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소장파가 영입 케이스로 저울질하고 있는 인물은 대략 3~4명 정도이다. 우선 무소속의 정몽준의원을 거론하면서 당내 여론을 떠보고 있다. 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오세훈 후보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윤여준 전의원도 이들의 영입인사 명단에 올라 있다. 박세일 전의원도 본인의지와 무관하게 거론되고 있다.
오풍(吳風) 타고 영입론 ‘급부상’
물론 현재로선 이들 모두가 영입제의에 화답할지는 미지수인 상태이다.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단언하는 당내 인사들도 적지 않다. 유력한 한나라당 대권후보군인 양박 진영은 이 같은 논의를 불필요한 것으로 단정짓고 아예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의원의 경우 그간 알게 모르게 한나라당 의원들과 스키십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의중을 두고 말들이 많다.
최근 정의원은 삼국통일을 다룬 ‘삼한지(김정산 지음. 예담 전10권)’를 가까운 한나라당 동료의원들에게 돌리며 미소작전을 펴고 있다. 또 주말이면 여러 의원들과 골프모임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연확대를 노린 작업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나라당 역시 중도개혁세력을 중심으로 7월 전당대회에서 ‘정몽준 카드’를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손학규 지사를 비롯해 당내 중도개혁세력들은 이번 전당대회가 ‘박근혜-이명박’ 대선후보자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자칫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일단 포문은 국가발전전략연구회 대표인 심재철 의원이 열었다. 심 의원은 지난 16일 당대표 경선에서 제3후보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심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나 정몽준 의원도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다면서 ‘외부 영입론’의 실체를 확인했다.
정몽준 의원 행보 ‘아리송’
이와 관련, 오세훈 후보 영입에 성공한 비주류-소장파 의원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같은 날 정병국, 남경필, 김성식 경기 정무부지사,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새정치수요모임(이하 수요모임)의 전신인 미래연대 소속 회원들이 국회에서 비밀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선 중도세력결집 방안과 지방선거 이후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7월 전대와 관련해 관리형 대표로 외부인사 영입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미래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회원이라는 사실이다.
수요모임의 대표인 박형준 의원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도개혁세력이 관리형 대표를 만들 수도 있고 당밖에서 찾을 수도 있다”며 “외부인사 영입을 위한 제3후보 논의 가능성은 열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몽준 카드와 관련해 박 의원은 “정몽준 의원은 아니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정의원도 한국 정치의 중요한 자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아직은 특정 인물을 거론하기는 이르다”며 “본격적인 논의는 6월 중에 있게 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소장파 리더인 원희룡 최고위원도 “대선에서 승리를 위해선 연대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대표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당내외 어디서든 지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제3후보론에 힘을 실었다. 이어 원 최고는 “중도개혁파끼리도 월드컵 예선전처럼 예선전을 치열하게 치러야 한다”고 전제한 뒤 “7월 전대를 월드컵처럼 치르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박계동 의원의 한 측근도 “차기 당대표는 완충지대 역할을 위해 중도우파 성향의 사람이 나서야 한다”며 이명박-박근혜 대리전으로 흐르는 것에 분명한 반대를 표시했다.
손학규 “원칙엔 찬성,정의원은…”
한편 정의원은 소설 ‘삼한지’를 한나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에게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여의도 국회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이 소설은 삼국이 치열한 대립과 경쟁 속에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시기를 기점으로 신라가 나당연합군으로 승리를 이끌고 통일을 완성하는 676년까지 약 100년간의 역사를 재구성한 소설이다. 이는 열린우리당-민주당-한나라당이 영호남과 충청을 두고 싸우는 형국과 매우 흡사하다.
때문에 삼국통일을 담은 ‘삼한지’를 선물 받았다는 한 의원은 ‘정 의원이 다시 대망론에 빠진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손학규 지사측은 제3후보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정몽준 카드에 대해선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손 지사의 한 핵심 측근은 “아직 제3후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대선후보별 대리전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정의원이 영입인사와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제3후보는 미래지향적인 인사가 돼야 한다”며 선뜻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당사자인 정몽준 의원측도 “처음 듣는 얘기”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 의원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한나라당으로부터 영입을 제안 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리형 대표 얘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그러나 그는 “월드컵을 비롯한 5·31지방선거, 7월 재보궐선거 등 변수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제3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싫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 원내대표·최고위원 경선도 치열초·재선, 중진의원에 여성 의원까지 22명 봇물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한 한나라당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뿐만이 아니라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이재오 원내대표의 당대표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어 당 대표 선출과 더불어 원내대표 선거도 있을 전망이다. 이에 한나라당에서는 지방선거보다 당대표 및 원내대표 예비 출마자들의 세확장을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관리형 대표 후보자가 봇물을 이루는 단초는 그동안 유력한 관리형 대표였던 김덕룡 전 원내대표가 공천장사 혐의로 출마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당내 초재선을 비롯한 3선급 의원들까지 가세해 20명 이상이 거론되고 있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은 총 5명을 선출하되 1명은 여성 몫이다.선수별로 보면 초선의원으로 공성진, 진영, 홍문표 의원을 비롯해 재선인 박진, 임태희, 박계동, 정병국 의원, 3선급으로는 권오을, 김무성, 남경필, 이상배, 이재오, 정의화, 맹형규 의원이, 4선에는 김형오, 이규택 의원, 5선인 강재섭, 박희태 의원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다. 여기에 여성의원 몫인 1석에는 김영선, 전여옥, 전재희, 박찬숙 의원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인사들이 경선에 출마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헌·당규상 후보자가 9명으로 정해져 있어 사전 여론조사로 나머지 인사들을 배제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리형 대표를 선출하기전 최고위원 예비 후보자간 이합집산도 활발히 일어날 전망이다. 당 대표 선출과 관련해 당내에서는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대리전으로 치러질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재오 원내대표 대 맹형규 전의원 구도로 치러질 경우 이명박-박근혜 대리전 양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손 지사측도 가세해 제3 후보를 낸다면 더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한편 이재오 원내대표가 당 대표 출마를 위해 그만둘 경우 원내대표에는 김무성, 임인배, 권오을 의원 등이 복수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원내 대표선출마저 朴-博 대리전 양상을 띨 경우 관리형 대표 선출에 외부인사 영입론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홍준철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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