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때였다. 한편 김관철은 김관철대로 집에서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아니 뭐야? 내가 김두한 의원을 살인미수죄로 고소를 했다구?)김관철은 자신도 모르는 이 해괴망측한 기사를 읽고 그 신문사로 달려갔다. 신문사 편집국장을 찾아가 그 기사를 쓴 사회부 부장을 만나 어떻게 된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부장 왈,“우리 신문사에서는 검찰에서 발표한걸 그대로 보도한 것 뿐입니다”라고 답변했다.“그래요? 그게 그렇게 된 거군요.”김관철은 크게 낭패한 마음이 되어 한동안 멀거니 허공만 바라보다가 신문사를 나왔다. 그리고 길을 걸으면서 자기의 지난 행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내가 아무래도 경찰의 농간에 말려 든 것 같아…)김관철의 머리에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퍼뜩 짚히는 것이 있었다.
3일 전이었다. 종로경찰서장의 초대를 받아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사찰과 주임과 형사들도 와 있었다.그날은 웬 일인지 술잔이 김관철에게 집중적으로 건너와서 호주가인 그로서도 술을 이기지 못하고 흠뻑 취해버렸다. 그 때 사찰주임이 자기에게 무슨 종이 쪽지를 내보인 것 같기도 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아아, 내가 그 때 실수를 한 모양이야.)이런 생각이 든 김관철은 그 길로 종로경찰서를 찾아갔다.“내 뭘 좀 알아보려고 왔는데….”김관철은 사찰주임을 만나 이렇게 말을 꺼내었다. 그러자 사찰주임은 김관철을 반갑게 맞이하며“아, 마침 잘 오셨습니다. 그렇잖아도 지금 형사들을 댁으로 보내어 선생님을 보호하라고 일렀습니다. 당분간 이곳에 계시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하고 선수를 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신변이 위험하니 아현동 모처로 몸을 숨기라는 것이었다.
그 말에 김관철은 할 수 없이 경찰에서 마련해 준 승용차를 타고서 아현동 모처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기가 숨어 있어야 할 까닭이 없을 것 같았다.(이거 내가 무슨 죄인인가? 숨어 다니게…)김관철은 아무래도 참고 견딜 수가 없어서 몰래 그곳을 탈출했다.그는 그곳을 나와 우선 생각나는대로 마포에 사는 옛날 부하집을 찾아갔다. 부하를 만나 자기의 억울한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하려는 속셈이었다.부하의 집에 찾아들자 마침 옛부하가 집에 있었다. 옛부하는 불쑥 나타난 옛 형님을 보고는“관철이 형님이 내 집엘 다 찾아오시고 웬 일이십니까?”옛부하는 반가워 하는 것이 아니라 뜻밖이라는 눈치였다. 그 말에 관철이 “너도 신문을 보아서 알고 있겠지?”“뭘 말씀입니까? 두한이 큰 형님을 고소한 거 말씀이십니까?”“그래 너도 내가 정말 고소를 했다고 생각하니?”
“형님이 고소를 안했으면 그럼 누가 고소했습니까?”옛부하는 눈에 살기마저 띠며 따지려 들었다.“난 배신자가 아니다. 너도 내 성미를 잘 알겠지만 내가 어떻게 감히 단장님을 배반하겠니?”김관철은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소연 하듯이 말했다. 그러자 옛부하가 입을 열었다.“그 동안 형님께서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지는 몰라도 난 형님을 만나기만 하면 당장 쏴죽이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만나고 보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만약 형님이 정말 두한이 큰 형님을 배신한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저하고 같이 가십시다. 가서 모든 것을 털어놓고 해명하세요. 그래야 형님도 살고, 두한이 큰 형님도 삽니다.”일이 이쯤 되었으니 김관철로서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그래, 가자! 가서 내 모두 이야기하지.”두 사람은 집을 나와 택시를 잡아 탔다. 그런데 김관철이 아현동 은신처에서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경찰은 초비상을 걸고 김관철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다.<다음호에 계속>“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