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두 의원이 그냥 당하고 있을 사람들은 아니었다.김두한 의원은 달려드는 자유당 의원들과 무술경위들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쳤다.이 틈을 이용해 이기붕 의장은 재빨리 뒷문을 이용해 의장석으로 올라갔다.그리고는 미리 준비해 온 방망이로 정회를 선포했다.“의원들이 이성을 잃고 혼란을 일으켜서 의사 진행을 할 수 없습니다. 혼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정회를 선포합니다.”이 때 누군가가 고함을 치며 던진 명패가 이기붕 의장의 머리에 맞았다.“아앗!”이기붕 의장은 명패에 맞아 기절함과 동시에 그대로 쓰러졌다.쓰러진 그의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끝내 신성한 의사당에서 피를 보고야 만 것이었다.여전히 야당의원들은 소리를 질러댔다.“부결 선포가 이미 끝나서 회의록에까지 기록되어 있는데 오늘 다시 번복하다니! 이게 무슨 어린애들 소꿉놀이인 줄 알어?”야당의원들은 경위들에게 끌려가면서도 고래고래 악을 썼다. 이 너무나도 후안무치한 처사에 일부 양식있는 자유당 의원들까지도 반발하고, 탈당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이들은 개인 혹은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자유당의 비리에 맞서 싸우겠다고 나섰다.이들 중엔 의혈남아 김두한 의원이 끼여 있지 않았다.그것은 좀 더 자유당에 남아서 민주주의를 좀먹는 음모를 분쇄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두한 의원은 여전히 야당의원들 못지 않게 자유당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데 앞장 섰다.마침내 자유당의 참모들 간에는“안 되겠습니다. 보자보자하니까 너무 심합니다. 저 말썽꾸러기 김두한 의원을 제명해버려야겠습니다.”라며 사사건건 물고늘어지는 김두한 의원에 대한 제명 건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기붕 의장은 그게 아니었다. 제명하자는 참모들의 말에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나두 김두한 의원이 밉기는 하지만 제명은 안돼요.”“왜 안됩니까?”참모들은 이의장의 의중을 알 수 없다는 듯이 이기붕 의장의 얼굴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의장이 입을 열었다.“우리 자유당에는 김두한 의원을 이길만한 맹장이 없어요. 가뜩이나 야당편을 드는데, 제명을 하면 범한테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 돼요. 한마디로 야당의원이 되어 우릴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공격할 게 아녜요. 이젠 개헌안도 통과되었으니 차츰 달래서 써 봅시다.”이기붕 의장은 심약했기 때문에 폭력을 두려워 했다.
그래서 은근히 이정재 같은 깡패를 불러들여 자유당의 감찰부 차장에 임명하는 등 은근히 김두한 의원을 견제해왔던 것이다.그러나 김두한 의원은 이들이 바라는대로 길들여지지 않았다. 김두한 의원은 오히려 자유당의 이성을 잃은 비리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는 원외투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결의에 차 있었다.“야당의원들이 그러한 각오로 데모를 하신다면 제가 앞장을 서지요.”김두한 의원은 조병옥 박사의 권유를 받고 이렇게 확약했다.야당인 민국당은 무소속과 연합전선을 펴고 국민의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원외투쟁을 벌이기로 합의를 보았다.그래서 조병옥 박사는 김두한 의원에게도 동조할 것을 권유했던 것이다.야당 국회의원들이 원외투쟁을 벌인다는 소식을 들은 자유당에서는 긴급 간부회의가 열렸다.
“야당 의원들이 원외투쟁을 하게 되면 여론이 나빠질 텐데요?”“더구나 데모를 하도록 그냥 놔두면 걷잡지 못할 혼란이 일어날 거예요. 자칫하면 시민들도 호응할 가능성이 크고 ….”이기붕 의장은 골치가 아픈지 얼굴을 벌레라도 씹은 것 같은 우거지상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내무부장관하고 치안국장을 불러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마침내 서대문 경무대의 부름을 받은 내무부장관 이익흥과 치안국장 김종원이 부랴부랴 달려왔다.“의장각하, 부르셨습니까?”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는 치안국장 김종원이 먼저 들어서며 실내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말했다.“음, 좀 의논할 일이 있어요.”뒤이어 내무부장관 이익흥도 들어섰다.“두 분 내말 잘 들어요. 지금 야당 의원들이 원외투쟁을 꾀한다는 정보가 있어요. 이걸 어떻게 막아야 되겠는데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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