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한 의원은 이렇게 “너희가 누구의 명령을 받고 나를 찾아와 협박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서 똑똑히 일러. 나 김두한이는 네까짓 피래미새끼들이 무서워서 할 일을 못하는 바보는 아니라고 말야!”라고 강력히 말했다.“흥, 듣던 바대로 김두한의 뱃가죽은 철판이라도 깐 모양인가배. 그러나 자갈치 시장의 쌍권총 앞엔 어림 없을 걸. 이 권총은 한 번도 인정 사정을 보아준 적이 없으니까네.”그런데 이 때였다. 안으로 잠겨 있는 문이 요술이라도 부리듯 소리없이 열리는 것이었다. 김두한 의원은 눈으로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면도날같은 감각으로 재빨리 몸의 위치를 바꾸며 기합을 넣음과 동시에 괴한들을 향해 발길이 올라갔다.“에잇!”“아악!”김두한 의원의 발길은 눈깜짝할 사이에 두 괴한을 동시에 걷어차 넘어뜨렸다. 그와 동시에 괴한들의 총구에서는 총알이 발사되었다. “타앙!”“타앙!”요란한 총성이 방안에 메아리쳤다. 다행히 총알은 김두한 의원을 피해 한 방은 호텔 벽에, 또 한 방은 호텔 창문을 뚫고 말았다.
그 때였다. 총소리와 거의 동시에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신덕균이 몸을 툭툭 털고 들어섰다. 그리고 방안의 상황에 놀란 신덕균은 눈이 휘둥그레져 가지고 김두한 의원에게로 다가가 “형님, 아무렇지 않습니까?”“응, 너도 밖에서 별일 없었니?”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김두한 의원이 오히려 신덕균을 걱정하며 말했다. 어쨌든 김두한 의원은 무사했다.이윽고 김두한 의원은 쓰러져 있는 두 괴한을 발로 툭툭 걷어 차며“새끼덜, 아직 마빡에 피도 안마른 놈들이!”이렇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형님, 미안해요. 제가 잠깐 바람쏘이러 나갔닥 왔더니만….”신덕균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괜찮아. 이까짓 피래미새끼들이 날 뭐 어쩌겠어.”김두한 의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이윽고 신덕균이“이 새끼들, 정체가 뭐래요? 정신을 차리게 해가지고 혼 좀 내주어야겠어요.”이렇게 말하고 쓰러져 있는 괴한들을 목욕탕으로 끌고가려 했다. 그걸 본 김두한 의원이 “관둬. 이제 곧 경찰이 달려올 게다.”그러면서 김두한 의원은 총알에 맞은 자국을 검사해 봤다. 그 맞은 각도로 보아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번개같이 날으는 김두한 의원의 발길에 채이면서도 조준의 각도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니 놀랍기만 했다. 제놈들 말마따나 자갈치 시장의 쌍권총 솜씨는 명사수에 가까웠다. 이윽고 문을 박차고 뛰어드는 작자들이 있었다. “꼼짝들 마시라요!”하고 들어서는 그 자들은 정복을 한 경찰들이었다. 그들의 손엔 권총과 카빈이 쥐어져 있었다. “총 쏜 사람이 누굽니꺼?”인솔자인 듯한 경위가 김두한 의원을 향해 소리쳤다.“저기 쓰러져 있는 놈들에게 물어봐! 난 국회의원 김두한이야. 저 따위 테러단들이 날뛰는 걸 보고만 있지 말고 경비를 잘 하란 말야!”김두한 의원은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꾸짖자, 경위는 단박에 풀이 죽어버렸다.“아, 그러십니꺼! 저희가 몰라뵈었습니더.”경위는 데리고 온 순경들을 지휘하여 방에 접근하는 구경꾼들을 막도록 하고 사건 경위에 대해서 차근차근 묻기 시작했다.“내가 막 잠자리에 들려는데 이 자들이 보이를 앞세우고 쳐들어 왔다구.”김두한 의원은 불쾌한 듯 내뱉 듯이 말했다.“처음부터 이 자들이 권총을 빼들고 들어왔습니꺼?”“아니지. 처음엔 할 말이 있대서 들어주었더니, 날보구 이 부산 땅에서 나가 달라는 거야. 저희들 깡패 조직이 나 때문에 와해된다는 거야.”“그래서 어찌 하셨습니꺼?”<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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