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국회의원
깡패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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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07-24 09:00
  • 승인 2003.07.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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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식쟁이지만 조국을 위해 싸울줄 압니다”“어떠한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단장님이 국회의원에 출마하신다면 저희들은 목숨을 다해 당선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단장님은 꼭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실 것입니다. 단장님이 국회의원이 되시는 것은 곧 이 김영태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과 진배없고 여기 모인 동지들이 모두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우리는 절대 찬성입니다. 선거자금이 필요하다면 저희들의 오막살이 집이라도 팔아서 대겠습니다.”“그렇습니다. 저도 제 집을 팔아서 단장님의 국회의원 선거자금에 쓰시도록 하겠습니다.”부하들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아우성쳤다.“너희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한다. 고맙다.”김두한도 눈물이 글썽하여 잠시 부하들의 표정을 돌아보았다. 하나같이 여느때와는 달리 늠름하고 믿음직스럽게만 보였다.김두한은 부하들의 표정을 보면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고락을 같이해온 부하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두한이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돌연히 돌격대장 신덕균이 나서더니 작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형님, 저는 비록 배우지 못해 무식하지만 사람이 마음을 녹이는 데는 누가 감히 저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이 종로바닥에서는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으니가 종로바닥에서는 저를 괄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술집에서는 형님보다 제가 더 인기가 있으니까요.”신덕균의 이 말에 김두한 이하 여러 참모들이 와르르 웃음보따리를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런가 했더니 이제는 또 김삼규 참모가 나서며 말했다.

“천만에요 단장님. 덕균이 형님보다는 제가 단연 낫습니다. 이 종로바닥의 토박이는 바로 나니까요. 이 김삼규가 나섰다 하면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일만표는 문제없이 긁어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요릿집은 물론 복덕방 영감님, 콩나물 집 할머니, 연탄가게 아저씨, 세탁소 주인, 이발소 이발사 아저씨, 여관할 것 없이 제 이야기가 안통하는 곳이 없습니다요.”아니올시다. 단장님! 원래의 종로 토박이는 저올습니다요. 제 말이라면 요릿집 기생들과 식당 아줌마들에게는 누구에게나 통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부하 참모들은 그 나름대로의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이런 식으로 말했다.

“아니야, 그건 틀려. 단장님은 이 종로 바닥 기생들에게 절대적인 인기가 있으셔. 팁 잘 주고, 욕 한 번 안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언제나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었다는 것이 전설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거든. 그러니까 단장님이 슬슬 얼굴만 내미시고 다니면 선거는 이미 끝난거나 다름없게 됩니다.”김영태가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그러자 김두한은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믿음직한 부하들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동지들! 아직 선거운동을 하고 다녀서는 안됩니다. 아직 입후보 등록도 안했는데 선거운동을 하면 법에 저촉됩니다.”김두한은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계속했다.

“동지들에게 먼저 밝혀둘 것이 있습니다. 내가 이번에 입후보하는 것은 나 개인의 명예 때문이 아닙니다. 나혼자 호강하며 살자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첫째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가 이승만 독재로 하여 꺼져가려는 것을 붙잡아 일으키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나는 동지들도 알다시피 초등학교도 못나온 무식장이입니다. 그러나 나는 민주 대한을 건설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투쟁했고 사형선고까지 받았었습니다.이러한 고난을 참아가며 싸운 것은 어느 개인의 영화를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잘 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뜻도 몰라주고 몇몇 사람만이 배불리 먹고 잘 살고 있단 말야!”김두한의 부하들은 숨을 죽인 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내가 국회의원이 되면 첫째, 민주주의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울 것입니다. 둘째, 아무런 보수나 훈장도 받지 않고 싸운 우리 동지들의 생활보장을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김두한은 책상을 치며 열을 올렸다. “옳습니다! 김두한 단장님을 국회로 보냅시다!”“옳소! 우리 김두한 단장님을 국회의사당으로 보냅시다!”누군가의 이런 외침소리와 함께 김두한과 그의 부하들은 서로 굳게 악수를 나누었다.그러나 김두한이 종로에서 입후보 하려는 것을 탐지한 경찰측에서 강력히 방해공작을 해왔다.심지어 김두한의 부하들은 범죄자들로 몰아 구속하는가 하면, 다른 깡패들을 시켜 백주에 테러를 하게 했다.

그렇다고 입후보 등록을 포기할 김두한이 아니었다. 한 번 출마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불도저처럼 그대로 밀고 나갔다.마침내 그는 국회의원 후보등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무릎꿇고 앉은 채 눈을 감고서 기도를 올렸다.(아버님, 소자는 어떠한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반드시 국회의원에 당선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저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십시오 ……….)이렇게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린 김두한은 당당하게 선거구민 앞에 나서서 연설을 했다.

“저는 초등학교를 2학년 밖에 못다닌 무식쟁이 올시다. 그러나 내 민족, 내 조국을 위해 싸울 줄은 압니다.지금 우리 나라는 자주 독립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제왕처럼 군림하여 독재를 자행하고 있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막고자 국회의원에 출마했습니다. 이 사람을 국회에 나가 싸울 수 있도록 국회의원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머슴이 되고 손발이 되어 힘껏 뛰겠습니다. 여러분……….”김두한의 연설은 어떤 때는 육두문자가 나오는 등 대체로 직설적이었으나 호소력이 강했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혈통 때문인지 아무튼 누구든 그의 연설을 한번만 들으면 감동했다. “거 깡패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야!”“말이 청산유수라고. 제 아버지를 닮았다면 비록 배우지는 못했을 망정 정신이야 옳바로 박혔겠지!” “아암! 그렇고 말고. 백야 김좌진 장군의 피를 받았다면 그리 녹록하겠는가.”사람들의 입에서는 놀라움과 감탄이 터져 나왔다. 김두한의 연설은 계속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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