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검찰청에서는 검사중에서도 면도날이라고 소문이 날만큼 깐깐한 김윤도 검사를 내세워 사건 진상을 밝히도록 지시했다. 이윽고 김윤도 검사는 미지근한 경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사건 수사에 나서서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당신, 이정재 밑에 있는 사람이더군?”사건 발단에 대한 원인을 캐기 위하여 김윤도 검사는 입원해 있는 삼룡이를 찾아 임상신문을 시작했다.“아, 아닙니다. 저는 ‘정경신문사’ 섭외부장입니다.”삼룡이는 매우 겁먹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부인했다.“그게 다 이정재의 조직에서 하는 게 아닌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왜 총을 맞았소?”“… … …”삼룡이는 입을 다문 채 멍하니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다.이 때 김두한 의원이 병실로 들어서며 삼룡이를 격려했다.김동지, 어서 죄다 말해 버려. 그걸 숨긴다고 그 자들이 포기할 것 같나? 이번 기회에 이정재 일당을 죄다 구속하고 혼내줘야 해!”삼룡이는 김두한 의원의 격려에 힘을 얻은 듯 그제서야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다 말씀드리지요. 정재 형님은 저더러 사람을 죽이라는 것이었죠. 소위 제3세력이라는 인사들의 명단을 내놓고, 정치적인 살인은 살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삼룡이는 한참씩 눈을 감고 마음의 동요를 진정시켜 가면서 그간의 사건 전모를 낱낱이 밝혀나갔다.“으응, 그러니까 이정재라는 깡패는 김두한 의원 말고도 수십명의 야당인사를 살해하라고 지시했군?”“그렇지요. 아마 모르긴 해도 그들을 그냥 놔두면 나라에 큰 암적 존재가 될 것입니다. 저도 그걸 깨닫고 그들의 조직에서 뛰쳐나왔습니다만….”삼룡이는 말을 마치고는 몸을 떨며 진저리를 쳤다.“아무리 권력이 좋다지만, 권력을 등에 업고 낮도깨비들이 대낮에 횡행한대서야 되겠어.”김윤도 검사는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리며 입을 한일자로 꽉 다무는 것이었다. 사건의 윤곽을 대강 짐작한 김검사는 곧장 수사본부로 돌아와 이정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가택수색영장을 떼어가지고 명륜동 이정재의 집으로 갔다.
면도날 검사 김윤도는 그 나름대로의 판단과 결심이 서 있었다. 권력이 개재된 이런 사건을 우물쭈물 시간만 끌고 있다가는 담당인 자기만 희생이 되고, 사건은 사건대로 흐지부지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그래서 김윤도 검사는 고위층의 손이 닿기 전에 우선 이정재부터 구속해 놓고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갑작스레 급습한 김윤도 검사를 맞이하는 이정재의 태도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자신의 관록을 과시하려 하였다.“그렇잖아도 찾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제가 데리고 있는 사촌동생이 실수를 저질렀더군요.”이렇게 어물쩍 넘어가려는 이정재의 말을 받아 역습하는 김윤도 검사의 신문은 날카로웠다.“연락을 언제 받았습니까?”이정재는 김윤도 검사의 질문에 태연히 담배를 권하는 등 여유를 보이려고 애썼다.
“그저껜가 어저껜가 경찰에서 알려왔습니다.”“이 선생!”“예?”“사건을 우물쭈물 넘기려 하지 마시오. 김삼룡이더러 야당인사들을 죽이라고 지시한 것은 이 선생 자신이지요?”김윤도 검사는 날카롭게 직격탄을 던졌다.“뭐요, 거 생사람 잡는 소릴 마시오! 듣자하니 함부로 말씀하시는군.”이정재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능청을 떨고 있었다.“이 선생?”“김윤도 검사는 이정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이렇게 불렀다.“뭐요? 말해 보시오!”이정재는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이 떳떳하게 말했다. 그제서야 김윤도 검사는 준비해 가지고 간 구속영장을 내놓았다.“이게 뭐요?”구속영장을 본 이정재는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시침을 뗐다.김윤도 검사는 이정재 구속영장을 가지고 집에 찾아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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