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당에 들어오는 것이 어때?”“예? 아, 그렇지요. 조박사님은 지금 신당을 만드시고 계시지요?”“응, 이제 곧 창당될거야.”“조봉암 선생두 함께 참여한다지요?”“아니야. 조봉암은 떨어져 나갔어.”“그럼 아직 신당의 색채가 뚜렷하지 않군요.”“뚜렷하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여러 계열에서 여러 사람이 잡다하게 모였다면서요?”“그건 사실이지만, 새로 만드는 우리 당은 지금의 민국당처럼 반공과 자유민주주의를 제1조로 내세우고 있어.”“그러나 이념 중심이 아니고, 인물 중심인데 그렇게 될까요?”“그건 염려 안해도 돼. 이번에 모인 인사들이 대부분 반공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한 분들이니까.”“그래도 전 좀 더 관망한 뒤에 결정하겠습니다.”“그래?”조병옥 박사도 더 권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잡다한 파벌이 모여서 만드는 정당인 만큼 말이 많고 자칫 오해가 쌓이는데, 김두한같은 투사를 끌어들인다면 반드시 말썽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박사의 이런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김두한 의원이 “저는 당분간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선생님 일을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병옥 박사는 “아, 고마워! 그거 좋은 생각이야. 김의원!”이라고 한다. 그러자 김두한 의원도 “예, 제 나름대로 힘껏 뛰어보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조병옥 박사와 헤어진 뒤 곧장 자기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참모들을 불러들였다. 참모들이 다 모이자 김두한 의원이 말했다. “나 그동안의 국회 활동과 신상에 관한 문제를 놓고 선거구민들과 토론을 갖기 위해서 ‘귀향보고 강연회’를 열려고 한다. 너희들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있어야겠다.”김두한 의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참모들은 모두 좋다고 찬성했다. 참모들도 김두한 의원이 열세에 몰린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대중 강연이 제일 좋겠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잖아도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김의원이 왜 강연회를 열지 않느냐. 자기는 김의원의 강연을 들어야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겠는데 언제 여느냐고 성화들이에요.”신덕균이 흥분하여 김두한 의원에게 말했다. “서울에서야 우리 형님 인기가 제일 최고지.”김영태도 한 마디 했다.“어디 서울뿐이야? 전국 방방곡곡 삼척동자도 김두한 하면 다 아는데.”옛 부하들과 참모들은 신이 나서 떠들어 대었다.그런데, 김두한 의원이 ‘귀향강연회’를 연다는 소문을 들은 자유당에서는 긴급 참모회의가 열려 그 대책을 의논했다.
“그러니끼니, 이 자가 서울에서 나발을 불어 놓으면 이제 곧 닥칠 대통령선거에 지장이 있단 말씀이야요.”자유당의 책사인 땅딸보 장경근 의원이 좌중을 둘러 보며 그나름대로의 지론을 폈다. “가뜩이나 서울 놈들은 야당성향이 강하단 말씀이야요. 그런데다가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김두한이가 떠들어보라구요. 그렇게 되믄 여론은 여론대로 들끓고 신문은 또 신문대로 떠들어서 우리 자유당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거이 틀림없시오.”듣고만 있던 이기붕 의장도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론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이기붕의장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김두한 하나쯤 대수롭지 않다고 내버려 두었다가는 자칫 여론이 비등해져서 일을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어떡해야 좋겠소?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봅시다.”이기붕 의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참모들에게 물었다. “경찰로 하여금 강연회 장소를 취소시키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으면 되지 않겠습니까.”참모 하나가 뭐 대수롭지 않은 일을 가지고 그러느냐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장경근 의원이 나서며“그기 그렇게 간단치가 않단 말씀이외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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