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명기 편 | 제 22 회
■ 일본 명기 편 | 제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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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3-30 09:00
  • 승인 2006.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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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의 말에 히로미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물어왔다.“양기를 북돋우는 여자라구요? 그런 여자를 육안으로도 알 수가 있나요?”“그럼요. 웬만큼 경지에 오른 전문가들은 척 보면 감을 잡죠. 양기를 줄 성 싶은 여자는 우선 말씨부터 상냥한데다 행동거지가 등나무 가지처럼 나긋나긋해요. 또한 희고 가지런한 이빨은 목련 꽃잎같고, 풍성하고 탐스런 머리칼은 움츠린 남자의 본능을 자극합니다. 또 양쪽 볼은 탐스럽게 잘 익은 사과같고, 입술은 포도주처럼 달죠. 싱싱한 유방은 석류처럼 빛나며, 매끈한 허벅지와 엉덩이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탄력이 넘칩니다. 또한 은밀하고 소중한 그곳은 새벽 이슬을 함초롬히 머금은 듯 영롱한 기운이 서려 있죠. 따라서 그런 여자와 교접하는 남자야말로 행운아 중의 행운아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그러자 듣고 있던 릴리가 딱 하고 손뼉을 치며 맞장구쳤다.“알아요 저도. 일본의 신화를 다룬 책에서 최고의 여성으로, 방금 강쇠씨가 말한 그런 타입을 묘사해놓은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이를테면 눈썹은 빛이 나고 초승달 모양이라든가, 허리는 바람에 살랑대는 버들같고, 유두는 돌처럼 단단하고, 배는 반듯하고 광택이 나며, 은밀한 그곳은 결이 곱고 하얀 빵과 같다. 또 장딴지는 뱀장어의 살과 같고, 허벅지는 솜처럼 희고 부드럽다 등등. 우연의 일치치곤 정말 많이 비슷하지 않아요?”이에 히로미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릴리. 나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불만이야. 왜 남자만 여자로부터 양기를 취하고, 여자는 뺏기기만 해야 하는 거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섹스 때도 남자 위로 가야지, 깔린 채로 하는 건 별로야.”“그건 나도 동감이야. 그냥 수동적일 때보다, 남자 위에 올라타고 깔아뭉개듯 섹스할 때 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껴.” 그 말을 들은 강쇠가 둘의 대화를 재빨리 가로채고 나섰다.“틀렸어요. 그건 둘 다 잘못 안 거예요. 여자도 얼마든지 남자의 정기를 빨아들일 수가 있어요. 중국 당나라 때 여제 측전무후 아시죠? 그 여자는 잠자리에 항상 어린 미소년을 끼고 잘 정도로 남자 정기를 흡수하는데 도가 텄죠. 그런가하면 중국의 전설적인 옹녀로 일컬어지는 서왕모라는 여자 역시 남자의 정기를 빨아들여 불로장생한 걸로 알려져 있어요. 이 때문에 서왕모와 교접한 남자는 시름시름 기력을 잃고 병마에 시달렸지만, 서왕모 자신은 늘 얼굴색이 화창한 봄날같이 화사했죠. 웃기는 것은, 서왕모가 정작 흠모하고 사랑한 남자에겐 양기를 듬뿍 줬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방법이 좀 묘하더군요. 마른 대추를 은밀한 그곳에 넣어 오래오래 불렸다가 그걸 연인에게 먹였대요.”

“어머나. 그래서 남자가 그걸 받아먹었나요? 맛이 희한했을텐데….”릴리가 눈빛을 반짝 빛내며 묻자, 강쇠가 얼른 대답했다.“먹었죠. 그래서 힘이 용솟음쳐 서왕모를 더욱더 기절시켰다는 겁니다. 중국 쪽에서 들려오는 얘기로는 여성의 액에 오랫동안 버무린 대추는 최상의 정력제로, 해구신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효험이 탁월하다고 해요.”“호오. 그렇다면 혹시 강쇠씨도 그렇게 불린 대추를 먹어봤나요?” “아직요. 먹고싶어도 누가 해줘야 먹죠. 말이 나온 김에 릴리양이 한번 시범을 보여주시겠습니까.”강쇠는 그러면서 릴리의 얼굴을 은근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사실 강쇠는 처음 릴리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조각처럼 상큼한 콧날과 우수에 잠긴 눈동자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뜯어보니 과연 남자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미인이었다. 강쇠는 자신도 모르게 질투심이 끓어올라 중얼거렸다. “허허 대근이 놈, 조루 주제에 육복도 많지. 어쩌면 저렇게 예쁜 여자가 파트너로 척척 생기는 거야. 부럽다 부러워.” 바로 그 순간, 릴리와 강쇠의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다. 한데 이게 웬 일인가. 릴리가 보일 듯 말 듯 살짝 윙크를 보내는 게 아닌가. 강쇠는 어딜 잘못 찔린 것처럼 허둥대기 시작했다. 허둥대는 강쇠를 지켜본 대근이 잽싸게 눈치채고 윽박질렀다.

