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명기 편 | 제 39 회
■ 일본 명기 편 | 제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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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9-08 12:36
  • 승인 2006.09.0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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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코 언니는 어쩌면 반음양구조일 수도…“진정한 섹스는 죽음도
불사해야죠” 드디어 강쇠는 사사코 언니를 만나러 떠나는데…


나오미는 단호한 음성으로 강쇠에게 경고했다.

“사사코 언니를 만나지 마시오. 그녀와 교접하면 그대도 비명횡사를 당할 것이오.”

강쇠는 그렇게 말하는 나오미를 똑바로 쳐다봤다. 나오미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 태도가 강쇠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지금 그 말씀 근거를 갖고 하는 말입니까. 아니면 지레짐작으로 한 거요.”

“잘 들으세요. 강쇠씨. 내가 진단컨대 사사코 언니의 그곳은 특이함을 넘어 환란의 구조를 지녔음이 틀림없어요. 그런 구조는 교접 시작부터 내부가 요동치며 경련을 일으키죠. 보통 여자들이 절정에 올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초동 단계부터 그렇게 하니 남자들에겐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죠. 하지만 기쁨은 얼마 못가 공포로 바뀝니다. 강쇠씨 혹시 공즉상신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강쇠가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나오미가 다시 설명했다.

“사사코의 고백이 틀림없다면, 아마도 사사코 언니는 그 비방을 너무 오래 사용한 탓으로 그곳이 구절양장처럼 변해버렸을 거예요. 양의 장이 얼마나 구불구불하고 협소한지는 다들 아시죠. 여기에다 사사코 언니의 그곳은 선천적으로 양기를 빨아들이는 흡착력이 아주 강합니다. 남자의 양기를 모조리 흡수하지 않고는 절대로 놓아주지 않죠. 때문에 남자가 처음엔 구불구불 좁아서 희희낙락하다가 빼려는 순간, 콱 막힌 걸 깨닫고 당황하게 되죠. 다시 몇 차례 시도해도 꼼짝도 않고… 다음 순간 쾌감은 두려움으로 바뀌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공포감을 느낍니다. 심장의 박동수는 급격히 상승하고…. 반대로 여자는 그럴수록 더욱 흥분하여 정신을 잃고 괴성을 지르며 사정없이 옥문을 조입니다. 그 결과는 어떨까요. 아주 위험하지 않을까요. 옛날부터 신혼 첫날밤, 신랑이 신부의 배 위에서 급사했다는 얘기가 전해져오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말할 수 있죠.”

강쇠는 입을 딱 벌린 채 나오미를 바라보았다. 공즉상신이라! 자신은 물론 사사코 언니의 사연을 들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해석이었다. 대근 역시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자 나오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친 김에 더 말해볼까요. 흔히들 속궁합이 중요하다고 말하잖아요. 이 말의 의미는 단순히 섹스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상대를 잘 만나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봐요. 인도의 유명한 섹스 교범인 카마수트라에 보면 신붓감으로 피해야 할 여성상을 이렇게 분류해요. 첫째, 고양이 등처럼 굽은 여자, 둘째 콧구멍이 지나치게 드러나 보이는 여자, 셋째 사타구니가 벌어져서 똑바로 걷지 못하고 어기적거리며 걷는 여자, 넷째 머리가 벗겨진 여자, 다섯째 화를 내고 포악한 여자, 여섯째 손과 발에 늘 땀이 배어있는 여자, 일곱째 음모와 겨드랑이의 털이 차분하게 누워 있지 않고 위로 거슬러 있거나 거친 여자, 이런 여자는 대체로 남자로부터 기운을 뺏는 타입이죠. 하지만 사사코 언니는 이런 여자들과 또 차원이 달라요. 혹시… 어쩌면 그곳의 구조가 반음양일지도 모르죠.”

“반음양? 그게 무슨 뜻이죠?”

“아 그건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성기가 함께 붙어 있는 사람으로 아주 특이한 케이스죠. 때문에 여자를 만나면 남자가 되지만, 반대로 남자를 만나면 여자가 되죠. 좌우간에 이런 경우는 남자에게 아주 해롭다고 할 수 있어요.”

강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TV 에서 ‘조선시대에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내용의 극을 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때 대근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야 오강쇠. 나오미 양 말을 들으니 사사코 언니는 포기하는 게 좋겠다. 명기도 좋지만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지. 또 재수 없으면 무인도를 찾아가다가 배가 뒤집힐지도 모르는 일이고, 안 그렇냐.”

