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심에 불타는 임화수
복수심에 불타는 임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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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5-18 09:00
  • 승인 2004.05.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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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그 방에 있는 자가?”김두한 의원은 어느새 문을 열고 뛰어 나가 옆방으로 달려들었다. 누구보다도 의협심이 강한 그로서는 여자의 애절한 비명 소리를 듣고 그대로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아, 죄송합니다. 김 의원님!”어느새 쫓아왔는지, 새파랗게 질린 지배인이 김두한 의원의 앞을 가로막으며 애원을 했다.“저리 비켜! 도대체 이 방에 있는 작자가 누구야?”김두한 의원이 막아서는 지배인을 사납게 뿌리치며 방안으로 썩 들어서자, 방안에 비스듬히 앉아 거드름을 피우던 임화수가 벌떡 일어났다.“너냐? 조금전에 여자를 못살게 굴었던 놈이!”임화수는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려가지고 어쩔 바를 몰라했다.지금은 악명 높은 이정재 사단의 부두목격으로 거드름을 피우고 있지만, 왕년에는 김두한의 부하로서 하찮은 존재가 아니었던가.“형님이 와 계신줄 몰랐습니다.”“연약한 여자에게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비명을 지르도록 하는 게야? 미꾸라지 용됐다고 함부로 까불고 다니는 거 아냐?”김두한 의원의 입에서는 심한 말이 튀어나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술이 취하면 장난하는 버릇이 있어놔서….”임화수는 자기 직속 똘마니들 앞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이윽고 김두한 의원은“지배인! 나가서 아까 비명을 지르고 뛰어나간 애를 데리고 와!”하고 소리쳤다. 김두한 의원은 그냥 물러나지 않을 태세였다.일이 점점 심상치 않게 벌어져갔다.술을 마시던 김두한 의원 참모들도 모두 나와서 옆방으로 건너왔다.“얘야? 저고리를 벗어라!”김두한 의원은 성난 목소리로 울고 있는 기생 아이의 저고리를 벗겨보라고 소리쳤다. 이윽고 기생 아이의 등과 젖가슴 위에 담뱃불로 지진 자리가 빨갛게 부풀어 있지 않은가.“아니,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잔인한 놈 같으니라고.”김두한 의원의 주먹이 어느새 날아가 임화수의 얼굴에 작렬했다. 그런가 하면 계속해서“네놈이 사람이냐, 짐승이냐, 이 새끼야!”김두한 의원은 성난 사자처럼 날뛰며 임화수를 떡이 되도록 때려주었다.

임화수의 직속 똘마니들이 옆에 있었으나, 감히 나서지 못했다. 김두한 의원의 발길이 무섭기도 했지만, 그 뒤에 있는 참모들이 눈을 부라리고 있어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런 사건이 있고부터 임화수는 그동안 절치부심하며 김두한 의원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언젠가 한 번은 나한테 걸리겠지. 내 반드시 너를 씹어 먹고야 말겠다.!)임화수는 그의 잔인성 만큼이나 복수에 대한 집념도 강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임화수에게 김두한 의원의 귀향보고 강연회를 때려부수라고 맡겼으니 기다리고 기다려 왔던 셈이다.한편, 김두한 의원의 사무실에서는 김두한 의원이 갑자기,“박비서! 박비서! 어디 갔나?”김두한 의원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박비서를 불러댔다.“예, 부르셨습니까?”박비서가 급히 사무실에 들어서며 이렇게 말한다.“음, 어서 이정재에게 전화를 걸어. 내 그 놈과 담판을 지어야겠어.”

“이정재에게요?”“그래, 어서 걸라니까!”박비서는 어리둥절해하며 급히 전화 송수화기를 들었다.“이정재씨는 지금 집에 계시지 않는다는데요?”“집에 없다면 사무실로 걸어봐.”박비서는 다시 동대문 상인 연합회로 전화를 걸었지만 이정재는 역시 없다는 대답이었다.“그럼 임화수에게라도 전화를 걸어봐. 내가 좀 만나잔다고 전해.”그러나 임화수도 자리에 없다는 대답이었다.“할수 없군. 너희들 급히 나가서 임화수의 똘마니들이 강연장에 나타나는 것을 막아라. 될 수 있는대로 정면 충돌은 피하고 달래어 돌려 보내도록.”김두한은 비장한 각오를 하고 강연회를 강행할 생각이었다.“이 김두한이는 가슴에 총탄이 날아와 내 가슴을 뚫어도 할 일은 하고야 마는 성미야. 가뜩이나 그깟 구데기 같은 새끼들이 무서워 장 못담글라고.”아무튼 ‘귀향보고 강연회’를 열기는 열었는데 처음부터 파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종로국민학교로 들어오는 골목길마다 신덕균과 김영태가 지휘하는 특공대들이 임화수의 똘마니들과 맞붙어 유혈사태를 빚고 있었다. 그러나 김두한 의원은 끄떡도 않고 단 위에 올라서서 연설하기 시작했다.“친애하는 종로구 유권자 여러분, 그리고 전국 애국동포 여러분! 지금 이 김두한이가 ‘귀향보고 강연회’를 여는 것을 방해하기 위하여 저 교정밖 골목길엔 수 백명의 깡패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두 번 다시 말할 것도 없이 제 ‘귀향보고 강연회’를 방해하려는 것이에요. 내 입을 막자는 것이에요. 그러나….”김두한 의원의 강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넓은 교정을 빼곡히 매운 청중이 우레같은 박수를 쳐댔다. 분노의 함성이 박수소리와 함께 교정에 가득 메아리쳤다. 그런데 그 때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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