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8월 전당대회 개최설 ‘박근혜 없고 이재오 있다’
한나라당 8월 전당대회 개최설 ‘박근혜 없고 이재오 있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3-09 09:09
  • 승인 2010.03.09 09:09
  • 호수 82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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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 대회 이재오·박창달 등 친이 대거 출마
지난 2008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

한나라당의 정치 일정이 빡빡하다. 4월 세종시 처리, 6월 2일 지방선거, 6·30 정기전당대회, 7월 재보선 등 굵직굵직한 행사들이 연이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2년 임기인 전당대회의 경우 당대표가 될 인사가 19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세할 수 있어 친이 친박간 대결이 불가피하다. 또한 7월 집권 여당 원내대표와 하반기 국회의장 선출까지 원내 사령탑과 입법부 수장 자리를 둘러싼 계파간, 인물간 물밑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 대표, 원내사령탑, 그리고 국회의장직에 도전하는 집권 여당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내부적으로 차기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한창이다. 한때 조기전당대회 개최설이 흘러나왔지만 물거품이 되면서 6·30 정기 전당대회 개최설과 8월 전대 개최설 등 제정파간 이해관계와 맞물려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중이거나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로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을 비롯해, 박창달 자유총연맹 회장, 홍준표 전 원내대표, 정몽준 대표, 나경원 의원, 진수희 의원, 허태열 최고위원에 김형오 의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1인 2표제로 총 5명의 지도부를 뽑고 2명은 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


박창달, 대통령 복심 vs 왕의 남자, 이재오

친이 인사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박창달 회장이 새롭게 하마평에 오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박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적잖은 공을 이뤄 그동안 각종 공직 인선이 있을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친이간 견제로 인해 현 자총회장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당원·대원으로 구성된 MB 외곽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의 실세이자 자유총연맹 회장으로서 당권 도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편 안상수 원내대표의 경우 당권 도전에서 국회의장직으로 ‘선회했다’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나오고 있다. 친이재오 그룹이자 당내 최대 친이 모임인 ‘함께 내일로’ 고문으로 있는 안 원내대표는 이미 상반기에 김형오 현 국회의장과 경합을 벌인 바 있다. 또한 안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이재오 위원장의 당 복귀와 연관돼 있다는 해석이다. ‘함께 내일로’에서는 6·30 정기전당대회보다는 1개월 연기한 8월 전당대회 개최를 공공연히 주장했다. 이는 7월 재보선에 이 위원장이 출마를 하고 이후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친박 진영에서 반대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의 당권 도전도 눈여겨 볼만하다. 나 의원은 현재 원희룡 의원과 함께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에 비해 지지도나 인지도면에서 뒤쳐져 있어 경쟁자 진영에서는 당권 도전을 위한 전단계로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받고 있다.

나아가 정 대표의 재도전도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친박 진영에서 ‘월급사장’, ‘얼굴마담’이라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하지만 전당대회에 재출마해 당 대표가 될 경우 당내 기반을 새롭게 잡으면서 ‘실세 당대표’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친이와 친박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홍준표 원내대표 입성여부, 김형오 국회의장의 도전 여부도 관심사다. 김 의장이 출마선언을 할 경우 당내에서는 ‘김형오 대망론’이 본격 가동된다는 점에서 대권 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친박몫으로 도전하는 허태열 최고위원의 재도전 의지가 강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재오 위원장이 당권에 나설 경우 박근혜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내대표 이병석 의원 유력…김무성 변수

친박 진영 일각에서는 ‘이재오 당권 도전설’이 현실화될 경우 대항마는 박 전 대표뿐이 없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로서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지 않는 이상 당권 도전에 부정적이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옛 천막당사 정신으로 ‘백의종군’ 입장에서 출마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박근혜 출마를 주장하는 인사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추대론’ 분위기가 아닌 이상 자칫 전당대회에 나선 박 전 대표가 친이 후보에 패할 경우 정치적 상처가 크다는 점에서 출마가 현실화될 공산은 낮다. ‘박근혜 대세론’이 급속히 수면으로 가라앉을 공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권 도전보다는 물밑 암투가 치열하지 않지만 원내 대표를 둘러싼 신경전도 한창이다. 현재 원내 사령탑에 거론되는 인사로는 친이 이병석, 친박 황우려, 중립 정의화, 탈박 김무성 의원 등이 있다. 변수로는 최근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 전 대표와 멀어진 김 의원의 출마 여부다.

김 의원이 출마를 하지 않을 경우 친이 이병석 의원이 원내대표로 될 공산이 높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지난 원내대표 선거의 재판이 될 공산이 높다”며 “당시에도 친이 안상수, 친박 황우려, 중립 정의화 의원이 출마했지만 안 후보가 원내대표로 당선됐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이 출마를 할 경우에는 친박과 친이가 사전에 합의해 추대형식을 요구할 공산이 높다. 지난 원내대표 선출 당시에도 김 의원은 친이 친박 ‘합의추대’식으로 원내대표직 제안을 받았지만 박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입법부 수장을 뽑는 국회의장 선거를 두고도 치열한 수싸움이 한창이다. 특히 법안을 직권상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에서도 관심이 높다. 가장 유력한 인사로는 6선의 박희태 의원이다. 같은 6선이자 친박의 홍사덕 의원 역시 국회의장직에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4선의 안상수 원내대표와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의장직에 도전할 전망이다. 특히 안 원내대표의 국회의장직 도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반기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보다 여야 합의를 중시하면서 여야간 치열한 힘겨루기 끝에 통과됐다. 하반기에도 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한 법안이 산적해 있다. 당장 세종시법을 비롯해 행정구역 개편, 원포인트 개헌 등은 여야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합의가 쉽지 않은 법안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장의 도움이 청와대 입장에선 절실한 게 현실.


청와대, ‘박희태 국회의장?’ 글쎄…

친이 진영에서 고령의 박희태 국회의장 카드에 회의적인 배경이다. 국회의장직을 마지막으로 정치 인생을 정리하려는 박 의원으로서는 명예롭게 입법부 수장직을 마무리할 공산이 높다.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총대를 메고 ‘충성’을 외칠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상수 카드가 부상한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 원내대표는 친이 강경파의 대표적인 인사로 정몽준 당 대표보다 당내 실세로서 입지를 굳혔다. 원내대표직을 두 번이나 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안 원내대표의 MB에 대한 충성과 청와대의 무한한 신뢰로 가능한 일이었다. 안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으로 될 경우에는 여야간 첨예한 법안들 다수가 직권상정돼 곧바로 본회의에 회부될 공산이 높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타협과 협상’을 해야하는 야당과 친박 진영에서는 껄끄러운 인사다. 하지만 청와대로서는 박희태 카드보다는 안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으로 되기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서 안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직에 도전한다면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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