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국회의원들 원외 데모에 들어가는데 …
야당 국회의원들 원외 데모에 들어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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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2-19 09:00
  • 승인 2004.0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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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의원이 포효하듯 소리 질러 시청까지 진출하는데 …이기붕 의장은 골치가 아픈지 벌레라도 씹은 것같은 우거지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가 했더니 이윽고 “내무부장관 하고 치안국장을 불러요!”라고 모기소리만한 음성으로 말했다. 마침 서대문 경무대의 부름을 받은 내무부장관 이익흥과 치안국장 김종원이 부랴부랴 달려왔다.“의장각하, 부르셨습니까?”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는 치안국장 김종원이 먼저 들어서며 실내가 쩡쩡 울리는 소리로 말했다.“음, 좀 의논할 일이 있어요.”뒤이어 내무부장관 이익흥도 들어섰다. “두 분, 내 말 잘 들어요. 지금 야당 의원들이 원외 데모를 꾀한다는 정보가 있어요. 이걸 어떻게 막아야 되겠는데….”이기붕 의장은 두 사람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염려마시이소. 지가 앞장서서 데모를 몬하게 막겠심더.”괄괄한 성격의 김종원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이어서 내무부장관인 이익흥도 “저희가 최선을 다해 막도록 할테니 의장 각하께선 염려 놓으시라요.”내무부장관 이익흥도 충성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이기붕 의장은 “난 두 분만 믿겠어요. 말썽없게 잘들 해주어요.” 이렇게 하여 결국 경찰과 야당 국회의원간의 대결은 시작되었다.마침내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 정문앞에 모여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후 원외 데모에 들어갔다.“우리는 깡패들에게 짓밟힌 헌정과 민주주의 소생을 위해서 3·1정신으로 궐기한다! 우리는 최후의 1인까지 목숨을 걸고 투쟁할 것을 만천하에 선언하는 바이다….야당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쳤다.“삼선개헌안 통과 결사반대!”“사사오입식 통과는 위법이다!”“자유당의 깡패식 개헌안 통과를 결사반대!”이런 구호를 외치며 계단을 내려서서 거리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완전무장을 한 전투경찰과 사복을 한 무술경찰들이 의원 데모대를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둘러싸고 더 이상 거리로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이들 경찰의 진두 지휘는 이익흥 내무부장관과 김종원 치안국장이 직접 맡고 있었다.“야 이놈들! 비키지 못해!”앞장섰던 조병옥 박사가 달려드는 사복들에게 호통을 쳤다.“해산하십시오! 허가없는 시위는 위법입니다!”정장을 한 중부경찰서 서장이 앞에 나와서 야당 의원들에게 호소했다.“뭐야, 이놈들! 저리 비키지 못해?”국회 부의장 곽상훈도 달려드는 사복들을 향해 발을 굴렀다.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 위해 젊은 의원들을 앞장세우기로 했다. 이윽고 힘좋은 젊은 의원들을 앞장세운 채 경찰의 지지선을 향해 밀고 나아갔다. 야당 의원들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나가기 위해 밀고, 경찰들은 악착스레 막아내고 있었다.“야, 뭣들 하는 거야? 어서 달려들어 프래카드를 뺏고 하나씩 들어다 차에 실어!”군복을 입고 뒤에서 진두지휘하는 치안국장 김종원이 감히 접근을 못하는 경찰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라고? 너 김종원이 국회의원을 뭘로 아는 거야!”조병옥 박사와 함께 앞장서서 밀고 나오던 김두한 의원이 김종원을 향해 돌진했다. M1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김두한 의원의 앞길을 막았다.“비키지 못해?”김두한 의원은 이렇게 소리치면서 마치 몸에 날개라도 달린 듯 비호처럼 붕 날았다.“어쿠!” 김종원은 걷어차이지도 않았는데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그러자 길을 막고 있던 경찰들도 우루루 도망쳤다. 그걸 본 김두한 의원은 포효하듯 소리질렀다. 그 바람에 길이 열리고 의원 데모대는 시청 앞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김국장, 뭣들 하는기야! 빨리 해산 시키지 않갔어!”이익흥 내무부장관이 초조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예, 곧 해산시키겠심더. 염려마시이소.”치안국장 김종원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가지고 애꿎은 부하 경찰들만 들볶았다.“야아들, 뭣들하는기가? 빨리 빨리 해산시키지 못하구서!”김종원은 육중한 체구를 흔들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지만, 감히 김두한 앞에서는 얼씬거리지 못했다.

“야, 무술 무술. 어디 갔노?”김종원은 무술경찰을 ‘무술’이라고 불렀다. “너거들, 몇이서 저 김두한이를 잡아라! 김두한이만 잡으면 일은 끝나는기라.”이런 명령을 받은 덩치 큰 무술경찰들이 죽자고 김두한 의원에게 달려들었다.김두한 의원은 이들 무술경찰을 가볍게 보고 방심했다가 허리를 껴안기고 말았다. 번개처럼 날고 뛰는 김두한 의원도 허리를 잡히니 꼼짝을 못했다.“야, 이거 못놔?”그러면서 김두한 의원은 순간적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자 김두한 의원의 허리를 껴안았던 거인 무술 경찰이 비틀했다.그 때였다. 김두한 의원의 순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빨랐다. 스포츠에서도 그렇지만, 싸움에 있어서는 특히 순발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김두한 의원은 자세가 흐트러진 상대방의 발가락을 구두 뒤꿈치로 꽉 밟으면서 몸을 쓱 빼내었다.상대가 아무리 힘센 장사라 해도 이 순간적인 기습에는 당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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