도 이러고만 있을게 아니라, 어떤 통로를 만들어서라도 무소속과 결속해야 돼요. 이러다간 나라가 망합니다.”유석 조병옥이 비장하게 말했다.“유석, 어떤 좋은 복안이라도 가지고 있소?”언제나 별로 말이 없는 김성수씨도 한 마디 했다.“이렇다 할 방안이야 없지만, 우선 한 사람씩 만나서 의견을 타진하고 연합작전을 펴는 도리 밖에는 업지요.”이렇게 말하는 조병옥 박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뭔가 심각하게 생각할 때 하는 그의 버릇이었다.이때 김두한이 들이닥쳤다.“선생님, 그래 야당에선 구경만 하고 있을 작정입니까?”김두한의 이 말에 조병옥 박사는 빙긋이 웃었다.“그럼 어떡하나? 서울 시내에는 지금 혈맹단(血盟團)이다, 구국청년단(救國靑年團)이다 하는 사람들이 대낮에 야당 사람들을 때려잡는 판인데.”조병옥 박사의 이 말에 김두한은 화를 버럭 냈다.

“그까짓 거지 발싸개 같은 새끼들 때문에 장 못담급니까? 싸워야 해요. 이 김두한이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한 삼선을 위한 개헌은 못합니다. 나는 정말 이승만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직접 대놓고 말했어요. 개헌도 하지말고 대통령에 출마하지 말라구요.”김두한의 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신익희 전국회의장이 김두한의 손을 덥썩 잡으며 감격어린 소리로 “고마우이. 김의원! 우리도 자네의 그 혈기방장한 의기(義氣)를 믿는 바일세. 잘 좀 부탁하이.”그러자 옆에 있던 조병옥 박사도 “그래. 김군만 협력한다면 삼선을 위한 개헌안은 통과 못시켜.”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저야 물론 반대하지만 우리 자유당 안에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배은희(裴恩希)씨를 중심으로 하는 반이기붕계(反李起鵬系)가 헤게모니를 잡으려고 책동하기 때문에 잘만 이용하면 많은 반란표가 나올 것입니다.”

“어, 그래? 거 좋은 정보를 주었구만!”조병옥 박사를 비롯한 야당의원들은 대개 이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김두한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자 새삼 용기가 나는가 보았다.김두한의 말마따나 자유당 안에는 두개의 커다란 산맥이 있다. 그 하나는 이기붕을 중심으로 한 주류(主流)이고, 또 하나는 33인의 한 사람인 이갑성의원과 배은희 의원이 이끄는 비주류(非主流)였다.원래 배은희 의원은 목사로서 이승만 대통령이 신임하는 사람이었으나 헤게모니 싸움에서 이기붕에게 밀려난 것이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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