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스스로 일본 최고의 명기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나타났으니, 나머지는 강쇠씨가 신체검사를 하든 어떻게 하든 직접 알아서 하세요.”“못 봤다구? 그렇담 어떻게 알고 그 여자를 찾아낸 거야.”“아휴 말도 마세요. 강쇠씨와 약속을 지키려고 내가 얼마나 고심했는지 아세요?”“흠, 정말 수고가 많았겠군. 인구가 1억 명이 넘는 나라에서 최고 명기를 찾는다는게 어디 보통 일이겠어. 어떻게 된 건지 자초지종을 말해봐. 궁금해서 못 참겠어.”“강쇠씨와 헤어진 후에 심각하게 고민했죠. 그걸 일일이 방송하고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신문 잡지에 ‘명기를 찾습니다’ 하고 뻔뻔하게 광고를 낼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끙끙대고 있는데 불현듯 ‘효겸여황’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그러자 잠자코 엿듣던 히로미가 아는체 하고 나섰다.“알아요 나도. 효겸여황이라면, 도경스님이 휘두른 거대한 물건에 사족을 못 쓰고 놀아난 여제 아닌가요.”“도경이라구? 아 저번에 히로미가 말했던 그 땡초 말인가.”
“땡초가 아니라 괴승이죠. 제가 존경해마지 않는 전설적인 일본의 변강쇠라구요. 호호호.”“허허. 중이 마땅히 닦아야 할 도는 닦지 않고, 밤낮으로 껄떡대면 그게 바로 땡초 아닌가.”이에 교오코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두 사람 모두 틀렸어요. 도경은 괴승도 땡초도 아닌, 권력자였어요. 타고난 정력과 장대한 물건을 밑천삼아 천황의 자리에 도전한 비범한 야심가가 그였어요. 효겸여황은 그런 도경에 빠져 천황자리까지 물려주려고 아들을 귀양까지 보낼 정도였으니, 숨은 야심이 오죽이나 컸겠어요.”“하긴 예부터 영웅호색이라, 권력의 정상을 꿈꾸는 자들은 성적 에네르기도 왕성한 편이지. 그런데 그 양반 물건이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그렇게 소문이 날 정돈가.”
“아 거기에 대해선 이런 일화가 있어요. 도경이 참선 중에 회의를 느껴 불상을 자빠뜨렸대요. 그리곤 물건을 꺼내 자빠진 불상을 향해 오줌을 갈겼는데,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른 머리통만한 두꺼비가 달려들어 귀두를 확 물어 뜯었어요. 도경은 너무 아파 물건을 붙들고 펄쩍펄쩍 뛰었죠. 이때 두꺼비 독이 퍼져 퉁퉁 부어올랐고, 며칠 지나자 울퉁불퉁 거대한 형상으로 변했다는 겁니다. 그 소문이 퍼져 황실까지 흘러들었고, 당시 태상황인 효겸여황이 도경을 불러 잤는데 그 자리에서 뻑 간 거죠. 그걸 보면 도경이 물건 뿐 아니라 방중술 또한 탁월했던 것 같아요. 그랬으니 헤어나지를 못한 게 아닐까요.”“당연히 그랬을테지. 과부가 남자 맛을 알면 아기가 붙잡는 옷고름을 가위로 끊고 가버린다는 말도 있잖아. 남자는 바람을 피우다가도 대부분 가정으로 돌아가지만, 여자들은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운 법이지. 효겸여황도 마찬가지 심정이 아니었을까. 그때까지 허접스런 남자만 만나다가 그런 걸물을 만났으니 천하를 다 줘도 아깝지 않았겠지.” 도경의 일화가 계속되자, 조용히 듣고 있던 대근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그 두꺼비 말이야. 나도 그 놈한테 귀두를 한번 물려볼까.”“뭐라구요? 두꺼비 독이 얼마나 독한데 멀쩡한 귀두를 일부러 물려요. 특히 옴두꺼비는 알을 품으면 일부러 독사를 찾아가서 싸울 정도로 독하다던데.”“히히 릴리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이열치열이란 말 들어봤지. 마찬가지로 이독제독이란 말이 있어. 다시 말해 독으로써 독을 물리치는 거야. 잘 들어봐. 한방에 따르면 ‘제비 똥이 독이나, 독충에 물린 독에 쓰면 약이 된다’고 나와 있어. 이때 독은 독이 아니고 곧 약이지. 따라서 두꺼비 액이 비록 독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약이 될 수 있는 거야. 도경인가 하는 땡초 물건도 그렇듯 이독제독의 과정에서 불가사의하게 커지지 않았을까.”그러자 강쇠가 더 못참겠다는 듯 후다닥 끼여들었다.“야 이대근. 그건 전설야화 같은 이야기지, 진짜 두꺼비한테 네 놈 물건을 맡겼다간 평생 고자가 될 거다. 실제로 불법적 성기 확대 수술을 받아 성 불능이 된 사람이 어디 한둘이냐.”
