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늙은 문관(文官)이 관서지역 도사(都事: 관찰사 밑의 직책으로 부지사에 해당되는 벼슬)가 되어 임지로 부임하는 길에 한 역관(驛館)에서 자고 이른 아침에 출발하게 되었다.
역관에서 내어준 말이 다리를 절어 흔들리니 타고 있는 문관이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어려웠다. 이에 문관을 수행하던 급창(及唱)이 역관의 아전(衙前)을 엄히 문책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나쁜 말을 배치 받을 것이라 문관에게 아뢰었다. 이 말을 듣고 도사가 다시 역관에 들러 아전들에게 매를 치고 문책하니, 건장한 말로 바꿔 주었다.
관서지방으로 들어서니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며 땅거미가 주위를 뒤덮어 어느 고을의 관아에서 묵어가게 되었는데, 고을 수령이 도사를 기쁘게 맞으며 잔치를 베풀고 수청 기생을 붙여주었다. 도사가 급창에게 기생이 왜 왔느냐고 살그머니 물었다.
“대감마님의 잠자리를 받들려고 온 것입니다” 하고 급창이 대답했다.
“아무리 기생이라 해도 남의 여자를 함부로 데리고 자도 되느냐?” 도사가 되물었다.
“관리를 받들기 위한 기생이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급창이 대답했다.
밤이 깊어 도사는 기생과 한 방에 들게 되었다.
금침을 살피며 기생이 안절부절 못하는 도사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대감께옵선 다른 여자와 외도를 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내 평생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 하고 도사가 대답하곤 술상의 술잔을 연거푸 비웠다.
기생이 저고리와 겉치마를 벗고 속치마만 걸치곤 도사와 마주 앉았다. 시선을 봉창으로 두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술잔만 비우던 도사가 흘깃 기생을 쳐다보니, 기생은 어느 사이엔가 무릎에 팔을 괴고 목을 받쳐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내 비스듬히 쓰러지며 잠이 들었다. 속치마 사이로 드러난 기생의 희고 미끈한 다리를 쳐다보니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도사는 혀를 차며 자신의 음흉함을 잠시잠깐 한탄했다. 기생이 어느덧 잠에 취해 몸을 들썩이는데, 탱탱한 젖무덤이 한쪽으로 쏠리며 불거져 나왔다. ‘아하하
…’ 도사의 짧은 탄식이 터져 나오며 더 이상 끓어오르는 춘심(春心)을 억제치 못하고 자신의 옷을 허겁지겁 벗어던지고는 잠든 기생에게 달려들었다.
“대감 어른, 왜 이러십니까?” 도사의 손놀림에 잠을 깬 기생이 당황하며 말했다.
“급창에게 들으니 자네와 호합해도 괜찮다고 하였으니 가만 있으라.” 도사가 말했다.
도사가 단단하게 솟은 옥경을 찔러 넣자 기생의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도사가 운동을 계속하며 한번씩 깊게 찔러 넣을 때마다 기생의 귓가에 대고 ‘좋으냐?’하고 계속해서 물었다. 하지만, 기생은 별 감응 없이 눈만 감고 있었다. 외입이 처음이었던 도사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금방 일을 끝내고 말았다.
기생이 도사를 겪어보니 시골사람이고 음맹이라, 음희의 흥취를 돋구어주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다시 도사의 허리를 껴안고 한번더 시도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기생이 도사에게 올라타며 입을 맞추어 혀를 넣고 빠니, 도사의 그것이 다시 힘을 얻어 일어났고 기생은 그것을 옥문으로 받아들여 허리와 엉덩이를 심하게 흔들며 능숙하게 유도하였다. 자세를 바꾸어가며 요동치는 기생의 엉덩이는 한시도 자리에 붙어있지 않았다. 도사는 생전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정신이 혼미하고 당황하여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조차 가늠하지 못했다. 이내 설정(泄精)해 버린 도사는 일어나 앉아 급창을 급히 불렀다.
군졸이 급창을 불러왔고 급창이 어리둥절하며 도사에게 무슨 영문인지 물었다.
“넌 지금 당장 가서 기생담당 아전을 잡아오너라.” 도사가 화난얼굴로 명했다.
“대감마님, 여긴 기생담당 아전이 따로 없고, 기생들의 책임자는 수노(首奴)입니다.” 급창이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곧 수노가 잡혀와 도사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너는 네 죄를 아느냐?” 도사가 근엄하게 물었다.
“소인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통 알 길이 없사옵니다.” 수노가 대답했다.
“네가 보낸 기생이, 어제 내가 탄 나쁜 말보다 어찌나 허리를 심하게 흔들며 요동치던지 내가 멀미를 일으켜 편안하지 않았고, 또 혀를 내 입에 넣고 빨고 하니 그 추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니 너는 기생을 잘못 보낸 죄로 네가 매를 맞아야 하지 않겠느냐.”도사가 엄하게 추궁하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수노가 변명했다.
“도사 어른, 말은 다리가 병난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사오나, 기생은 표가나지 않아 병난 것을 알 수 없어, 겉으로 보아 좋은 기생을 선별하여 보냅니다. 또 기생이 허리 흔드는 것을 소인이 더더욱 확인할 길이 없으므로 소인은 무죄이옵니다.” 수노가 항변했다.
함께 불려와 옆에 서있던 행수기생(行首妓生)이 수노를 거들며 나섰다.
“대감 어른, 말이 흔들리는 것은 말 다리가 병이 나서 그런 것이지만, 기생이 허리 흔드는 것은 음희 기술의 하나인 요본(搖本: 허리와 엉덩이를 흔드는 것)으로 사내의 기분을 돋우기 위한 방법이며, 혀를 넣어 빠는 것 역시 흥을 돋우기 위함이며 애정의 표현입니다.” 행수기생이 도사에게 상세히 설명하니 도사는 그
때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을 물러가게 하였다.
사람들이 물러가고 도사는 기생에게 한번더 호합해 줄 것을 요구했다. 기생이 명을 어길 수 없어 반듯하게 누우니 도사가 기생에게 올라타며 입을 맞추고 혀를 넣으려 했지만, 기생은 전처럼 입을 열지 않았으며, 허리와 엉덩이도 흔들지 않아 도저히 재미를 볼 수 없었다.
“내 자네의 소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 줄 터이니, 제발 먼저처럼 요본을 행하여 주게.” 도사가 기생에게 애걸하며 말했다.
“그 말씀이 참이십니까?” 기생이 당당하게 물었다.
“그럼, 참이다 말다. 네 소원은 뭐 든지 들어줄 터이니 걱정일랑 하지 말거라.” 도사가 굳게 약속하며 말하자 기생은 먼저보다 더 잘 흔들고 애무하니 도사는 흡족해하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내 50여 년간 부부생활을 하였거늘, 오늘 같은 황홀경은 처음이로다. 요본을 알지 못하는 내 아내야 말로 참으로 못난 여자로다.” 도사가 한탄하며 말했다.
도사는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까지 기생과 함께하며 음희의 참맛을 깨우쳤다.
이 설화는 조선후기 열청재(閱淸齋) 장한종(張漢宗)의 어수신화(禦睡新話)에 수록된 작품으로 말을 타면서 흔들리는 것과 잠자리에서 여성의 음희(淫戱)기술인 요본을 결부시켜 해학적 표현을 잘 살려내었다.
장한종은 화원집안 출신으로 정조 19년(1795)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 제작에 참여하였으며, 해어화(蟹魚畵)분야의 조선최고 화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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