그 말을 듣자, 강쇠는 적잖이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아냐, 난 가겠어. 난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그 먼 곳까지 가려는 게 아냐. 내 끓는 피와 혼이 그녀에게 달려가라고 명령하고 있어.”

강쇠가 눈빛을 빛내며 결심을 털어놓자, 나오미가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군요. 하긴 진정한 섹스의 이치를 깨달으려면 죽음 따윈 불사해야겠죠. 또 그래야 사나이 대장부가 아닐까요.”

그 말에 강쇠가 적이 못마땅하다는 듯 툭 내뱉었다. “죽긴 왜 죽어요? 왜 꼭 그렇게 단정하는 거죠. 재수 없게 시리.”

“호호호. 그건 자연의 법칙이죠. 본시 교접 행위 자체가 암컷에겐 유리하고 수컷에겐 불리하게 돼 있잖아요. 거미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죠. 수컷은 암컷과 교접한 직후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죠. 다시 말해 종족보존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거죠. 그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어떻죠? 섹스를 쾌락의 차원에서만 바라보지 않습니까. 섹스의 이치는 우주의 깊은 질서와 맥이 닿아 있어요. 따라서 우리는 섹스에 대해 좀 더 신성시할 필요가 있다고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나오미의 질문이 대근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대근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솔직히 무슨 이치인지 무식해서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섹스 그거… 배고플 때 밥 먹는 거 하고 똑같은 거 아닙니까. 배가 고프면 밥을 찾아 먹듯이 하고 싶을 때 하라고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만들어주신거 아닌가요?

“하하하 대근 씬 솔직 담백하시군요. 하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속이 편하죠. 그리고 강쇠씨. 오늘 밤 나와의 동침은 허락할 수 없는데 어쩌죠?”

“아니 왜요. 날 정말 못 믿겠나 보죠?”

“그게 아니라, 사사코 언니를 꼭 만나러 간다면서요. 내 생각엔 그러려면 양기를 비축해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나 역시 상대방의 양기를 있는 대로 빨아들이죠. 그렇게 되면 강쇠씨는 몹시 허해질 건데. 그런 상태로 사사코 언니를 만날 수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 말에 강쇠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잠시 후 나오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강쇠씨가 죽음을 무릅쓰고 간다하니, 내가 아는 두 가지 방책을 가르쳐 줄게요. 잘 들었다가 사사코 언니와 교접하게 되면 꼭 사용하도록 하세요.”

“아니 방책이 있다니, 그게 정말입니까.”

“그게 먹힐지는 장담 못하겠어요. 인도에 있을 때, 비슷한 경우를 봤는데 그 때 우연히 알게 된 방책이죠. 그런데 과연 사사코 언니에게 통할 수 있을지… 그럼 절 따라 오세요.”

나오미는 자신의 전용 룸으로 강쇠를 데리고 갔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강쇠는 사뭇 놀랐다. 방에는 예상했던 섹스 도구나 전시물은 전혀 없고, 온통 책으로 가득했다. 나오미는 그중 한 책장의 서랍을 열고 봉투 하나를 꺼내 강쇠에게 전했다.

“받으세요. 이건 강쇠씨에게 아주 소중한 거예요.”

강쇠가 받아 살짝 봉투를 열어보니 재가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재는 아주 소량이었다.

“이 이게 도대체 뭡니까. 타고 남은 재 같은데… 이걸로 어떻게 방책을 세운다는 거죠?”

“그건 여성의 음모를 태운 것입니다. 그냥 음모가 아니에요. 강한 남성과 교접한 직후 양기를 흠뻑 먹은 음모를 불에 정화시킨 거죠. 이 재를 사사코 언니와 교접하기 직전에 물에 타서 마셔요. 그러면 양기를 뺏기지 않고 최대한 버틸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있어요. 교접시 위기 때마다 ‘옴 마니 반메 홈!’하고 주문을 외치세요. 이 주문은 티벳의 라마교도들이 귀신을 물리칠 때 쓰는 진언인데, 사사코 언니의 강력한 살기로부터 강쇠씨를 보호해줄 거예요.”

다음날 아침, 강쇠는 대근을 비롯한 일행의 격려를 받으며 장도에 올랐다. 시코쿠까지 내려간 강쇠는 거기서 다시 배를 대절해 사사코 언니가 사는 무인도로 향했다. 과연 강쇠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아 그건 아무도 모르는 오직 하늘만이 아는 일일 것이었다. (끝)

■‘명기열전’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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