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의 욕망과 살인의 이중주
어느 부부의 욕망과 살인의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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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8-30 13:36
  • 승인 2007.08.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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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 화 테드 번디 살인사건

테드 번디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여자들을 납치했다. 결말은 비슷했다. 대부분 자신의 폭스바겐에 태워서 범행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1974년에서 1975년 8월까지 미국의 유타주에서는 약 8건의 강간살인사건이 발행했다. 경찰은 바짝 긴장했고 미국은 공포에 떨었다. 유타주에 이어 워싱턴주에서도 섹스와 관련된 연쇄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몇 번인가는 여자를 유혹하려는 순간에 기회를 놓친 적도 있었다.

‘캐롤 다론치’는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하다가 잘 생긴 청년의 유혹을 받았다. 그녀는 그의 폭스바겐까지 동행했다. 그러자 테드 번디가 수갑을 채우고 연장
으로 머리를 때리려고 했다. 캐롤 다론치는 비명을 지른 뒤에 수갑 찬 손으로 차문을 열고 달아났다.

1975년 8월, 희대의 살인마 테드 번디는 폭스바겐으로 젊은 여자를 유혹하다가 불심검문에 걸렸다. 그의 차에서 수갑, 칼, 마스크가 발견되는 바람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 캐롤 다론치가 자신을 납치하려고 했다고 조사과정에서 증언을 했다.

테드 번디는 기소되었다. 그는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고 해박한 법률 지식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미국인들, 특히 배심원들은 그의 뛰어난 말솜씨에 감탄했다.

1978년 12월 30일 테드 번디는 교도소의 천장을 뚫고 탈출했다. 미국은 경악했으나 희대의 살인마 테드 번디는 검거되지 않았다.

1월 13일이 되었다. 테드 번디는 따뜻한 남쪽 지방인 플로리다의 탤러해시에 나타났다. 그는 탤러해시의 여대생 기숙사에 침입하여 곤봉으로 4명의 여학생을 마구 구타했다. 한 여생은 구타하다가 옷을 벗긴 뒤에 능욕을 하고 이빨로 온 몸을 물어뜯었다. 다른 여학생은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두 여학생은 숨졌으나 두 여학생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여학생 기숙사를 나온 테드 번디는 근방에 있는 다른 여학생의 집을 습격했다. 여학생이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곤봉으로 머리를 후려쳤다. 여학생은 두개골이 부서져 죽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는 바람에 테드 번디는 현장에서 달아났다.

테드 번디는 훔친 차를 가지고 다니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는 매혹적인 말솜씨로 자신이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던 것은 우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치과의사가 희생자의 둔부에 있는 이빨 자국과 테드 번디의 이빨 자국이 동일하다는 감정을 하는 바람에 유죄가 인정되어 사형이 선고되었다.

테드 번디는 89년 전기의자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테드 번디가 체포될 때 살인사건을 총지휘했던 로니 앤더슨 형사는 테드 번디의 승용차를 경매로 사서 창고에 보관했다. 그는 1997년 이 폭스바겐을 경매에 붙이는 바람에 테드 번디의 악몽을 생각하고 미국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테드 번디 살인사건은 범인이 무지막지한 살인마가 아니라 법률에 해박한 수재이고 엘리트적인 청년이라는 사실에 범죄의 새로운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악마는 우락부락한 범죄형이 아니라 천재형의 부드럽고 미남형의 얼굴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교훈을 남겼다. 형사들은 테드 번디 사건에서 희생자의 둔부에 있는 치열을 채취하는데 성공하여 그를 기소할 수 있었다. 이것은 지금으로서는 간단한 일인 듯 하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과학수사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끝>




제 23 화
하야시 부부의 보험 살인극


1985년 일본의 와카야마시 한 주택가에서는 한 부부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쏘아보고 있었다. 남자는 짧은 스포츠머리에 건장한 체격이었고 여
자는 단발머리에 화사한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여자의 이름은 하야시 마스미, 24세로 간호학교를 졸업한 여성이었다. 남자의 이름은 하야시 겐지, 37세로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 사회의 밑바닥을 전전하면서 세 번이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뒤에 흰개미 구제사업을 하는 사업가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중후하면서도 멋쟁이 인텔리로 보이는 사내였다. 이에 반해 마스미는 간호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통장에 돈이 이것밖에 없는지 몰랐어요. 결혼하기 전에 나하고 얘기한 것과는 전혀 다르잖아요?”

마스미가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통장을 내던졌다. 하야시는 마스미가 던진 통장을 곁눈질로 살핀 뒤에 헛기침을 하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마스미는 허영심과 욕심이 많은 여자였다. 하기야 그런 허영심이 없으면 자신과 같은 중년의 사내와 결혼을 할 처녀는 없을 터였다. 하야시는 처음부터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나 젊은 처녀의 몸뚱이를 품에 안으려는 욕망 때문에 그럴 듯하게 사업가로 위장을 하여 결혼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통장을 들여다본 마스미가
화를 내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야?”

하야시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하야시의 고성에 마스미가 움찔했다.

“그럼 통장에 이것밖에 없으니 어떻게 믿어요?”

“사업가는 반드시 통장에 돈이 들어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야.”

“그럼 어디에 돈이 있어요?”

“곧 들어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쌀이 떨어진 것은 아니잖아? 신혼 초인데 벌써 남편을 무시하는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

마스미는 하야시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반사적으로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동창들과 호텔에서 화려하게 결혼 피로연을 할 생각에 부풀어 있던 마스미는 어떻게 하든지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이 많은 남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려면 옷도 새로 사 입어야 하고 보석도 사야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어떻게 된 것인가. 돈이 많은 사업가인지 알고 나이가 많은 그와 결혼을 했는데 빈털터리가 아닌가. 마스미는 그런 생각을 하면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럼 언제 돈이 들어오죠?”

마스미가 이상야릇한 눈빛으로 하야시를 살피며 물었다. 하야시는 마스미의 그러한 눈빛이 마치 발정한 암고양이의 눈빛과 같다고 생각했다. 양지쪽에 앉아서 졸고 있을 때는 다소곳이 눈을 내리깔고 있으나 수컷이 나타나면 눈을 번쩍 뜨고 달려드는 암고양이처럼 마스미도 눈을 착 깔고 있다가 갑자기 번쩍 뜨는 습관이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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