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들은 우루루 방안으로 들이닥치면서 민주당 선전원들을 함부로 짓뭉개기 시작했다.“아이쿠 사람살려요!”“아이쿠, 아이쿠!”그러나 아무도 민주당 선전원들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파출소가 불과 5미터도 안되는 곳에 있었지만 경관은 코빼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튼 그들은 지독하게 얻어맞고 모두 병원에 입원하는 불상사를 빚었던 것이다. 이러한 불상사와 공포분위기는 비단 금화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전국 어디서나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 국민의 분노를 터뜨리게 했다.자유당과 경찰의 이렇게 졸렬한 수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어 ‘민주당’ 붐을 조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신·장 후보와는 별도로 김두한 의원은 조병옥 박사와 함께 전국을 누비면서, 이번만은 야당 입후보자를 대통령으로 뽑아 민주주의의 본보기를 보이고 일인 독재를 막아 부정·부패를 뿌리뽑자고 호소했다.
그런데 어디를 가나 경찰과 깡패들의 방해를 받아 유혈극을 빚었다. 그런가 하면 연설장소를 허가해 주지 않아 강변이나 시장 모퉁이에서 외롭게 강연을 해야 했던 김두한 의원이었다.“여러분! 경찰이 날더러 깡패래요. 나라를 파괴하는 공산당을 때려잡고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고, 독재를 막으려는 이 김두한이를 글쎄 깡패로 몰아 붙이니 동네 개가 웃을 일입니다요. 여러분, 내가 깡팹니까? 민주주의를 안하고 독재를 하려는 놈들을 때려잡으려는 이 주먹이 깡패 주먹입니까?”김두한 의원의 이와 같은 연설은 대중들에게 많은 호소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호소력은 호응이 컸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김두한 의원이 나타났다 하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줄줄이 따라 왔고 그가 참가하는 연설회장은 터지도록 청중이 몰려들었다. 이에 당황한 자유당에서는 전국 경찰에 지시를 내려“김두한을 잡아라!”“어떻게 하든지, 무슨 이유를 붙여서라도 김두한의 발을 묶어라!”하는 비상수단까지 썼던 것이다.
그리하여 짜여진 각본이 ‘김관철 살인미수 사건’이었다. 마침내 김두한 의원은 대전에서 그를 추적한 형사들에게 붙잡혀 서울로 압송되기에 이르렀다.김관철 살인미수 사건 시나리오김두한 의원은 자기가 김관철이라는 자의 살해미수 사건으로 걸려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뭐? 관철이가 나를 고소했어? 그럴리가 없지. 걔는 그럴 애가 아니야!”김두한 의원은 직감적으로 이건 자기를 묶어두기 위한 날조된 조작극이라고 판단되었다.“김관철이는 나와 친형제나 다름없는 애야. 걔가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나를 고소할 리 없어. 걔를 좀 만나게 해주시오.”김두한 의원은 검사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말했다. 이어서 “이건 절대로 사실이 아니오. 경찰이 나의 발을 묶어놓기 위한 조작극일거요. 김관철일 이 자리에 불러와 대질 신문하면 사실이 명백히 밝혀질 거요.”하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아무리 찾아보아도 고소인인 김관철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이거 뭐 이래? 그따위 어린애 장난같은 조작극은 집어치워! 난 현직 국회의원이야. 왜 함부로 나를 구속하고 이러는 거야? 정말 알 수 없구만.”김두한 의원이 아무리 화를 내고 부인해도 그들은 끄떡도 않은 채 자기들 각본대로 끌고 나가는 것이었다.“여기 김관철씨 소장에 의하면 작년 가을 건중친목회의 총회장에서 김의원님이 자길 죽이려고 권총 네 발을 쐈다고 돼 있는데 사실이오?”담당 검사는 날카롭게 캐물으며 김두한 의원의 안색을 살폈다.“뭐. 내가 김관철이에게 권총 네 발을 쏴? 자길 죽이길 위해서?”김두한 의원은 너무도 허무맹랑한 말에 어이가 없어서 껄껄 웃어대었다.“웃지 말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시오.”검사가 또 날카로운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여보시오, 검사양반. 그 얘기라면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지.”김두한 의원은 이렇게 말한 뒤 작년 가을 건중친목회 총회장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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