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 풍속사 <제4화>
조선 성 풍속사 <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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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3-02 15:49
  • 승인 2007.03.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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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곡(黑谷)의 사슴이야기

남녀의 성에 대한 이야기, 소위 야설에는 시대를 불문하고 촌철살인의 풍자가 있다.

고루한 유교의 나라, 공맹의 도가 지배했던 조선시대에도 야설은 민간에 널리 전파되면서 양반들의 허위를 꼬집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르게 했다.

조선중기 황해도의 어느 산간마을, 마을이래야 십여 호 남짓 띄엄띄엄 널려 있는 게 전부였고 대부분의 주민은 화전을 일궈 밭농사를 지었다. 그 마을에 숯을 구워 파는 보우란 노총각이 살았는데, 볼품없이 삐쩍 마른 몸은 나이에 비해 겉늙어보였고 우직한지라 마을 처녀는 물론이고 누구도 그에게 시집을 오려하지 않았다. 하루는 산 아랫마을에서 중매쟁이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방물장수 노파가 찾아왔다.

“자네도 장가를 가야지.”

“쳇~. 누가 가기 싫어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요, 사타구니서 군내만 나는 게 그것이 썩지나 않았는지 몰라!”

“쯧쯧, 그럼 내가 중매를 한번 서 볼까?”

노파가 보우의 의향을 살피며 넌지시 물었다.

“그게 참말이요?”

보우가 반색을 하며 되물었다. 노파는 빙긋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 난 중매 삯을 줄 수 없는데 어쩌죠?”

“그건 걱정하지 말고 몇 가지 내게 약조만 하면 되네.”

“그게 뭐요?”

보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노파에게 물었다.

“첫째 신부가 초혼이 아니고 재혼이며, 둘째 혼인 후 혼전생활에 대해 절대 묻지 말 것이며, 셋째 신부의 얼굴생김을 보고 내쫓지 않을 것이며, 넷째 만약 이 약조를 어긴다면 은자 천 냥을 위자료로 준다는 것이네, 어째 마음이 있는가?”

노파의 말을 들은 순간 보우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혹시 그 여인이 아주 끔찍한 추녀이거나 바보면 어쩌나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노파가 두세 번을 되묻자 그때서야 종년 하나 들인다는 생각으로 못이기는 척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수일이 지난 혼인날, 많지 않은 마을사람들이 보우의 늦은 혼례를 구경하러 모여들었고 싸리문밖에 나와 기다리던 보우는 신부의 얼굴을 상상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내 멀리 마을 초입을 들어서는 방물장수 노파와 뒤를 따르며 장옷으로 얼굴을 가린 신부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 그렇지!’ 보우는 심통이 나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신부가 혼례준비를 마치고 마당에 정좌한 후에야 보우는 터벅터벅 방문을 열고 나왔다.

혼례가 진행되는 중에 신부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려 했지만 얼굴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보우는 혼례가 끝나고도 신부가 기다리는 방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곤드레만드레 술을 마셨다. 마을사람들도 모두 돌아가고 취기가 오른 보우는 신부가 기다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들어서는 보우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자신의 눈앞에 앉아 책망하듯 자신을 쳐다보는 여인이 진정으로 자신과 혼례를 치른 여인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고 맑은 눈은 색기를 잔뜩 머금었고, 가녀린 얼굴선은 절색의 미인이었다. 보우는 취기가 올라 헛것이 보이는 것일 거라 여기며 마당으로 뛰쳐나와 찬물로 세수를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맹렬한 기세로 신부에게 달려들어 저고리와 치마를 찢을 듯 벗겨냈다. 금방 탐스런 나신이 드러나고 신부는 교태를 부리듯 다리를 꼬며 음문을 살짝 가렸다. 보우는 자신의 몸처럼 삐쩍 마르고 길고 단단한 음경을 꺼내기가 무섭게 신부의 사타구니를 거세게 벌려 음문으로 밀어 넣었다. ‘아!’ 그러나 외마디비명과 함께 기세등등했던 보우는 순식간에 방사를 하고 말았다. 보우는 삼십년을 넘게 간직한 동정을 너무도 허망하게 잃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마음처럼 쪼그라든 음경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뱉는 보우를 위로하듯 신부가 말을 건넸다.

“서방님, 크게 심려치 마세요,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잖아요!”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며 탄식하던 보우의 귓가로 신부의 농염한 숨결이 전해졌다. 무릎을 간질이던 섬섬옥수가 미끄러지듯 허벅지의 살결을 타고 올라 보우의 묵직한 음낭을 희롱했다. 보우의 음경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일어섰다. 신부는 보우의 몸 위로 올라가 음문을 열어 단단한 그것을 밀어 넣고도 혹시나 놀라지 않을까 염려하여 둔부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신부가 ‘하나, 두울, 아~!’ 장단을 맞추며 삼킨 음경을 살며시 조이는 순간이었다. 보우의 그것은 얄밉게도 다시 방사하여 그곳에서 밀려나 버렸다.

“흥! 문전옥답만 버리는구나.”

신부는 화가 나서 이불을 감고 돌아 누워버렸다. 몇 날을 밤낮으로 노력하였지만 보우와의 호합은 그럴 때마다 토끼의 그 짓 마냥 싱겁게 끝나버렸다. 신부는 보름만에 찾아온 방물장수 노파에게 마른 장작이 화력 좋고 오래간다는 옛말도 다 헛말이라며 푸념하였다. 보우는 자신이 집을 비울 때마다 미색이 출중한 아내가 걱정되어 늘 불안해하고 고민하다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한날은 외출하며 아내를 안방에 불러 아내의 사타구니에 사슴을 그려놓고 나갔다. 혼전부터 관계를 가져오던 정인이 노파의 얘기를 듣고 사냥꾼으로 변장하여 며칠 전부터 찾아와 서성이다 보우가 출타한 틈을 타 집으로 들어와 호합할 것을 요구하자 아내는 ‘남편이 사슴을 그려 표시해 놓았으니 지워지면 안 된다.’하며 거부했다. 정인은 자기가 다시 그려놓으면 된다하며 아내를 안심시켰고 아내 또한 남자의 늠름한 아랫도리가 그리웠던 터인지라 두 번을 거절 못하고 정인의 품에 안기니 정인의
늠름한 그것이 아내의 음문을 범할 때마다 신음은 방안을 공명하고 육즙은 강이 되어 흘렀다. 황홀경의 극치를 이루고 정인은 지워진 흑곡 아래로 사슴을 그려놓곤 훗날을 기약하며 유유히 사라졌다. 몇 경이 지나고 보우가 들어와 사슴을 살펴보곤 갸우뚱하며 물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나는 분명 누워있는 사슴을 그렸는데 왜 사슴이 서 있으며, 사슴뿔을 눕혀 그렸는데 어째서 뿔이 서있는지 모르겠구나.”

“서방님, 사슴이 어찌 늘 누워만 있겠거니와, 그려도 어찌 뿔 달린 숫사슴을 그려놓으셨습니까, 아무리 미물이라 하여도 여색의 그곳에 사는 수컷이라면 가만히 누워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내가 눈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아내의 얘기를 들은 보우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크게 웃었으며, 영리하다고 오히려 아내를 칭찬하였다.

이 이야기는 조선중기의 문인으로 특히 시를 잘 지었다고 전하는 성여학의 ‘속어면순(續禦眠楯)’에 실린 글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 설화는 보우의 어리석음을 비판하면서도 부인네의 음탕함을 풍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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