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깡패 동원하에 야당탄합
경찰과 깡패 동원하에 야당탄합
  •  
  • 입력 2004-05-27 09:00
  • 승인 2004.05.2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 이렇게 불타고 마는가!갑자기 청중들 속에서“집어쳐라!”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이 새끼야, 깡패는 네놈이 깡패지 누굴보고 깡패라는 거야!”임화수가 이끄는 똘마니들이 연단아래까지 들어와 있었는지 일단의 괴한들이 고함을 치면서 마침내는 연단으로 뛰어올라 왔다. 그러자 청중속에서는 “원 저런 놈을 봤나!”혹은 어떤 청중은“여긴 법도 없나? 저런 깡패들의 행패를 경찰은 보고만 있으니!”이렇게 흥분하며 소리쳤다.“저놈들을 잡아라!”“잡아 죽여라!”흥분한 군중들이 함성을 지르며 연단쪽으로 밀려들었다. 그런가 하면 연단위에서는 김두한 의원이 단독으로 달려드는 수 십명의 괴한들을 상대로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괴한들은 김두한 의원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김두한 의원은 벌떼같이 달려드는 괴한들을 한꺼번에 밀어서 연단 밑으로 쓸어버렸다. 그 바람에 마이크와 책상이 부서져 나가고 연단 밑에서는 아비규환이 벌어졌다.성난 군중이 연단 밑으로 떨어진 깡패들을 짓밟고 후려치고 있었다. 그러나 김두한 의원은 여전히 마이크 앞에서며“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이성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여러분, 흥분하시면 불상사가 납니다.”김두한 의원이 연단위에서 아무리 호소하고 외쳐대어도 한 번 흥분한 군중은 좀처럼 이성을 되찾지 못했다. 이윽고 급보에 접한 경찰이 2개소대 병력을 트럭에 싣고 달려와 군중들에게 해산을 명령했다.“어서들 해산하시오! 해산하지 않으면 모두 체포하겠소!”경찰은 마이크를 통해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함성과 호각소리와 마이크 소리로 교정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이 일어났다.자유당에서 바라는대로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중에도 “여러분, 진정해 주세요. 이 김두한이는 가슴에 총알이 날아와도 할 말은 하고야 맙니다! 진정해 주세요!”그러나 이미 김두한 의원의 호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누가 불을 놓았는지 연단밑에서는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었다. 백주의 대낮에, 그것도 수만군중 앞에서 테러단이 난무하고, 불길까지 치솟아 오르다니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불길이 치솟는 연단 위에서 거인 김두한 의원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이 땅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불타버리고 마는가!)김두한 의원은 발을 동동 구르며 연단 위에서 내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경찰과 깡패를 동원하여 야당탄합“유석 선생님! 왜 이번에 조박사님이 출마하시지 않으셨습니까?”김두한 의원은 얼굴까지 시뻘게 가지고 들이대듯 말했다.“이 사람아, 내가 출마하나 해공이 출마하나 마찬가지 아닌가. 자네도 해공선생을 존경하지?”조병옥 박사는 투정하는 어린이를 달래듯 김두한 의원에게 말했다.

유석 조병옥 박사는 자유당의 영구독재를 막기 위하여 자신이 이끌고 있던 국민당을 과감히 해체시켜 버리고, 각계 각층의 인사를 모아 새로운 정당인 민주당을 창당시켰다. 그리고 뒤이어 대통령 후보에 신익회, 부통령 후보에는 장면을 각각 내세웠다. 그러나 김두한 의원은 대통령 후보로는 꼭 조병옥 박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고 해공 신익회선생이 출마하게 된 것이다.“조박사님께서 출마하시면 이 김두한이 대가리가 열 쪽이 나도록 쫓아다니며 도와드리려 했었는데…”이렇게 말하는 김두한 의원의 눈에는 서운한 빛이 역력히 드러났다. 조병옥 박사와 김두한 의원. 이들은 부산 피난시절인 1952년 제2대 정·부통령 선거때 조병옥 박사가 부통령에 출마하자, 김두한 의원은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서 뛴 전례가 있었다.당시 김두한 의원은 비록 민주당 당원은 아니더라도 평소 존경하고 형님처럼 모시는 조병옥 박사가 입후보만 하면 백의종군을 해서라도 돕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사람, 김군! 내가 나오나 해공선생이 나오나 마찬가지지 뭘 그래. 이뭇소리 말고 이번에도 날 도와줘 알겠지. 김군?”조병옥 박사는 형님처럼, 친구처럼 다루기 힘든 직선적인 이 사나이를 달래기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뭐 김두한이가 조직이나 표가 많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의 솔직하고 대담한 연설이 대중에게 큰 호소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김두한의 협력을 얻는 것은 곧 백만원병을 얻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좋습니다. 조박사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한 번 뛰어보겠습니다.”김두한 의원은 더 거절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대답은 했지만, 썩 마음에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김군, 이번에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박사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말살될지도 몰라.”하고 말하는 조병옥 박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알겠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다음호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