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했더니 곽일이 말했다.“그럼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결백을 주장하겠다는 거요?”“그것은 법정에서 밖에는 할 수가 없소. 지금 현실로는.”“법정에서? 그렇다모 재판이 있을 때까지 숨어서 기다리겠다는 거요?”“그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하오. 지금 내가 나타나서 아무리 변명해 보아야 누가 들어줄 사람이 있겠습니까?”곽일은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좋소! 사나이의 약속이오. 만약 약속을 어길 때는 이 곽일이 용서치 않을 것이오.”“고맙소, 곽형! 내 사나이의 맹세로써 약속을 꼭 지키리다.”이윽고 김관철은 권총을 거둔 뒤 굳게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곽일과 헤어진 김관철은 곽일의 부하인 김경태의 안내에 따라 연산동에 장마담의 요정을 찾아 들었다. 김관철과 장마담과는 전부터 서로 정을 통할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김관철이 요정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장마담이 나서더니 “오랜간만이에요, 김선생님. 갑자기 부산엔 웬 일이십니껴?”하고 무척 반가워 하며 눈물을 글썽거리기까지 했다.
“음, 갑자기 장마담이 보고 싶어서 내려왔지.”김관철도 오랜만에 만나는 장마담을 보자 온몸이 짜릿해지며 모든 근심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장마담은 김관철이 방으로 들어와 앉자 가까이 다가가 앉더니 다정스런 말씨로 또 말했다.“그런데 찬찬히 보니까네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신 것 같네요. 그 동안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있으셨습니껴?”“아니, 그냥 좀 바쁜 일이 있어서 뛰어다녔더니 그런가 봐.”“그래요? 무슨 일이신데 그렇게 뛰어다니셨습니꺼?”역시 부드러운 말씨로 말하더니 곧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더니 이내 술상을 보아왔다. 김관철은 따끈한 정종 몇잔을 들이켜고 나더니 장마담에게도 권한다. 이윽고 서로 잔을 주고받으며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회포를 풀었다. 깊고 느긋하게 풀고 풀어도 끝이 없었다. 이윽고 김관철은 장마담 곁으로 다가와 입맞춤을 하는가 했더니 마침내는 장마담의 저고리를 벗기기 시작했다. 곧 장마담의 풍만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그러자 김관철은 한동안 젖가슴을 탐했다. 빨고 핥았다. 그런가 했더니 김관철은 이제 아랫도리를 벗기기 시작했다. 마침내 팬티를 벗기어 몸을 포개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게 둘은 떨어질 줄 모르고 깊고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한편 그 무렵이었다. 어떻게 알고 내려왔는지 김두한이 신덕균과 함께 ‘자연장’에 나타났다. ‘자연장’주인 곽일은 놀란 얼굴로 쫓아나와 “아이고 형님! 웬일로 이렇게 갑자기…?”김두한을 맞아들였다. 그러자 김두한이 “그동안 잘 있었나? 아이들도 다 잘들 있구?”“우리야 뭐 별일 있겠소만, 그동안 형님, 고생이 너무 많았지라예?”곽일은 김두한을 특실로 모시고 술상을 차려왔다.“이봐, 곽형! 관철이 놈이 부산에 내려와 있다면서?”김두한은 자리에 앉자마자 그것부터 따지 듯 물었다. 왜 부산에 와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붙잡아 보내지 않았느냐 하는 꾸짖음 같기도 했다.“원 형님도, 그 얘긴 술이나 한 순배 돈 다음에 하입시더.”곽일은 될 수 있으면 분위기를 딱딱하지 않게 하려고 엉너리를 쳤다.
그리고는 밖에 대기하고 있는 부하 하나를 불러들였다. “야, 경태야!”“네, 부르셨습니꺼? 형님.”대기하고 있던 김경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니, 가서 김관철이 좀 불러오그라! 다른 말 하지 말고 내가 술이나 한잔 같이 하잰다고 해라.”“네 알겠습니더.”김경태가 이렇게 대답하고 나가자 곽일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형님, 자 술이나 드시고 흥분을 가라앉히소마.”김두한은 곽일이 이렇게 엉너리를 부리는 바람에 어리둥절해 가지고 그 큰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뭐가 어떻게 되긴 어떻게 됩니껴? 김관철이 제발로 들어와서 해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입니더. 그 기회를 얻을라고 관철이 내한테 찾아온기 아입니껴?”<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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