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감옥에 갇힌 김두한
다시 감옥에 갇힌 김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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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09-04 09:00
  • 승인 2003.09.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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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회유 위해 부하 모조리 잡아들여이미 그들은 친여적인 인사들을 회유하여 130명을 확보해 놓았으나, 아직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선인 136명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장의원, 인천에 내려갔던 일은 어찌 되었소?”이의장은 소심해 보이는 표정으로 장의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러니끼니, 그게 잘 안됐시요. 삼연은 끝내 우리와는 의석을 같이 헐 수 없다는기야요.”장의원은 실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

“우리와는 의석을 같이 할 수 없단 말이지….”이의장은 또 다시 의기 소침해졌다.“기렇디만 염려 놓으시라요. 양평의 천의원과 안성의 오의원이 우리당에 들어오기로 결정을 보았으니 몇 명 안남았시요.”장의원은 자신있다는 듯이 헤실헤실 웃기까지 하며 말했다.“그거 정말 반가운 소식이군. 그런데, 그 서대문 형무소에 들어가 있는 김두한이 문제는 어떻게 되었소?”“예, 2,3일내에 곧 결말이 날 것 같습니다.”“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겠소.”“예, 숨도 쉬지 못할 만큼 바짝 목을 조였더니 누그러지더라구요.”“그래요? 역시 장의원의 수완은 알아줘야 돼. 그건 그렇고 하루빨리 의석을 확보해서 어른(이승만 대통령을 이기붕은 그렇게 불렀다.)께 보고해야 되니 서둘러들 주시오. 김두한이 정 말을 잘 안들으면, 그 자가 하고 싶다는 그 뭔가 ‘자활개척단’을 구성하는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미끼를 던지라구.”이의장은 초조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어서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3분의 2선인 136의석을 확보해서 이승만 대통령에게 충성을 보이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아무튼 이기붕 의장이 보낸 자유당 사람이 또다시 김두한을 서대문 형무소로 찾아와 만났다. 이기붕 의장이 보내온 자유당 사람은 김두한을 대하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김의원님, 잘 생각해 보셨습니까? 의장님께서는 김의원님이 구상하시고 계시는 ‘자활개척단’을 적극 밀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이의장이 보내온 사람은 은근한 목소리로 김두한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다.“필요없어.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란 말이야.”김두한이 이렇게 말하긴 했으나 그의 표정에는 고뇌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유당은 김두한을 회유하기 위해서 경찰을 시켜 남은 부하들까지도 모조리 잡아 가두고, 자유당에 입당하겠다는 약속 없이는 놓아줄 수 없다고 은근히 협박하기 때문이었다. 경찰에 구속되어 고생하는 참모며 부하들을 위해서는 소신을 굽히고, 당장에라도 자유당에 입당하고 싶었지만, 뭣보다도 자기를 밀어준 종로을구의 십만 유권자들의 뜻을 저버리는 것같아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옳은 일을 위해 신념대로 살다가 가신 아버지 김좌진 장군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가 없어 깊은 고뇌에 빠져 있는 것이었다.“그럴 수는 없어. 나를 국회의원에 당선시킨 종로 을구 구민들이며, 신념대로 살다 가신 아버님의 정신을 생각해서라도 그럴 수가 없단 말이여.”김두한은 그렇게 말하며 두 눈을 꼭 감은 채 도리질을 했다.“그렇지만, 김의원님 때문에 의원님의 많은 부하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고집을 부리실래요?”이의장이 보낸 사람이 이렇게 말하자 김두한은 감았던 눈을 떴다. 그의 눈은 어느덧 촉촉히 젖어 있었다.(아버님, 제가 비록 자유당에 입당한다 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겠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김두한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벌떡 일어섰다. 결심이라도 한 듯한 굳은 표정이었다.“좋소. 나, 자유당에 입당하겠소. 그러나 분명히 이기붕 의장님에게 전해 주시오. 약속은 반드시 지키라고.”김의원이 이렇게 말하자 김의원을 설득하러 왔던 자유당 사람은 뛸듯이 기뻐했다.

“당연히 전하고 말고요. 의장님께선 약속을 꼭 지키십니다.”“만약, 약속을 안지키고 삐딱하게 나올 때는 이 주먹이 용서치 않을 것이야.”김의원은 솥뚜껑같은 주먹을 들어보이며 엄포를 놓았다.“글쎄 염려마시라니까요.”자유당 사람은 헤실헤실 웃으면서 돌아갔다. 자유당 사람이 그의 눈길에서 사라지자, 김의원은 갑자기 가슴이 텅빈 것처럼 허전하기만 했다.“영태야, 덕균아!”김의원은 눈물이 흥건히 괴어 있는 눈으로 창공을 날으는 새를 바라보며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말썽이 된 첫 발언

빵깐생활에서 풀려나온 김의원은 곧 의원 등록을 마치고 본회의에 참석했다.자유당 의석 앞쪽에 김두한 의원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그는 감개가 무량해서 의사당 안을 두루 살펴보며 그의 자리로 가 앉았다.김두한은 마치 처음 학교에 입학한 아이처럼 가슴이 떨렸다.(바보처럼 내가 가슴 설레고 있다니………?)그는 설레는 가슴을 손으로 지긋이 눌렀다. 그래도 흥분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는 아랫배에다 힘을 주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형님, 잘 하이소!”방청석에는 김의원의 부하들이 몰려와서 격려하고 있었다. 영광스런 오늘이 있기까지 고락을 같이 한 부인 이재희도 나와 있었다.그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국회의원이나 된 듯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들떠 있었다.

“염려들 마라.”김의원은 손을 번쩍 쳐들어 그들의 격려에 답변을 보내었다.본회의가 개회되자 사회를 맡은 이기붕의장이 오늘 처음 등원한 김두한 의원을 소개했다.“그동안 종로 을구에서 당선되었으나, 모종의 선거법 위반으로 사직당국에 구속되어 있다가 뒤늦게 풀려나와 의원 등록을 마치신 김두한 의원을 소개합니다.”의장의 소개를 받은 김의원은 가슴을 쫙 펴고 단상으로 올라갔다.“예, 의원동지 여러분! 나 방금 이기붕 의장님이 소개한 김두한이에요.”김두한 의원은 불끈 쥔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의사당 안은 물을 끼얹은듯 조용하고 엄숙하기만 했다.“나는 깡패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불의를 보면 이 주먹이 용서치 않을 것이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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