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7호>‘대통령에 출마하지 마십시오”
<제497호>‘대통령에 출마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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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11-06 09:00
  • 승인 2003.1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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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광이 시켜 테러하려던 사실도 다 알고 있다”「형님급상경 요망 -덕균」이란 전보를 받고 급히 상경한 김두한의원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김두한의원이 사무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덕균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형님, 정재네 아이들이, 자활개척단에 들어가면 모두 거제도로 보낸다고 흑색선전을 해서 한 놈도 가입하려 하지 않습니다.”신덕균은 그간의 사정을 김두한의원에게 보고하였다.“그래?”김두한의원의 굵은 눈썹이 송충이처럼 꿈틀거리며“덕균아, 아이들 두엇 데리고 나를 따라와!”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덕균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어딜 가시게요?”하고 물었다.

“글쎄 따라오기나 해!”김두한의원의 목소리는 싸늘하고 날카로웠다. 그는 잠바에 가죽장갑까지 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은 것이 분명했다. 신덕균도 눈치를 채고 날랜 부하 3~4명을 데리고 김두한의원을 따랐다. 김두한의원은 차를 명륜동쪽으로 몰았다. 명륜동엔 정치깡패로 요새 한참 오르고 있는 이정재가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초저녁이었지만 거리는 우중충 하게 어두웠다. 안개가 자욱히 끼어 있어 더욱 우중충해 보이는지도 몰랐다. 이정재의 큰 저택앞에 검은 지프차가 끼익 소릴 내며 멎었다. 그리고 덩치가 좋은 사내들이 성큼성큼 지프차에서 내려섰다.“어디서 오신 분들입니까?”저택을 지키고 있던 이정재의 부하들이 달려나와 물었다.“정재 안에 있지?”김두한의원의 퍼런 서슬에 이정재의 부하들은 찔끔했다.“예, 계시긴 합니다만….”그 중 한 녀석이 어둠 속에서도 김두한의원의 얼굴을 알아보고 아는 체를 했다.

“아, 김두한의원님이 아니십니까?”이런 말에도 김두한의원이 대꾸도 없이 그냥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잠깐!”하고 덩치가 큰 자가 앞을 막아서며 진로를 막았다.“비켜!”김두한의원은 이렇게 호통을 치며 안으로 썩 들어갔다.“아니, 이러시면 안됩니다!”이정재의 부하들이 당황하며 우르르 쫓아들어 왔다. 이정재의 집은 대궐같이 컸고, 호화로웠다. 그리고 집을 지키는 똘마니들도 5~6명이나 되었다.“나, 김두한이야. 어서 들어가서 내가 왔다고 해!”김두한의 서슬에 이정재네집 똘마니들은 찔끔했다.“그럼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안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그럴 필요 없어!”김두한의원은 제지하는 이정재의 부하들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두한의원이 이 집에 와보기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한번은 반공청년단을 이끌 무렵, 이정재가 집을 샀다고 초대해서 왔었지만, 그 때는 빈터만 휑하니 넓었지 오늘처럼 이렇게 호화롭지는 않았었다.“그동안 단단히 치부를 했군.”김두한의원은 이렇게 빈정거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정재는 마침 사랑방에서 유지광과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김두한의원을 맞이하게 되었다.“나, 자네한테 좀 볼 일이 있어서 왔어.”김두한의원은 방문앞에 버티고 선 채 말했다.“이리 좀 앉으십시오. 무슨 말씀인지 앉아서 차근차근 하십시다.”이정재는 역시 보통 배짱의 위인이 아니었다.그는 침착하고 부드럽게 말했다.“야 정재! 내가 너를 서운하게 한 일이 한번도 없는데, 어째서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 거냐?”김두한의원의 말소리는 우렁찼다.

그래도 한때는 의형제를 맺고, 다정하게 지낸 사이였잖은가.“형님, 무엇을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제가 형님 일을 방해할 까닭이 있습니까?”“뭣이라구? 그럼 어째서 네 부하들이 내가 추진하고 있는 자활개척단 일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거냐?”“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는 형님이 자활개척단을 추진하고 계신다는 말 오늘 처음 듣습니다.”이정재는 술수가 높은 깡패였다. 어디까지나 겉으로는 안그런 척 시침을 떼는 것이었다.“정말 네가 방해를 하지 않았단 말이냐?”“그렇다니까요. 제 말을 믿으십시오.”“이새끼, 너 한번만 더 딴 수작을 부리면 그 땐 그냥 안둘 테다!”“제가 무슨 어린애요? 우리 서로 그런 유치한 공갈은 치지 말기로 합시다.”“뭐라구?”김두한의원은 눈썹이 송충이처럼 꿈틀거렸는가 하면 눈을 부릅뜬채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이정재의 표정은 조금도 변화하지 않은 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네가 전날 유지광이를 시켜서 나를 테러하려던 사실도 다 알구 있다구. 유지광이 이놈! 너 또 다시 그따위 무모한 테러를 하려 했다가는 그냥 놔두지 않겠다.”김두한의원은 이제 무서운 눈길로 유지광을 쏘아봤다.“왜 이러시오? 거 생사람 잡는 말 함부로 하지마시오!”유지광은 천연덕스럽게도 거짓말을 물마시듯이 내뱉고 있었다. 그런 유지광을 김두한의원은 물끄러미 쳐다봤다.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였다. 아니, 유지광은 아예 인간으로 보이지도 않았다.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벌레같은 인간으로 생각되었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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