“그건 그래요. 결혼한 내 친구 남편 이야긴데요. 어느날 남편이 중대 결심을 털어놓더래요. ‘자기야. 조금만 기다려. 널 평생 기쁘게 해줄게’ 그래서 뜬금없이 뭔 말인가 싶어 친구가 물었대요. 그랬더니 ‘성기 확대 수술을 받았는데, 석달만 참으라’는 거예요. 친구는 어이가 없었죠. 평소 남편 것이 결코 작다고 느끼지 않았었거든요. 게다가 사전에 아무 의논도 없이 혼자서 결정하고 결행했으니, 비록 아내인 자신을 위해서였겠지만 찝찝하더래요. 그런데 문제는 석 달 후 발생했어요. 크기는 분명 눈에 띄게 커졌는데, 발기가 되지 않는 거였어요. 친구도 친구지만 남편이 얼마나 절망했겠어요. 어떻게든 발기시키려고 한 시간을 넘게 정성스럽게 페라치오를 하다가 그것마저 안되자, 남편이 꺽꺽 울더래요. 친구도 같이 따라서 울었고요.”“저런, 욕심이 화를 불렀군. 쯧쯧 하여간에 남녀를 불문하고 너나없이 물건에 욕심이 너무 많아. 하고한 날, 시달리는데 때론 긍휼히 여길 생각도 해야지 그게 뭐야.”강쇠가 탄식하며 다시 물었다.“그래서, 친구 부부가 그뒤로 어떻게 됐어 릴리?”
“어떻게 되긴요. 한동안은 그래도 포르노도 같이 보는둥 애를 써보다가 지금은 각방 쓰고 있죠.”“음…남의 일 같지 않구먼. 대근아, 귀담아 들어라. 괜히 도경스님 흉내내려다 신세 망치지 말고. 알겠냐.”대근은 히죽거리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이때 교오코가 다시 말을 꺼냈다.“그런데 희한한 것이, 도경스님이 죽고 나서 1천3백년이 지난 지금, 일본인들 사이에서 남근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해마다 제례 때 도경스님의 남근석이 안치된 유게신궁에 많은 청춘남녀들이 몰려와서 합방을 치르죠. 그 남근석이 부부 화합과 속궁합에 영험을 준다고 다들 믿고 있거든요. 메이지 유신 전에는 이곳에서 7일간 밤낮으로 축제가 벌어졌는데, 마지막 날 가장 많은 남자와 교접한 처녀를 뽑아 큰 상을 주는 풍습이 있었죠. 내가 착안한 게 바로 그것이었어요. 또 유게신궁에 몰려드는 참배객 중에는 특히 도경스님의 남근석을 구경하러온 여자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유게신궁 여기저기 눈에 띌만한 곳에 광고 전단지를 만들어 붙여놓았죠.”“엉? 광고 전단지를? 내용을 뭐라고 썼는데.”
“<한국에서 온 변강쇠 고함-일본 최고의 명기를 찾습니다!> 그렇게 쓰고 연락처를 남겼죠. 거기에다 조건까지 달았어요. ‘도경의 전설을 현실로 맛보고 싶은 여성 대환영. 단, 반드시 효겸여황같은 옹녀적 기질을 갖춘 여성에 한하여 연락바람. 어때요 강쇠씨. 내 생각이 기발하지 않아요?”“하하하 탁월한 아이디어야. 명기를 찾는데 그만한 장소도 따로 없겠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연락이 왔어?”“호호호 놀라지 마세요. 그날 밤부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에요. 전화통이 불나는 줄 알았다니깐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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