“야 오강쇠. 괜히 헛물 켜지 말어. 릴리는 나하고 먼저 약속이 된 사이야. 그리고 버무린 대춘지 찐 대춘지 그것도 내가 먼저야. 너 나한테 변강쇠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거 벌써 까먹었냐.”“앗 그렇지. 미안하다 대근아. 나도 모르게 견물생심으로 그만 헤까닥했다. 좋아. 대추는 네가 다 먹어. 난 생대추는 먹어도 버무린 대추 따윈 안 먹을테다. 그리고 이 시간 이후 릴리한텐 완전히 신경 끊을게. 됐냐?”“어머머 강쇠씨. 그런 말 들으니까 섭섭하네요. 저는 대근씨도 좋고 강쇠씨도 좋아요. 둘이 함께라면 더 좋구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예엣? 둘이 함께라니요?”강쇠와 대근이 눈을 휘둥그래 뜬 채 묻자 릴리가 말했다.“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강한 남자가 아니면 상대를 안해요. 그래서 대근씨가 절 만족시키지 못하면 강쇠씨를 다음 타깃으로 꼽았어요. 한국 남자가 얼마나 센지 알고 싶거든요.”그 말에 대근이 얼굴이 노랗게 사색이 되더니 물었다.“릴리. 하나만 물어볼게요. 강한 남자를 좋아한다면, 일단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 겁니까. 합격 기준을 말해봐요.”

“한마디로 말해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의 소유자죠. 그런데 불행하게도 일본 남자들은 그런 면에서 대개 허접해요. 그래서 저는 강한 남자를 찾기 위해 멀리 홋카이도 지방까지 원정을 간 적도 있어요.”“예에? 홋카이도면 북쪽 끝이 아닙니까. 그런 먼 곳에 섹스의 강자가 존재한단 말입니까.”원정이라는 단어에 깜짝 놀란 강쇠가 먼저 캐물었다. 자신 또한 명기를 찾아 원정하는 입장에서, 강쇠는 릴리의 그 말이 여간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홋카이도에는 아이누족이라는 원주민이 살고 있어요. 그런데 그 아이누족 남자들이 정력이 절륜하기로 소문이 났거든요.”“왜 그렇죠? 추운 북쪽 지방이라서 그런가?”“아뇨. 날씨하고는 상관없어요. 알고보니 아이누족은 일할 때나 밥먹을 때나 쇳덩어리를 페니스에 매달고 다닌다고 해요. 그래서 정력이 세다는 건데, 얼마나 센지 실제 확인해보려고 홋카이도까지 쫓아간 거죠.”강쇠는 아연 긴장했다. 물건에다 쇳덩이를 달고 다닌다니, 성기 단련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부해온 강쇠로서도 자못 주눅이 들 정도였다. “대단한 집념이군요. 그래서 확인 결과 어땠습니까. 아이누족 남자들이 정말 막강했습니까.”

“그게 좀 애매하더라구요. 내가 상대한 아이누족 남자는 도합 세 명이었는데, 하나같이 오르가즘을 의식적으로 피했어요. 그래서 나는 처음엔 ‘아. 사정을 늦추려고 일부러 참나보다’ 하는 정도로 알았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릴리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잔뜩 질린 표정을 지었다. 강쇠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그렇다면 그들의 행위 역시 성기 단련법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들어보세요. 그들은 적게는 한시간에서 최대 다섯시간까지 섹스를 계속했어요. 난 처음엔 만족했어요. 왜냐면 교접시간이 기니까 마음놓고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죠. ‘과연! 먼 데까지 고생하며 찾아온 보람이 있긴 있구나’ 하고요. 그런데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어요. 교접 후 세 시간이 지나면서부턴 다리가 펴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거기도 쓰라려서 나중엔 섹스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싶었죠. 나는 벌떡 일어났어요. 그 순간, 아이누족 남자가 잡아먹을 듯이 저를 노려봤어요. 그리곤 완강한 힘으로 덮쳐 누르더군요. ‘계속해. 계속하지 않으면 너 죽고 나 죽어.’ 그렇게 겁을 주는 거예요. 저는 뒤늦게 후회가 막심했죠. 하지만 연약한 여자가 그것도 자청해서 섹스를 청했으니 어떻게 거부하겠어요. 결국 다섯 시간만에 파김치가 되어 쓰러져버렸죠. 눈을 떠보니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없더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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